만남 한 끼
봄꽃처럼 다가와 낙엽처럼 떠나가지 않았으면. 젖은 등에 내린 햇살처럼 땀 배인 얼룩만 남기고 떠나가지 않았으면. 다가서는 법을 배우고 찾아오는 사람은 없으니 모두가 그렇게 낯설거나 어색하거나 때로 저 혼자 당당하다. 다가서는 방법도 모르고 다가왔으니 떠날 때도 제대로 떠나는 법조차 모르고 떠난다.
연두꽃순을 끌어안은 바람은 가만히 보다가 햇살에 졸음하는 어린잎을 살랑살랑 흔들고 외롭지 말라고 홀씨 몇 개 날라주고 골고루 비 맞으라고 이리저리 흔들어준다.
바람은 입이 없지, 바람에겐 귀만 있지. 바람은 사랑한다 말하는 입대신 사랑한다 말 들어주는 귀가 있지.
그립다 하기도 아프다 하기도 따뜻하여 머뭇머뭇하다. 내가 다가간 봄은 하염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햇살, 따듯하게 대답하는 조약돌, 꿈 같은 아지랑이, 이름 모르고 피는 길꽃들, 보기만 하여도 정다운 나비의 꿀밥.
다가가는 연습은 언제나 외롭다. 입은 다물 수 있는데 귀는 다물 수 없지. 듣기만 하는 바람처럼 이 마지막 봄, 누군가의 정겨운 바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