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끼
살다가 사랑하다가 사라지고
ㄹ 끝이 동그랗게 끌려 ㅇ이 되고
ㅇ이 닿고 닮고 닳아 소멸되면
나는, 사라지는 것들이 아니라
그것들의 사라지는 순간을 기억한다
해가 아니라 해는 왜 지는 거지
바람이 아니라 바람은 왜 부는 거지
그대가 아니라 그대는 왜 떠난 거지
체온은 왜 떨어지는 걸까
왜 부대껴 살며 왜 다가와 사랑하며
왜 안 온 것처럼 사라져
누가 물어봐주었으면 좋겠어
지나가는 당신의 그리움에게 말을 건넨다
왜 그는, 당신을 사랑하러 왔는가
처음부터 그의 곁에 당신이 있진 않았어
지금 그 곁에 있는 당신도, 우리도
받침은 어디에 붙어야 힘이 생길까
봄꽃처럼 찬란하게 매달릴지,
봄끝처럼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다가
잊힌 길을 따라 추락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기억되는 것들처럼,
아니, 그래요. 지난한 밤
오천 원만큼 아끼게 될 거예요. 우린
오천 원만큼 사랑하다가 사라질 거야
살아지도록 사랑하다가 사라지는 것
언어의 미로에 들어온 걸 환영합니다
사라지든 사랑이든 살아가든, 삶이란
그 말의 힘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