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 한 끼
아낌없이 준다지만, 무엇을 주었지. 나무도 덥고 나무도 추워 말라죽고 얼어죽는다. 곁의 나무를 새삼 본다면 전의 그 나무가 지금의 그 나무가 맞을까
바람이 없는 날의 나무 그늘은 무덥다. 비가 오는 날의 나무 그늘은 빗방울보다 큰 물방울이 눈물처럼 흘러 떨어진다. 우산 없이 맞이하는 나무의 눈물은 비보다 많이 서글프다
그래도 우리는 나무에게서 받는 걸까. 나무의 오랜 슬픔을 받아들여 어깨가 젖고 머리가 젖고, 이미 젖은 뿌리처럼 신발도 젖게 되는 걸까
나무의 그늘은 나무가 주는 걸까. 해가 주는 걸까. 나무의 눈물은 나무가 우는 걸까. 비가 우는 걸까. 나는 나무 그늘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내 눈물은 빗물이고 내 그늘은 해가 주는 것
부질 없다는 말은 사람이 만든 말 같지 않다. 부질 없다는 말은 나무의 사전에 나오는 말이 아닐까. 보답하다. 라고 말한 이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가 아닐까
쓸데없다. 나무가 주는 것들을 기억하는가. 그저 꽃. 그저 그늘. 그저 몽당연필. 나는 쓸데없는 것들에 의미를 달고 주저앉아 나뭇잎 사이로 드는 햇살이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본다. 내가 흔들리는 걸까. 나뭇잎이 흔들리는 걸까. 햇살이 흔들리는 걸까
주지 않는데 받을 일도 없고 받지 않는데 주었다기도 먹먹하다. 나무에게도 나에게도 우리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