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한 끼
기억 속처럼 느린 바람을 햇살이 걷는다.
물속 같은 느린 그늘을 내가 걷는다.
여름에도 커피가 식는 이유는
온 세상을 가득 덮은 그늘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아무 말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마음 나눌 그 누구도. 그러니까 말하자면,
말하지 않는 커피는 빨리 식는다.
눈으로 마신 커피는 뜨겁지 않아.
어느 테이블에서 커피는 저 혼자
씁쓸한 뒷맛으로 맑은 물밑에
가라앉겠다.
그러니까, 그늘을 걷는 몇 분,
커피는 씁쓸해지고 여름은 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