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걸린다

기억 한 끼

by 수요일

그대가 걸린다


날마다 하루는 다른데,
길은 발자국 무게 만큼 내려앉을 테고
나무는 나이테 만큼 위로 오를 텐데
오늘 같은 어떤 날은
코끝에 낯익은 기억이 걸린다

수십 년 전 양구에서
더 오래 전 북한강의 물안개에서
아프리카의 차가운 아침에서
바람 불던 시드니의 아침에서
드골의 오후에서
오늘 같았던 어떤 날,
영하 몇 도였는지 혹은 영상이었는지
그 날마다들은 다 다를 건데
소름 돋은 몸에 그대가, 다녀간다

기억마다 잊힌 행복이 되살아나고
기억마다 죽은 그리움이
입김처럼 배어나오는 어떤 날,
나는 오늘 같은 어떤 날,
그대가 떠오르는 게 따뜻하게
좋아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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