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한 끼
인터넷 지도가 열리고 길거리 뷰가 시작된 날 화면을 누르고 당겨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의 삶이 지나쳤던 그곳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주변이 다 사라졌는데도 혼자 버티거나 기억에도 없는 모습으로 존재하거나
그 겨울은 추웠고 첫 번째 버스를 놓친 나는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추위에 얼어터진 손으로 가방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마침내 도착한 따뜻한 버스의 공기에 얼어버린 시간이 녹아 눈물처럼 흘렀다
가방엔 여러 잡동사니들이 들어있었다. 무거운 그것들은 어쩌다 한 번 필요할 때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이었지만 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난 어떤 강박에 시달리며 곁에 없음의 부존재에 대한 상실감을 잡동사니의 무게 만큼 안고 살았다
그 버스정류장이 아직 있다. 좌우로 새로 늘어선 빌딩 사이, 그늘로 가려진 바람길에 오래 된 나무처럼 남아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처럼 누군가 기억을 걸어 찾아오면 따뜻한 버스가 도착하리라
거기서 내려 길을 따라 마우스를 당기며 클릭클릭 걸었다. 수퍼도 우유대리점도 없고 큰 집이 생겼고 학교 뒤 긴 담벼락은 그대로인데 그 집은 사라졌다
변하지 않은 과거가 드물다. 주변의 기억만 고스란히 남고 정작 한복판은 텅 비었다. 텅 빈 시절의 텅 빈 시간들. 그 집의 기억도 그렇게 정작 한복판의 그것만 비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곁에서 사라진 아버지와 터전을 옮긴 어머니, 집을 바꾼 누나와 동생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비워지며 채워지는 빈약한 기억창고를 안고 살아간다
실제로 간 것처럼 마우스로 길을 옮기며 터벅터벅, 그곳을 다녀왔다. 그리고 마침내 과거가 비워졌음을 알았다. 가보지 않았으면 무관심 속에 존재했을 관심의 부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