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류기
꼬박 30개월을 아이만 봤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은 아이와 개를 돌보는 일이야, 라는 주문서를 받아 든 사장님처럼 책임감 있게! 의무를 다해! 성심성의껏! 아이와 개를 돌봤다. 그 과정에 나는 없었지만 우리가 결정한 일이니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24년 3월, 신학기 입소로 아이는 어린이집에 들어갔다. 2주 동안 엄마랑 함께하며 아이는 차차 적응해 나갔다. 30개월 넘어서 가서 그런지 우는 일도 거의 없었고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일도 없었다.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기 전에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데, 막상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극심한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집을 치우고 나면 갑자기 내게 닥친 시간들이 막막해졌다.
유의미하게 써야 하는데, 이 귀하고 값진 시간을 알차게 써야 하는데 머리로 생각하면서 몸은 자꾸 눕게 된다. (그 시간에 운동을 하라는 말도 듣는데 이미 수영을 새벽 반으로 듣고 있다) 그리고 시계만 쳐다본다. 무력한 내 몸과 달리 시간은 오늘도 쉬지 않고 달린다. 아이의 하원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고 그 사이 나는 무얼 했나 나를 자책하는 일을 반복한다.
물론, 알고는 있다. 티 나지 않지만 늘 '그대로'를 유지하는 집안일을 하고 있고 등하원 도우미와 아이 하원 후 방과 후 선생님을 도맡아 산책 가고 노는 일도 하고 있고 그 사이에 강아지 산책 일까지 하고 있는 나란 걸. 조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서 아이와 개를 그리고 집까지 온전히 케어하는 일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위한 유의미한 일을 하긴 했나 생각해 보게 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강아지 산책을 오래 하고 와서 잠깐 쉬는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미열이 있고 낮잠 자는데 앓는 소리를 하는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오실 수 있으시냐고,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어린이집에 갔고 바로 병원에 데려가면서 생각했다. 집 치우는 것을 미루면 안 된다. 언제 어린이집으로 불려 갈지도 몰라, 바로바로 치워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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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를 찾던 중에 10시부터 3시까지 일 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있었다. 지금이 딱 개산책 시키기 좋은 날씨인데, 내가 일을 하는 것이 맞는가, 10시부터 3시까지 일하고 늘 하던 아이랑 개랑 하는 숲산책이 가능할까, 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력서를 넣고 고민하는 사이 면접이 잡혔고 출근 날짜까지 잡혔다.
내가 찾는 유의미가 돈을 버는 행위에 있는 게 맞는 걸까 고민하는 순간 첫 출근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