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001. [그림책] 글·그림 미우, 노란 상상
기존에 그림책을 활용한 놀이에 치중한 글을 썼다면, 그 부분은 일부분으로 작성하고 예전 소설을 읽고 평을 쓰듯 그림책 하나를 제대로 서평해 보면 어떨까 싶어졌다. 그림책 요거요거, 종종 말하지만 쉽게 읽고 넘길게 아닌 그림책들이 많아 앞으로는 단 권으로 써 내려가보려고 한다. 그림책 관련 도서는 100권이 목표라면, 그림책은 1000권이 목표다.
『그림책, 사춘기 마음을 부탁해』에 소개된 그림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이렇게 좋은 그림책들을 가볍게 훑기엔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방식을 바꾸는 게 약간 겁이 났는데 『나는 까마귀』 그림책 역시, 그저 가볍게 훑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틀었다. 기존에 좋았던 그림책들은 다시 평을 작성할 예정이다.
《나는 까마귀》를 읽고 ‘나’를 생각해 본다. 더 예뻐지고 싶어지는 ‘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나’ 본래의 모습보다는 타인에게 비친 내 모습이 더 신경 쓰인다. 무엇하나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린다. 그래도 감출 수 없다. 깊은 마음속에서 ‘우렁우렁 들려오는 낮은 소리가 꼭꼭 틀어막은 귀를 파고드는 것’이었다.
그다음에 ‘나’ 무슨 소리를 듣게 될까. 깊은 마음속에 ‘나’는 무슨 말을 건넬까.
여기서 그림책을 멈추고 다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어졌다. 침묵이 이어진다면, 이 맥락에서 그림책을 멈추고 ‘까마귀와 공작새’ 우화를 가볍게 건네다, 까마귀가 듣게 되는 말은 어떤 것일지 짐작해 보는 것도 어떨지 생각해 봤다.
우리가 가진 무수한 편견들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가벼운 말이 내 안에 단단하게 갇혀서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는 꺼내봐야 알게 된다. ‘불길한 까마귀’ 어쩌면 어떠한 사람이 지극히 개인적으로 겪은 일일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수식어를 붙인다. ‘그래봤자 새까만 까마귀’라고.
아! 저 까마귀를 보라. 그 깃털보다 더 검은 것이 없다.
그러다 홀연히 유금빛이 일렁이고, 다시 석록색으로 반짝인다.
해가 비추면 자줏빛이 떠오르고, 눈이 어른어른하더니 비취색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그 새를 푸른 까마귀라고 말해도 괜찮고,
다시 붉은 까마귀라고 말해도 또한 괜찮을 것이다.
그 새에게 본디 정해진 빛이 없는데, 내가 눈으로 먼저 정해 버린다.
어찌 눈으로만 정했으리오. 보지 않고도 마음으로 미리 정해 버린 것이다.
연암 박지원, 《연암집》 제7권 별집 중 능양시집서(菱洋詩集序)에서 발췌
연암 박지원 선생의 조카 종선의 능양시집에 붙인 까마귀에 대한 글에서 영감을 받아 《나는 까마귀》를 집필했다고 한다. 참으로 딱 알맞은 그림책이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말처럼, 본디 정해진 빛깔이 어디 있겠는가. 어떠한 자리에서는 나의 단점도 장점으로 빛나고, 어떠한 자리에서는 나의 장점도 단점으로 비치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그래서 자주 꺼내봐야 한다. 안되면 이렇게 책을 읽어서라도 다시 보아야 한다.
《나는 까마귀》그림책은 그림이 흑백으로 약간 단조로운 편이라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언젠간 기회가 닿으면 한번 풀어보고 싶은 그림책이긴 하다.
⮕ (활동상상) ‘단점 장점화 가게’ 단점을 주면 장점으로 바꿔주는 가게를 연다.
키가 작아서 싫다 (단점), 민첩하고 유연하다 (장점), 귀엽고 친근한 인상을 준다 (장점)
혹은 ‘단점상점’ 해서 내가 생각하는 단점을 다른 친구들의 단점과 사고팔면서, 나한테는 단점인데 다른 친구에게는 갖고 싶은 지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놀이도 어떨까 생각해 봤다.
《나는 까마귀》는 독서지도안도 제공되는 그림책이라 독서지도안으로 수업하셔도 무방 할 것 같다. 그중에서 ‘나는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요?라는 활동이 있는데, 더 나아가 ‘나’로 책 표지를 만든다면 어떤 표지를 만드는지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만 3세인 내 아이랑은 까마귀를 검은색 말고 다른 색으로 칠해보기, 나를 속상하게 하는 말, 기쁘게 하는 말 정도로 책놀이활동(독후활동)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솔직히 나는 ‘단점상점’ 같은 걸 해보고 싶다. 너와 해보고 싶은 게 많으니 천천히 빠르게 자라렴, 내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