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1000-0002. [그림책] 글·그림 백희나, 책 읽는 곰

by sagakpaper


《알사탕》은 유명한 그림책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림책은 관심이 전-혀 없던 나라서 읽어 본 적도 작가님의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다. 심지어 남편이 참여하던 공연도 백희나 작가 거였는데 이제야 알게 된 나라니.


《알사탕》을 읽고 알게 된 건, 동생이 아이랑 읽으라고 준 책을 차에 놓고 지내다 아이와 먼 길 떠나면서 읽어주던 게 전부였다. 그림책 표지를 볼 줄도 몰랐고 앞면지 뒷면지는 고사하고, 그림책 다 읽는 순간 “어? 이게 끝이라고…?” 했으니까. 그렇다. 나는 《알사탕》을 읽고도 이게 대체 왜 유명한 거냐고 다시 물음을 던지던 바야흐로 그런 때였지.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알사탕》앞뒤표지

그래도 평소에 책을 좀 읽는다 생각했는데, 그림책을 읽으면 도통 의미를 알 수가 없겠는 거라.


유명하다는 그림책은 지인한테 받아서 집에 꽤 있는데 아이랑 읽고 나면 ‘나는 대체 무얼 읽었나…’ 싶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렇게 아이에게 읽어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때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놀이형 독서교육전문가 2급’ 자격증 과정이 그림책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바로 신청해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게 내가 그림책에 진심이 돼버린 계기인데, 그 시작은 《알사탕》이었고 그림책의 문을 열어준 처음 만나는 그림책 놀이수업의 한아름 선생님 덕분인데, 특히 《알사탕》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던 그림책이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알사탕》본문

《알사탕》 그림책은 모두 설계되어 있었다. 버릴 게 없는 거지. 처음에 그림책을 모르고 읽을 때는 텍스트에 집중해서 읽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림을 먼저 읽는다. 그림에는 힌트들이 담겨있다. 이제는 《알사탕》을 아이와 읽으면 질문을 훨씬 다채롭게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게 이거다! 면지에서 보여주는 느낌, 장면, 마지막 면지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아이와 가늠하고 상상한다.


동동이는 혼자 논다. 친구들은 만날 자기들끼리만 놀아서 구슬치기 하며 그냥 혼자 놀기로 한다. 그러다 새 구슬이 필요해 구슬을 사러 간 동동이는 ‘알사탕’을 사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양이 가지각색인 알사탕을 먹으면 알사탕과 닮은 것(?)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거 정말 이상한 사탕이다!


리모컨을 빼달라면서, 아빠의 방귀를 뀌지 않도록 부탁하는 소파, 8살 먹은 구슬이 개와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해도 풀고, 잔소리만 하던 아빠의 진심을 듣기도 한다. 풍선이 들어있던 분홍껌은 풍선이 되어 창문으로 날아갔다 돌아오면서, 동동이의 안부와 함께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를 가지고 온다. 나는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ㅡ그림책 공부하기 전에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ㅡ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 오는 풍선껌이라니….


마지막 알사탕을 먹으며 동동이가 밖으로 나가게 된다. 목소리가 멈추고 마지막 사탕과 함께 동동이가 달라지게 되는데, ‘알사탕’을 통해 겪은 일들이 결국 동동이의 내면을 단단하게 키운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만날 자기들끼리만 노’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동동이가 소파의 말을 귀 기울이게 되면서 불편했던 것을 도와주고, 8년을 함께한 개의 말을 듣게 되면서 오해도 풀고 재미있게 놀기도 했다. 잔소리만 하면서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 같은 아빠의 속마음은 동동이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찼다는 것도, 돌아가셔서 다신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와닿으면서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믿음. 그리고 나무들이 동동이에게 먼저 건넨 인사까지.


‘나는 혼자 논다’라는 말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로 보이던 순간, ‘알사탕’으로 그 관점을 바꾼 것이 아닐까. 어떤 알사탕이 가지고 싶은지, 내가 알사탕을 제조하게 된다면 어떤 알사탕을 만들고 싶은지.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우리와 관계되어 있다는 점 또한 알아갔으면 좋겠다. 그게 동동이를 움직이게 만든 힘이니까. 아, 그리고《알사탕》에는 동동이의 엄마가 나오지 않는데 백희나 작가는 가족의 형태를 다양하게 그린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내가 그림책 수업을 하게 되면 《알사탕》은 꼭 수업에 넣고 싶고, 마지막에 진행하고 싶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아마 많은 친구들이 읽어봤겠지?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더 재미있는 책이라 내가 느낀 감정을 꼭 나눠보고 싶다. 모를 땐 전혀 보이지 않았던 그림책 이야기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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