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퓨처>의 미래에서 우리가 놓친 것과 얻은 것
혹시 기억하시나요? 비디오 가게에서 몇 번이고 빌려다 보며, 테이프가 늘어질까 조마조마했던 영화 <백 투 더 퓨처 2>를.
영화 속 바로 그 미래, 2015년 10월 2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세상은 작은 흥분으로 들썩였습니다. 우리 세대는 너나 할 것 없이 그날만큼은 괜히 하늘을 한 번 더 쳐다봤죠. 번쩍이는 드로리안이 시공간을 찢고 나타나거나, 소년들이 호버보드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풍경을 은근히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흐른 2025년의 오늘, 우리는 영화가 그렸던 미래보다 10년 더 먼 미래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명확히 대답할 수 있습니다. 1989년의 상상력은 과연 현실을 얼마나 맞혔고, 또 무엇을 완전히 빗나갔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대신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상상력은 ‘사물’의 진화에 집중했습니다. 자동차는 하늘을 날고, 신발은 스스로 끈을 조이고, 재킷은 몸에 맞게 사이즈를 조절하며 젖으면 스스로 마르죠. 작은 피자 조각을 기계에 넣으니 단 몇 초 만에 온 가족이 먹을 근사한 한 판이 완성됩니다. 이는 80년대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었던 ‘편리함’의 최대치였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세상이 극적으로 편리해지는 미래. 영화 속 2015년의 패션과 디자인 역시 80년대의 시각에서 본 현란한 네온사인과 크롬의 향연이었죠.
물론 몇 가지는 놀랍도록 현실이 되었습니다. 벽에 걸린 거대한 평면 TV와 여러 채널을 동시에 보는 모습, 지문 인식 같은 생체 인증 기술, 영상 통화, 심지어 하늘을 떠다니며 뉴스를 찍는 드론까지. 영화는 기술의 ‘기능’을 꽤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에 대한 ‘방향’은 전혀 다른 곳을 향했습니다. <백 투 더 퓨처 2>가 놓친 가장 결정적인 것, 그것은 바로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입니다.
2015년 힐 밸리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티가 해고당하는 이유도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SNS 게시물 때문이 아니라, '지이잉-' 소리를 내며 튀어나온 팩스 한 장 때문이죠. 영화 속 미래의 정보는 여전히 물리적인 기기(팩스)와 정해진 매체(신문)를 통해 흐릅니다.
우리의 2025년은 어떤가요.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없지만, 우리는 손바닥만 한 기기 하나로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습니다. 물리적인 이동의 제약을 뛰어넘는 대신, 우리는 정보와 관계의 제약을 무너뜨렸습니다. 영화의 상상력이 ‘공간의 혁명’을 꿈꿨다면, 현실의 기술은 ‘관계의 혁명’을 이뤄낸 것입니다.
결국 <백 투 더 퓨처 2>는 틀린 예언서가 아니라, '21세기는 모든 것이 가능할 거야'라고 믿었던 우리 학생들의 순수한 희망을 오롯이 품은 타임캡슐이었습니다. 그들이 꿈꾼 미래는 유쾌하고 낙관적이며, 기술이 인간을 돕는 멋진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비록 호버보드를 타고 출근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상상조차 못 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서로를 마주합니다.
오늘, 문득 창밖을 봅니다. 하늘에는 여전히 자동차가 날지 않습니다.(곧 드론택시가 상용화 예정) 대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손 안에서는 전 세계 친구들의 웃음과 이야기, 때로는 날 선 다툼과 가짜 뉴스까지 실시간으로 날아다닙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1989년의 상상력에 대한 2025년의 가장 솔직하고 멋진 대답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