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 주는 AI 공부 도우미
고등학생이 된 세현에게 ‘작가’라는 꿈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지만, ‘학생’이라는 현실은 발목을 붙잡는 무거운 족쇄 같았다. 특히 중간고사를 앞두고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교과서들은 그를 압도했다. 형광펜으로 그어진 밑줄들은 의미 없이 번져나갔고, 깜지를 채운 손목은 욱신거렸다. 창작의 세계에서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자신만의 세상을 담을 수 있었지만, 공부의 세계는 달랐다.
유독 그를 괴롭혔던 것은 역사 과목이었다. 교과서는 무겁고, 빼곡한 연도들은 의미 없는 숫자의 나열일 뿐이었다.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은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외우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글로써’에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달라고 부탁했지만, 시험에 활용하기에는 너무 감성적인 이야기가 나올 뿐이었다. ‘덱스’에게 파일 정리를 맡겼을 땐 연도별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지만, 그 사실들 사이의 연결고리는 알려주지 못했다.
결국 세현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유블리안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의 얼굴엔 좌절감이 가득했다.
"삼촌, 도저히 모르겠어요. 공부에는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외워야만 하는 지식들은 너무 재미가 없어요."
세현의 지친 목소리에 유블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로운 AI 하나를 화면에 띄웠다. 고대 그리스 신전의 기둥을 닮은 로고 아래, ‘Socrat(소크라트)’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글로써는 네 안의 이야기를 꺼내 주었고, 덱스는 흩어진 조각들을 정리해 주었지. 이 친구, 소크라트는 세상의 모든 지식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네가 직접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현명한 질문자야."
반신반의하며 세현은 소크라트를 실행했다. 역사 시험 범위를 입력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핵심 요약정리’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화면에 나타난 것은 깔끔한 요약본이 아니었다.
<김세현 님, ‘1392년 조선 건국’이라는 사실을 외우기 전에, 혹시 ‘왜 하필 그 시대에 새로운 나라가 필요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정답이 아닌, 질문이었다. 세현은 어이없다는 생각에 잠시 멍해졌다. 지금 필요한 건 이런 한가한 질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는 마지못해 교과서를 뒤적이며 ‘고려 말의 혼란’에 대해 찾아 입력했다. 그러자 소크라트의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훌륭한 접근입니다. 그렇다면 그 혼란 속에서 백성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작가님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어땠을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짜증이 났지만,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의미 없던 숫자와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흩어져 있던 지식의 조각들이 거대한 지도로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위화도 회군’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거대한 결심’이라는 이야기로, ‘과전법 실시’는 ‘백성들의 간절한 바람에 대한 응답’이라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암기 대상이었던 인물들은 각자의 신념과 욕망을 가진 입체적인 주인공이 되어 세현의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였다.
소크라트의 방식은 다른 과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복잡한 수학 공식을 마주했을 때, 소크라트는 풀이법 대신 이렇게 물었다.
<이 공식을 처음 발견한 수학자는 과연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을까요? 그의 고민에서부터 출발해 볼까요?>
어느새 세현은 공부를 ‘암기’가 아닌 ‘탐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루했던 교과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실마리가 가득한 보물 지도가 되었다. 시험 전날 밤, 세현의 책상 풍경은 예전과 달랐다. 더 이상 억지로 무언가를 외우며 괴로워하지 않았다. 그는 소크라트와 함께 지식의 지도 위를 탐험하는 즐거운 여행자였다.
드디어 시험 당일. 교실의 공기는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세현은 역사 시험지를 받아 들고 잠시 숨을 골랐다. 마지막 서술형 문제는 교과서 구석에 있던,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두 사건을 연결하여 그 역사적 의미를 서술하라는, 아주 까다로운 문제였다. 주변에서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당황하며 펜을 놓았지만, 세현은 달랐다.
세현의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지식의 조각들이 소크라트가 던졌던 질문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별자리처럼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두 사건 사이에 숨겨진 인과관계를 찾아내고, 그것이 당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한 편의 짧은 이야기처럼 막힘없이 써 내려갔다.
시험이 끝난 후, 세현은 유블리안에게 달려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삼촌! 소크라트는 정답은 하나도 안 알려줬는데, 시험은 다 풀었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유블리안은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진정한 공부는 정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좋은 질문을 찾는 과정이니까. 소크라트는 네가 최고의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와준 것뿐이야."
그 순간 세현은 깨달았다. AI는 이번에도 정답을 알려주는 해결사가 아니었다. 지루한 지식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항해를 떠날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항해사이자, 최고의 조연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책상으로 돌아온 세현은, 이제 더 이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교과서의 첫 페이지를 스스로의 의지로 펼쳐보았다. 이제 세현에게 공부는 더 이상 꿈을 방해하는 족쇄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많은 이야기의 씨앗이 숨겨진 비밀의 정원처럼 느껴졌다.
김세현 예비작가와 유블리안 삼촌의 이야기, 즐겁게 보셨나요? 글쓰기와 공부의 공통점은 바로 '사고력'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무작정 외우기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이야기로 이해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우리 일상과 가까운 '생활 밀착형 에피소드'로 찾아뵙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