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팩트입니까? 눈속임입니까?

데이터 숫자에 숨은 속임수 찾아내기

by 유블리안

월요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경영기획팀 유 대리의 자리로 팀장(경영기획팀장)의 호출이 왔다. 팀장이 지난번에 말했던 '중요한 미션' 때문이었다. 팀장이 말한 미션은 사실 유 대리의 핵심 담당 업무와 직결된 것이었다. 유 대리는 경영기획팀에서 각 부서가 요청한 돈을 검토하고 나눠주는 예산 배분 담당자였다. 그리고 이번 미션은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차기 핵심 프로젝트 예산 배분 보고서' 작성 건이었다. 핵심 갈등은 명확했다. 한정된 예산을 두고 마케팅팀과 영업팀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대대적인 TV 광고와 SNS 홍보가 필요합니다. 지금 회사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고요!" (마케팅팀 김 이사)


"당장 다음 달 팔 물건이 급합니다! 기존 고객들에게 할인쿠폰을 보내고 관리하는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영업팀 박 부장)


팀장의 지시는 단호했다.


"두 팀 다 자기주장만 하고 있어. 유 대리가 우리 팀 예산 담당자로서, 양측의 주장과 근거 자료를 모아서, 감정은 싹 걷어내고 '어느 쪽이 정말 회사에 이득이 되는지'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나는 그 보고서만 보고 판단하겠네."


유 대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난번 팀장 메일 한 줄을 분석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이었다. 유 대리는 양 팀으로부터 두툼한 기획안과 참고 이메일들을 받았다. 두 기획안 모두 그럴듯한 숫자와 그래프를 포함하고 있었다. 마케팅팀은 '경쟁사 대비 인지도 하락 그래프'를, 영업팀은 '고객 재구매율 하락 그래프'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자료를 설명하는 글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케팅팀이 보낸 이메일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 경쟁사보다 한참 낮은 인지도를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는 근시안적 태도를 버려야 할 때입니다..."


영업팀의 이메일도 만만치 않았다.


"... 뜬구름 잡는 공허한 외침으로 귀한 예산을 낭비할 수 없습니다.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일 뿐입니다..."


유 대리는 지난번의 교훈을 떠올리며 '숫자'만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느 숫자가 '진짜'인지 혼란스러웠다. 양측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숫자만 교묘하게 편집해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데이터만 보라'는 AI의 조언이 무색하게, 그는 다시 '감정의 안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는 다시 '이모콘' 앱을 켰다. 유 대리는 두 팀의 핵심 주장이 담긴 이메일과 기획안 요약본을 '텍스트 분석 모드'에 넣었다. AI의 첫 번째 분석 결과가 떴다.


감정 분석: 양측 모두 '높은 불안감' (60%) / '적대감' (30%)
의도 분석: '설득 및 자기주장' (90%)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양측이 매우 감정적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정작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알 수 없었다. 유 대리는 실망하며 화면을 끄려 했다.


그때였다.


유 대리는 분석 모드 하단의,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버튼을 발견했다.'고급 분석: 숨은 의도 검사하기 (Beta)'


'베타 기능이라... 어떤 것 보다도 낫지 않겠어?'


유 대리가 '숨은 의도 검사'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AI가 양측의 주장을 놀라운 방식으로 분해하기 시작했다.


AI의 분석 결과: 숨은 의도 검사

마케팅팀 주장 분석:

"경쟁사보다 인지도가 낮다" → 데이터: 사실 (Fact).
"그러므로 대형 광고가 시급하다" → 숨은 의도: '성급한 결론' (인지도가 낮은 원인이 꼭 광고 때문만은 아닐 수 있음. 제품 문제일 수도 있음).
"눈앞의 이익에 매몰됨" → 숨은 의도: '상대방 깎아내리기' (영업팀의 주장을 일부러 나쁘게 표현함).

영업팀 주장 분석:

"고객 관리 시스템 도입 시 재구매율 15% 상승" → 데이터: 사실 (Fact) (과거 비슷한 사례).
"그러므로 고객 관리가 최우선" → 숨은 의도: '급한 불만 끄기' (장기적으로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위험을 무시함).
"뜬구름 잡는 외침" → 숨은 의도: '무시하기'.


유 대리는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깨달았다. 두 팀 모두 '사실(숫자)'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감정(잘못된 주장)'과 교묘하게 뒤섞어, 자신들의 결론을 정당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AI는 그 '사실'과 '주장'을 완벽하게 분리해 낸 것이었다. 유 대리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그는 AI가 분석해 준 '잘못된 주장 리스트'와 '객관적인 숫자'만을 분리하여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감정적인 수식어를 모두 걷어내고, 오직 '이모콘'의 언어로만 보고서를 채웠다.


그가 작성한 최종 보고서의 요약은 이러했다.


마케팅팀 주장 검토: '인지도 하락'은 사실임. 단, '광고 = 인지도 상승'의 직접적인 증거가 더 필요함. ('성급한 결론' 지적)

영업팀 주장 검토:'고객 관리 효과(재구매율 상승)'은 사실임. 단,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위험'에 대한 대비책이 빠져 있음. ('급한 불만 끄기' 지적)

결론 (제3의 대안):A안(마케팅 100%), B안(영업 100%) 모두 리스크 존재. "일단 급한 불(영업)을 끄는 데 60%의 예산을 쓰고, 나머지 40%로 장기적인 준비(마케팅)를 시작하자"는 대안 제시 필요

보고서를 제출하자, 30분도 안 되어 팀장이 유 대리를 불렀다.


"유 대리. 자네... 이 보고서 어떻게 썼나? 내가 딱 원하던 거야. 역시 우리 팀 예산 담당자답군. 감정은 싹 빠지고 사실과 논리만 있군. 좋아. 이 보고서 기반으로 회의를 진행하지."


유 대리는 AI의 도움으로 단순한 숫자 오류를 잡는 것을 넘어, '감정이 섞인 주장'을 분리하는 법까지 배운 것에 스스로 놀라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다음 날.


유 대리는 차가운 공기가 가득한 회의실 테이블 앞에 섰다. 마케팅팀 김 이사와 영업팀 박 부장의 굳은 표정이 그를 압도했다. 그는 보고서 브리핑을 준비하며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또다시 AI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그의 고민이 깊어졌다. 과연 그는 이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