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숲 3주 차] 위가 아니라 옆을 보며 걷는 10년

27년 차가 37년 차에게 보내는 편지

by 유블리안

27년.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을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냈다.


처음 브런치 시작 하고 첫 연재가 '대기업에서 정년까지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브런치북이었다.

한 차례 에디터픽, 그리고 시간대별 인기글에도 올라갈 정도였다.


https://brunch.co.kr/brunchbook/officelifebig


이제는 끝이 보일 법도 한데, 내게는 아직 10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 있다.
​신입 사원 시절의 10년은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시간이었고,
중간 관리자 시절의 10년은 위로 올라가기 위해 아등바등 기어오르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회사 생활의 마지막 챕터, 남은 10년은 어떻게 버텨야 할까?


​나는 오늘, 10년 뒤의 나에게 ‘더 이상 올라가려 애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나온 27년은 뾰족한 송곳처럼 나를 갈고닦아 위를 뚫고 올라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나를 넓게 펼쳐 곁을 내어주는 시간이기를 바란다. 높이 자라기보다, 뿌리를 깊게 내리고 가지를 넓게 뻗어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처럼 말이다.



​첫째, 성과보다 사람을 남기는 사람이 되자.


실적 그래프를 1% 더 올리는 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힘들어하는 후배에게 커피 한 잔 건네며 등을 두드려주는 선배가 되자. 10년 뒤 내가 회사를 나설 때, 내가 올린 매출보다 내가 베푼 따뜻함으로 기억되고 싶다.


​둘째, '지적'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지혜'를 나누는 어른이 되자.


27년의 경험은 훈수를 두기 위함이 아니라, 후배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위한 나침반이어야 한다. 내 말이 정답이라고 강요하는 대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묵묵히 길을 비춰주는 등대가 되어주자.



​셋째, 직함이 아닌 '이름'으로 존재하자.


부장, 임원 같은 직함은 언젠가 반납해야 할 빌린 옷이다. 남은 10년 동안은 그 옷의 화려함에 취하지 말고, 그 옷을 벗은 뒤에도 부끄럽지 않을 '인간 유블리안'으로서의 내공을 깊게 다지자.



​10년 뒤의 유블리안


부디 그날의 너는, 더 높은 곳에 있지 못해 안달 난 표정이 아니라,
주변을 넉넉하게 품어낸 숲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기를.
​그렇게 '넓어지는 기쁨'으로 남은 10년을 단단하게 버텨주기를 바란다.






글숲 3주차를 갈무리하며



​처음 글숲의 문을 두드릴 때는 설렘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낯설어하던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신 멤버분들 덕분에 금세 스며들 수 있었습니다.


​서로 건네는 다정한 피드백 속에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다시금 확인했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시야를 넓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은나무님과 함께 호흡을 맞춘 '공동 집필'은 제게 잊지 못할 추억과 두 배의 기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글숲에서의 시간을 거름 삼아, 앞으로 독자분들에게 재미와 울림을 주는 작가 '유블리안'으로 무럭무럭 자라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완벽한 엄마보다 행복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