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제] 과하게 의욕적인 설명러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넘치고 있어서입니다

by 유블리안


약국 문이 열리는데, 이번에는 인사부터 길게 들어옵니다.
문을 닫기도 전에 상황 설명이 시작되고,
가방을 내려놓으며 앞뒤 맥락을 정리합니다.
의자에 앉자마자 결론을 예고합니다.


아직 묻지도 않았는데, 답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걸 왜 이렇게 했냐면요…”


오늘의 환자는 조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분도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열심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피곤한 사람입니다.


오히려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분입니다.
다만 말이 끝날 즈음이면 상대의 눈동자가 이미

저 멀리 떠나 있습니다.



병명: 과다의욕 표출 증후군 (feat. 책임감 과잉)


이런 분들의 속마음은 대개 비슷합니다.
혹시 오해할까 봐, 혹시 빠뜨린 걸까 봐,
끝까지 설명해야 성의 있어 보일 것 같아서요.


그래서 배경을 붙이고, 이유를 덧대고,
예외 사항까지 챙깁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설명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핵심에서 멀어집니다.


회사에서의 동료들과의 말은
많을수록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오히려 정리된 말만이, 사람을 붙잡습니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만 사람들이 당신 말을 흘려듣는 이유는

무시해서가 아니라 이미 듣느라 지쳤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처방은 말을 줄이는 약이 아닙니다.
의욕의 양을 조절하고, 공간을 늘리는 약입니다.
오늘 드릴 약은 [과다의욕 억제제]와 [여백 확장제]입니다.


속도를 낮추세요 – 과다의욕 억제제


이 처방약은 열정을 없애는 약이 아닙니다.
앞서가는 마음에 잠깐 제동을 거는 약입니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속으로 이 한 문장만 먼저 정리해 보십시오.


“여러분, 이 이야기의 결론은 이것입니다.”


그 문장이 정리되면 설명은 자연스레 짧아집니다.
의욕을 덜 쓴 게 아니라, 의욕을 정확히 쓴 겁니다.



말 사이를 넓히세요 – 여백 확장제


설명을 다 마친 뒤
말을 하나 더 얹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때, 멈추십시오.
마지막 문장을 지우고 상대를 바라보는 겁니다.

“제 생각은 여기까지입니다.”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여백이 생기면 사람들은 끼어들 수 있고,
끼어들 수 있을 때 대화는 비로소 시작됩니다.



오늘의 한 줄 처방

“의욕은 밀어붙일수록 전달되지 않고, 비워둘수록 이해됩니다.”


당신은 열정이 문제가 아닙니다.
열정을 어떻게 놓아야 할지 무엇이 우선인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 뿐입니다.


유블리안 약사의 오늘 처방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말 하나를 덜어내고,
그 덜어낸 여백 하나를 들고나가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