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파일은 완성됐는데, 왜 조용했을까

업로드 버튼을 누르던 날

by 유블리안

전자책 파일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업로드 버튼을 눌렀습니다. 임시 저장 하고 이상유무 점검을 마치자 판매 등록 대기로 떴습니다. 드디어 며칠 뒤 판매 페이지가 열렸습니다. 표지도 보이고, 소개 글도 올라가 있고, ISBN도 정상적으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드디어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이루어낸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며칠 동안은 괜히 판매 페이지를 자주 열어봤습니다. 혹시 숫자가 바뀌어 있지는 않을까. 혹시 누군가 리뷰를 남기지 않았을까.



숫자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화면은 조용했습니다. 판매부수는 올라가지 않고 리뷰는 당연히 0이었죠.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 브런치에서 연재를 했고, 끝까지 읽어준 분들도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회수와 판매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읽어주는 것과 구매해 주는 것은 다른 선택이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파일과 상품은 다르다는 것을. 그날 이후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나는 파일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곧 상품이 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epub 구조도 정리했고, CSS도 통일했고, ISBN도 받았습니다. 모든 형식은 갖췄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장은 형식만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문제였을까. 홍보가 부족했을까. 퀄리티가 부족했을까. 며칠 동안 그 질문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누가 이걸 사야 하지?”


이미 연재로 다 공개된 이야기라면 굳이 돈을 내고 다시 볼 이유가 약했을지도 모릅니다. 파일은 완성됐지만 구매 이유는 충분히 설계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숫자가 알려준 것


판매 숫자의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고 냉정했지만 매우 정확했습니다. 실망보다는 테스트에 가까웠습니다. 이건 끝이 아니라
이제 모의고사를 치른 결과였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만드는 사람’에서 ‘설계하는 사람’으로 생각을 조금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책은 어떻게 달라야 할지. 무엇을 남겨두고, 무엇을 추가해야 할지. 파일을 넘어서 상품으로 가는 길을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낙제점이었던 모의고사 성적표는 실패라기보다 보충 수업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수업을 한 번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라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도전해 보려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 글들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파일을 만들며 설레다가, 숫자를 보며 잠시 멈칫했던 순간까지. 그 과정이 낯설지 않은 분이라면 이 기록이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먼저 한 번 부딪혀 본 사람의 흔적으로 남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