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원고
출판사를 등록했을 때만 해도 제 책을 만드는 게 전부일 줄 알았습니다.
혼자 쓰고, 혼자 편집하고, 혼자 등록하는 일.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제 원고를 한 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기분이 묘했습니다.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인데, 누군가가 나를 출판사로 본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내 책은 내가 감당하면 됩니다. 마감이 밀려도, 오탈자가 있어도
결국 제 몫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원고는 달랐습니다.
그 사람의 시간, 경험, 신중하게 쓴 문장들.
그걸 맡는다는 건 조금 다른 책임이었습니다.
처음 계약서를 쓰던 날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대표자로 서명하는 칸이 괜히 더 또렷해 보였습니다. 그 이름 아래에
신뢰가 따라붙는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편집 과정은 생각보다 조심스러웠습니다. 제 스타일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그 작가의 문장을 최대한 살리려고, 고쳐야 할 부분과 남겨야 할 부분을 여러 번 고민했습니다.
파일을 완성하고 서점 등록까지 마쳤을 때 묘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왜 이렇게 긴장될까. 아마도 그 책에는 작가 한 사람의 시간과 대표의 책임이 함께 들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출판사 등록을 했을 때는 ‘대표’라는 단어가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영입 작가님의 첫 책이 나오던 날 그 단어가 조금 현실이 되었습니다.
직원이 생긴 것도 아니고, 사무실이 생긴것도 아니지만, 누군가의 글을 세상에 내보내는 일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제 첫 책이 나왔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때도 물론 기뻤지만, 이번에는 결이 조금 달랐습니다. 뿌듯함과 함께 책임감이 같이 올라왔습니다. 누군가의 원고를 맡아 끝까지 함께 갔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책임감은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제게 남는 것이었습니다. 대표라는 이름이 비로소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고, 제가 아직 배울 게 많다는 걸
조용히 알려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감정은 지금도 제게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직 배울 게 많지만 그날 이후로 저는 제 출판사를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소중했던 만큼 작가님께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