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온 메일 한 통
어느 날 메일함에 서점 이름이 적힌 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정산 안내 메일이었습니다. 출판사를 등록하고 책을 서점에 올리는 과정까지는 어떻게든 해냈지만, ‘수익정산’이라는 단어는 그때 처음으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메일을 열기 전 순간 멈칫했습니다.
“아, 이제 정말 출판사가 된 건가.”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메일을 열어 정산 금액을 확인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난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를 보는 순간 묘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실망도 아니고 기대도 아닌
“아, 정말 책이 팔리긴 했구나.”
그 단순한 사실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책 한 권이 팔리면 어떻게 돈이 움직이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독자가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먼저 서점 플랫폼 수수료가 빠집니다. 그리고 남은 금액이 출판사로 정산됩니다.
그다음 출판사는 계약된 인세율에 따라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합니다.
말로 들으면 단순한 구조지만 메일 한 통으로 그 과정을 확인하는 순간
책이 단순한 글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 된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서점마다 정산 방식도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모 대형 서점의 경우 판매 금액이 익월 3 영업일에 당월 판매분에 대해 수수료를 공제 후 그 달 25일 출판사로 정산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독자가 책을 구매했다고 해서 그 금액이 바로 출판사나 작가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점에서 정산이 이루어지고
그다음 출판사를 거쳐 작가에게 인세가 지급되는 흐름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숫자는 그냥 제 이야기에서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이 정산 금액은 제가 아니라 작가에게 전달해야 하는 숫자였습니다.
출판사 대표로서 작가에게 인세를 정산해야 하는 순간. 그 사실이
갑자기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인세 구조에도 꽤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종이책은 인쇄 비용, 물류비용, 재고 부담 등이 있기 때문에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반면 전자책은 인쇄와 재고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종이책에 비해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 비율이 조금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인세 지급은 출판사마다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1개월,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수익 금액을 모아서 정산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가능하면 서점에서 정산이 확인되는 즉시
작가에게 인세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직 작은 출판사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방식이 서로에게 더 신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산 금액 자체는 큰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경험은
저에게 꽤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책을 만든다는 건 원고를 완성하는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야기가 흐르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는 걸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돈을 버는 일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와 출판사 사이의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아무리 많이 팔린다 해도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숫자보다 먼저 신뢰가 쌓이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