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전자책을 만들고 나서 알게 된 것들

종이책만이 책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by 유블리안


책이라는 단어의 익숙한 모습

책이라고 하면 대부분 종이책을 먼저 떠올립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서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등이었고, 새 책을 펼쳤을 때 종이에서 올라오는 새 책 냄새도 어딘가 책다운 감각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처음 전자책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저 종이책을 대신하는 또 다른 형식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읽는 책. 어쩌면 조금 더 편리한 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전자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파일 하나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고, 편집을 하고, 파일을 만들어 서점에 올리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보니 전자책은 단순히 종이책을 파일로 옮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책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재고가 없는 책


전자책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재고’라는 개념이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종이책은 인쇄를 하는 순간 이미 숫자가 정해집니다. 몇 부를 찍을 것인지, 얼마나 보관할 것인지, 그리고 그 책이 다 팔리지 않으면 어디에 쌓아둘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출판이라는 일에는 늘 조심스러운 계산이 따라옵니다. 책을 많이 찍으면 재고가 부담이 될 수 있고, 너무 적게 찍으면 다시 인쇄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하지만 전자책에는 그런 고민이 거의 없습니다. 처음 만든 파일 하나가 책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한 권이 팔리든 열 권이 팔리든 혹은 천 권이 팔리든 그 모든 책은 같은 파일에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이 구조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책이라면 어딘가에 실제로 쌓여 있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점이 전자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책이 팔릴 때마다 다시 인쇄를 고민할 필요도 없고, 재고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파일 하나가 조용히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종이책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책이 독자를 만나는 구조였습니다.



책의 유연함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전자책이 가진 수정의 유연함이었습니다.
종이책은 한 번 인쇄가 되면 내용을 고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타가 발견되거나 문장이 어색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더라도 이미 인쇄된 책을 다시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종이책에는 늘 조심스러운 마음이 따라옵니다. 하지만 전자책은 조금 다릅니다. 오타가 발견되거나 내용을 수정해야 할 부분이 생기면 파일을 수정해서 다시 업로드하면 됩니다.

그러면 새로운 파일이 서점에 다시 등록되고 업데이트가 이루어집니다. 이미 책을 구매한 독자도 기존 파일을 삭제하고 다시 다운로드하면 수정된 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이 구조가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이라는 것이
한 번 만들어지면 그 모습 그대로 남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자책은 필요하다면 조금씩 다듬어 가며 책을 완성해 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종이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책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자책을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여전히 신중해야 합니다.

오히려 전자책을 만들면서 더 꼼꼼하게 살펴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혹시라도 놓친 부분이 발견되었을 때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작가와 출판사 모두 조금은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만약의 상황이 생기더라도 책을 다시 다듬을 수 있다는 여유. 전자책은 그런 점에서 조금 더 유연한 출판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이 움직이는 방식

결론적으로 전자책을 만들기 전에는 책이라는 것이 늘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만들어 보니 책이 독자를 만나는 방식은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종이책이 가진 매력은 여전히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자책 역시 전자책만의 구조와 장점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전자책이라는 형식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을 만드는 과정이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파일 하나를 만드는 일보다 그 책이 실제로 서점에 유통되고 독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전자책을 유통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일들과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조금 더 풀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