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빠른 기차 속에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

델리만주 향기와 스쳐 가는 창밖 풍경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by 유블리안

월요일의 퇴근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짧은 영화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월요일이 끝났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운전대 대신 기차에 오른다.


처음에는 시간을 맞춰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기차 출퇴근이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불편할 줄 알았지만, 막상 타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기차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으면 늘 지나던 익숙한 풍경도 어딘가 여행을 가는 것처럼 조금 낯설고 새롭게 다가온다.


빠른 속도로 휙휙 스쳐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고, 그 사이로 가끔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풍경들은 지친 마음에 잔잔한 편안함을 안겨준다. 하루 종일 나를 조급하게 했던 일들도 뒤로 밀려나며 고단했던 퇴근길의 마음이 한결 느슨해진다.


델리만주 향기가 건네는 다정한 위로


퇴근 무렵,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가는 동안 나의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있다. '델리만주.' 달달하면서도 허기를 달래주는 간식 중 하나다. 얇은 종이봉투를 들고 기차를 타러 가는 동안에도 냄새는 나를 자극했고, 기차에 타서 자리에 앉아 있는데 더욱 진하게 풍겨오는 델리만주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뭐라고 나를 웃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나를 물고 또 입에 넣다 보니 옆에 앉아있던 꼬마 아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몇 개 안 남은 간식을 꼬마에게 건넸다. 같이 앉은 엄마는 한사코 사양했지만, 아이의 손은 이미 나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렇게 달콤하고 다정한 위로 속에서 가만히 노트 앱을 켠다. 평소 같았으면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운전하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시간인데, 이제는 오롯이 글을 쓰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몇 줄의 글을 적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쫓기듯 같은 방식으로만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느리게 가보고 잠시 멈춰보니, 그제야 비로소 온전한 내 시간이 생겼다.



흔들리는 기차 안, 온전히 나로 돌아오는 시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쫓기듯 같은 방식으로만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느리게 가보고 잠시 멈춰보니, 그제야 비로소 온전한 내 시간이 생겼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기차에서의 짧은 시간에 짙은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이 흔들리는 공간과 시간이 바쁜 일상 속에서 허락된 유일한 휴식이자 나를 마주하는 특별한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한 출퇴근길이 아니라 다정한 여행길이 되어버린 이 시간 속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나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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