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하루

목요일을 맞이하는 하루의 시작

by 유블리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이었는데 벌써 목요일이다.


목요일은 늘 기분이 묘하다.

유난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해야 할 일은 분명히 남아 있는데, 몸보다 마음이 먼저 멈춰버리는 날이다. 의욕은 바닥에 내려앉고, 작은 일 하나에도 괜히 한숨이 길어진다. 그런 날이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왜 이렇게 축 처지는 걸까, 왜 예전보다 쉽게 지치는 걸까.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마음은 나태해서 생긴 게 아니라 오래 버틴 사람에게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쉼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매일 해야 할 일을 해내고, 관계 속에서 마음을 쓰고, 웃기 싫을 때도 웃어야 하고, 참아야 할 때 참아내며 살아가다 보면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닳아간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 한쪽은 이미 많이 지쳐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목요일의 무기력은 때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의 표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오래 애쓴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정 말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속에는 사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투정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조금 쉬고 싶다는 조용한 호소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그런 날이 오면 괜히 자신을 다그쳤다.

이 정도로 지치면 안 된다고,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한다고, 다들 이렇게 사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된다. 사람은 기계처럼 늘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없고, 마음에도 분명한 날씨가 있다는 사실이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고, 이유 없이 축축하게 젖는 날도 있다.


중요한 건 그런 날의 나를 함부로 미워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조금 느슨해도 괜찮다고, 오늘은 잠시 힘을 빼도 된다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버텨왔다고 말해주는 일.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을 스스로에게 먼저 건네는 일 말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목요일에는 거창한 위로보다 사소한 허락이 더 필요하다. 일찍 눕는 것, 따뜻한 커피를 천천히 마시는 것, 말수를 조금 줄이는 것, 해야 할 일 몇 개를 내일로 미루는 것. 세상을 대단하게 살아내지 못해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건너는 일만으로도 충분한 날이 있으니까.


어쩌면 지친 한 주를 마무리한다는 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일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을 만큼만 걸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잠시 멈춰 숨을 고르더라도, 결국 우리는 또 자기 자리까지 가게 된다. 그러니 오늘의 무기력을 너무 오래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마음 역시 한 주를 살아낸 흔적일 테니까.


오늘은 목요일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하루.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충분히 애쓴 한 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