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탁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
교사가 막 되었을 때, 나 자신에게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학생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두려움이었을까, 아직 사회화되지 못한 20대 중반의 루트였을까.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다 내뱉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였고, 꼭 전달해야 할 것들마저 종종 놓치는 때가 있어 스스로 아쉬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글을 쓰자’였고, 붙인 제목이 ‘담임의 소리’였다.
25살, 교직 첫해부터 마지막 퇴직까지 감사하게도 ‘담임’이라는 귀한 일을 주셔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때로는 잔소리 같기도, 때로는 실없는 소리 같기도 했던 내 이야기들을 교직을 떠난 지금에서야 다시 소리를 내본다. 이제 내 앞에 학생들은 없지만, 여전히 그 미세한 떨림을 간직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