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의 소리 01
1학년 7반에게
1. 여러분의 열일곱 살을 보며 나의 열일곱 살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가진 직업의 행운이에요. 여러분도 언젠가, 직업을 갖게 된다면 나름 나름의 행운을 찾아보길 바라요. 그 재미가 의외로 삶의 중심을 세워줄지도 모르거든요.
2. 열일곱 한복판에 서있는 여러분들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있나요? 마주하는 사람들과 현상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궁금증을 갖고 살아가고 있나요? 10대의 궁금증은 20대가 되어 상상력이 되고, 30대가 되면 가치관이 되어요. 그렇기에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은 궁금함이며, 무엇이 궁금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해요.
3. 상담을 할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어요. 바로 '관심사'에요. 요즘 어떤 것이 재미있고,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는지 세세하게 물어봐요. 공부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진로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다양한 환경이 시도 때도 없이 강요할 테니까요. 하지만 관심사가 없는 열일곱은 멋있지 않아요. 관심사가 없는 열일곱은 곧 질문하지 않는 10대이며, 죽어있는 20대이며, 무기력한 30대거든요.
4. 열일곱 살이라면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보다 스스로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고,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해요. 매일매일 자신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쉽지 않죠. 하지만 정해진 답은 하나도 없고, 심지어 답이 없는 질문도 있어요. 끝없이 물어보세요. 저 또한 여전히 질문을 하고 있으니까요.
5. 30대 중반이 된 지금, 열일곱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것 역시, 스스로 물어봐야겠습니다. 너는 지금 행복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