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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Feb 22. 2022

그러면,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침묵의 교육

그러면,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1. 학기 초, 분주한 상담의 끝자락, 선생님한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더니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되돌아왔다. '어디 한번 맛 좀 보세요' 같은 질문이었다. 누군가의 꿈을 물을 때는 기대감에 흥분도 한 것 같은데, 정작 나의 꿈을 물으니 씁쓸하다. 놀랍게도 25살의 나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그리고 상담은 끝났다.


2. 휴학 1년을 제외하면 나는 대학을 2월에 졸업하여 3월에 교사가 되었다. 사립학교에 정교사로 채용이 되었으니 주변에서는 축하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마치 내 인생이 축제의 한 복판에 놓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1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눈치챘다. 나는 학교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3. 14살, 중학교 1학년. 뜨뜻미지근하게 살아오던 짧은 인생에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꿈이 생겼다. 얼음 위에서 누구보다 멋있게, 빠르게 미끄러지고 싶었다. 16살, 중학교 3학년. 넘어진 발목의 인대는 나를 꽁꽁 붙잡았고, 자주 어두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17살, 고등학교 1학년. 재활의 시간은 1년을 채워가고 있었고, 의사 선생님은 100% 회복이 어렵다는 말을 미안하다며 건네셨다. 얼음 위에 올라온 나는, 스케이트 날을 더 이상 세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꿈은 바삭, 소리를 내는 낙엽 같았다.


4. 그 이후로는 여느 이야기처럼 흐리멍덩하고 불안정한 시간들을 속절없이 보냈다. 종종 기쁘고, 왕왕 슬펐으며, 대부분의 시간은 공허했다. 줬다 뺐는 게 어딨냐며 탄식하다가도, 꿈을 꾸었던 내 모습이 정말 꿈만 같아서 이따금 울적하기도 했다. 


5.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꿈인 줄도 몰랐다. 교직 이수로 다녀온 교생실습에 누구나 걸리는 '교생병'에 걸렸나 싶어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해야 하는 무언가를 찾기에 마음이 급한 대학교 4학년이었다. 하지만 밤마다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눈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함께 웃었던 것들에 다시 한번 웃는 나 스스로가  너무 웃겼다. 그래, 이게 꿈이잖아. 이게 꿈이지 뭐야. 


6. 학생들을 다시 마주하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행복했다. 학생들 앞에 나는 당당하게 교사라는 이름으로 섰을 때, 나는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정말 그것만이 행복했다. 


7. 9년이 지난 지금, 25살의 내가 선생님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것을 기특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진실의 침묵이었다. 교사라는 자아로 답할 수 있는 화려한 꿈은 많지만, 나 자신으로서 답할 수 있는 꿈은 없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나는 그때에 진짜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줬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나는 참 다행이다. 


8. 나는 종종 학생들 눈을 보며 많은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행불행으로 채워진 눈망울에서 때로는 기시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불안, 나의 좌절, 나의 방황, 나의 외로움, 나의 열일곱. 2013년 3월,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던 열일곱은 어쩌면 나 자신이었을까. 그래서 나는 답을 하지 못한 걸까. 그래서 나는 너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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