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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Aug 13. 2022

선생님, 잘 지내세요?

가슴 벅찬 안부인사는 너희들만 할 수 있다.

 선생님, 사회생활 꿀팁 좀 알려주세요! 


- 흠, 글쎄요. 알맞은 시기에, 적절한 인사로, 주변에 소식을 나누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은데요. 무소식이 희소식이 결코 아니거든요. 


졸업 후,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열아홉이 묻기에, 사회생활에 이제 막 익숙해진 스물일곱이 대답한다. 그 이후에도 몇 번씩 사회생활에 겁먹은 열아홉이 자주 물어왔고, 그럴 때마다 같은 뿌리의 대답을 내놓았다. 자주 인사를 나누라고. 수업 시작을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마음으로 한 귀여운 질문인 줄 알았는데, 지금도 때마다 소식을 전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울컥한다.





연말과 연초, 스승의 날이나 생일, 아니면 정말 평범한 어느 날. 그렇게 학생들은 소식을 전해온다. 연락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는 날이 좋기에, 그래야 덜 마음이 쓰이니까, 특정 시기에 연락은 더욱 매몰차게 온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을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았던 존재들이 불특정 한 시간을 보내고 전해오는 소식은 내가 그들에게 했던 교육의 결과이기도 하다. 내가 학교에서 쏟았던 시간들이 진짜로 평가되는 시간. 학생들이 사회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며 내 교육을 직면한다. 대부분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 못해 미안하고, 졸업 후에도 세심하게 챙겨주지 못해 또 미안하다. 교사는 왜 이렇게 미안한 게 많은지, 학생들만 보면 고개가 조아려진다.


대학과 직장에서, 또 직장과 대학에서의 시간은 순탄하지 않다. 모두가 그렇고, 또 겪어야 할 시간이지만, 너희들은 내가 겪은 것에 비해 조금은 무탈하길, 조금은 용감하게 견뎌내길 바랐던 것도 내 욕심이다. 견딜 수 있는 용기도 내가 학교에서 알려줬어야 했는데, 대체 난 교실에서 무엇을 떠든 것일까. 그런 것들만 생각하면 교사를 관두길 잘했다 생각도 든다. 어찌나 무능력한 것들만 떠오르는지. 


그럼에도 학생들이 전해오는 여러 모양의 실타래들은 둥글고 따뜻하다. 그래서 작게나마 숨죽여 안심한다. 





선생님, 잘 지내세요? 보고 싶어요.


사람마다 발작 버튼이라는 게 있다던데. 나는 그런 것 같다. 누군가의 '보고 싶음'이 나에게는 발작 버튼 마냥 마음이 움찔해진다.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미성숙한 인간이 되는 느낌이다. 특히 학생들에게서 전해지는 마음은 더 그렇다. 당장 나 스스로만 봐도 고등학교 때 만났던 선생님들께 안부인사조차 드리지 못한 게 몇 년인데. 나의 존재를 잊지 않고 연락해주고, 소식을 전하고, 마음을 전해준다는 그 일련의 사건들은 한 개인에게 우주적인 이벤트다. 


그래서 요즘은 나도 학생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생일이라고 뜨면 연락하고, 생각이 나면 연락을 한다. 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땐, 나의 그런 행동들이 특정 인물에 대한 편애로 보일까 일절 금했던 행동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것도 없다. 한 개인으로서, 인격체로서, 한때 만났던 교사로서 더 주지 못함을 갚아나가고 있다. 그것이 나는 또 하나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 그 세계에 잠시나마 입장하는 것, 누군가의 한 때를 목도하는 것. 교사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쩌면 평생 받을 복을 벌써 다 받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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