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쉴새없이 미어터지는 날은 생각만큼이나 불규칙적으로 들이닥친다. 문득. 불쑥. 난데없이. 만원인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만원인 지하철에 환승하는 것만 같은 기분으로 생각의 장르가 바뀌든 분위기가 바뀌든 결국 만원인 건 똑같아서 금방 지치게 된다. 고개를 설레 저었다. 활자를 바라보아도 정보는 내 눈을 빗겨나가 귀 옆으로 사락 빠져나간다. 자리가 없다. 수조 안에 그득히 들어찬 모래와 같다. 무겁다.
오늘도 여지없이 하늘은 묵묵한 납빛을 하고선 눈을 감고 있었다. 하늘은 비도 내리지 않고 빛도 내비치지 않은 채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런 하늘을 나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에 마저도, 몸도 하늘도 움직이지 않는데 머리 안에서는 형성도 채 되지 못한 생각들이 흘러간다. 조금 피곤하다 생각한다. 눈을 한 번 감아보니 생각보다는 조금 더 피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 꾹꾹 들어차서 결국엔 있으나 마나 의미 없는 모양새가 되었다. 생각이 있었다는 것부터가 인식하기 버거운 나는 뱉어내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렇게 했더니 이젠 무얼 뱉어내야하는가 다시 생각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생각하지 말라고, 머릿속의 모래를 좀 파내자고 시작한 것에 또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이 안 되는. 일을 참 더럽게도 비효율적으로 한다. 머쓱해졌다.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생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내 생각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 인간이란 본래 의심이 많은 생물이라 함이 틀린 말은 아닌 모양으로, 나는 아마 그런 인간의 대표적인 예시라 믿는다. 의심. 내 것이 아닌 생각도 내 것이라 착각하는 마당에 내가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글쎄요. 나는 생각 앞에 한없이 약한 사람이라. 내가 만약 최고의 무장을 갖추고, 견고한 성을 쌓아뒀다고 해도 생각 앞에서는 부서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부숴버리고 말 것이다. 생각만큼 날 쉽게 휘두르는 것이 없다. 나는 이미 생각의 노예일지도 모른다. 생각이라는 틀 안에 스스로 복종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문득 생각해보면 왜 생각을 상대로는 투지를 발휘할 마음부터 가진 적이 없는 건지 신기한 일이다. 생각을 이기자. 이성에 일격을. 이성에 일격을. 이성에 일격…을.
이 모든 흐름을 지켜보던 무거운 머리는 영 재미없이 따분한 듯 내게 하품할 것을 명령했다. 그저 시키니 따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