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도 난, 자존심과 싸웁니다

- 시작하며

by 유연

살면서 문득문득 마음 다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매번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위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품위를 지키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지만,

상처 난 자존심은 눈빛이나 표정 말투에 금세 본모습을 드러내고야 말죠.


/너, 기분 나빠?

/아냐. 무슨 기분 하나도 안나빠. 그까짓 일에 기분 나빴으면 기분 나쁠 일 천지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처 난 마음이, 위축된 상황이 더 큰 보폭을 그리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누구는 긍정적으로 승화해서라고 할 것이고, 누구는 오기를 부린 탓에 얻어걸린 거라고 할 테지만,

저는 숱하게 싸워 쟁취한, 나를 딛고 일어서려는, 쓸데없는 자존심과 싸우고자 한, 묵직한 마음 때문이라고 감히 믿고 있습니다.



인생 책으로 쓰면 장편 소설 여러 권은 나오다던 선배들을 볼 때마다, 무슨 소린가 했는데

제가 살아보니 이해가 됩니다.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이걸 글이라고 썼냐는 핀잔을 시작으로

네가 아직 세상을 잘 몰라서 그런다며 입만 열면 잘난 척을 일삼던 상사까지

얼치기 청춘이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 울고 웃던 시절을 지나면서 그저 따뜻할 거라 여겼던 세상이

실상은 전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술자리에서 일찍 들어가라고 따돌림하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후배들과

해외 어느 대학에서 박사를 땄냐며 느닷없이 영어로만 말을 하던 이까지,

사람으로 인해 얻은 이런저런 상처와 분노는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게 사람 일이다라는 냉소로 무장하게 만들었죠.


다 그러하듯, 지나 보니 참 별거 아닌 일들이었지만

왜 그땐 온통 나를 그 일이 지배했던지, 가끔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습니다.

재미난 건 그런 인간 군상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 더하면 더했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구멍이 숭숭 뚫린 마음을 부여잡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순간순간 겪는 마음의 고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여기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남들은 타고난 강골인지 알지만, 외유내강이 아닌 외강내유형 인간이라는 걸 누구보다 저 자신이 알았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어떻게 견뎌라, 어떻게 극복했다.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매 순간순간 자존심에 금이 간다고 여겨졌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담백하게 글로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이틀 전에도 마음 상한 일이 있었지만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산전수전 겪으며 마음에 붙은 군살은 어느덧 자리를 잡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음을 기억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