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낭비 감정낭비 연애썰 3

아닌 건 끝까지 아닌, 확신이 없는 관계

by 딱좋은나

시간이 흘러 그사람을 알게된지 5년째가 된 어느날이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던 중이었다.


"이 미친년아! 마트 사람들이 니보고 뭐라 하는지 아나!"


나를 그 마트에 아르바이트하게 해주었고, 졸업 후 그 마트의 직원이 된 친구가 어느 날 전화통에 대고 소리를 꽥 질러 왔다.


"어?! 아 아~~~~ 대충 알겠네. 뭐, 파트너라 하겠지.

솔직히 파트너라 하기엔 그닥 몸은 맞는게 아니긴 한데."


자존심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했다,

최대한의 인내심을 모아 철렁한 가슴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며.


"와이...씨. 이거 진짜 미친년이네. 니 그런 소리 도는거 알면서도 아직 그 사람 만나나?"


순간 울컥했다.

며칠 전 몇 달만에 나는 그와 잠시 만났고, 나는 그 덕에 남자친구와 이별을 한 터였다.


"야, 말은 바로 해라 캐라. 내만 지한테 파트너가. 그래치면 지도 내한테 파트너지.

딴 사람들보고 괜히 남말 하지 말라 그래라. 연애를 하든 파트너를 하든 지들이 뭔 상관이라고."


"돌았네. 돌았어. 니 진짜 그 사람 그만 만나라, 이 미친 또라이야!

그런 소리 저런 소리 니는 아무 상관 안해도

나는 니 모르는 사람들이 니한테 그런 소리 하는 거 듣기 싫다!"


아주 아주 내 절친다운 말에 나는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있지도 않은 내 명예가 실추되어 내가 우스워 지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를 친구로 둔 내 친구가 우스워졌다.

마트 사람들에게서 내 얘길 전해듣고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근데도 친구는 내가 지 친구라 부끄럽다며 나를 질책하는게 아니라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를 위하는 친구 말 한 마디가 머리와 심장에 콕 박혔다.


"알았다, 가스나야. 인쟈 니한테 허튼 소리 안 들어가게 할테니까 고마 끊고 일해라."


사랑에 미친 것도 아니건만 갖지못한 오기에 미친건지 집착에 미친 건지.

놓지 못하는 그와의 관계를 친한 친구 입에서 듣고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까지도 포기 하지 못했던 관계를 말이다.


호주로 간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와 몸이라도 그와 멀어져 보려고 간 것도 있었다.

마음에서 멀어지려고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도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었다.

그와 어영부영하며 꽤 긴 시간 보지 못했고, 그 기간동안 나와 조건적으로 잘 맞는.

다른 대학원을 다니던 연인이 생겨 난생 처음 보통 평범한 연애를 일 남짓 하던 때였다.

그 연인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나는 그를 만나러 갔다가 들켜 관계가 어그러졌다. (물론 그 날 우리는 술만 딱 마시고 깔끔하게 헤어졌다.)


그렇게까지나 놓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사랑하는지도 모르겠고, 사랑받는지도 모르겠는.

그와의 확신 없는 관계를 끊기지 않을 정도로 붙잡고 있음에 안도했었다.


아주 가끔 그가 보이는 진심 없는 말과 행동을 착각하며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 현실을 부정하면서까지 그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미련한 나 때문에 단단히 쪽이 팔렸을 친구를 생각하자 무안하고 미안하고 부끄럽고 기분이 더러웠다.

친구 앞에선 호기롭게 대답을 하고 당당한척 했음에도 말이다.


"나쁜 새끼. 사람을 끝까지 비참하게 만드네."


그렇게 5년 동안 하려고 해도 절대 안되던 마음의 정리가 단박에 되었다.


이 사람은 절대 아니라 했던 이성의 편으로 혹시 하던 감성이 역시 하며 즉시 넘어왔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그의 소식은.

그는 결국 그렇게나 사랑했던 전 여자친구와 결국엔 다시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이제와 그의 마음에 뿌리내리지 못한 새로운 사랑이 되지 못한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까지도 나는 그 때 그가 나를 무슨 생각으로 만난 건지, 그 속마음은 좀 궁금하다.


데리고 놀기 좋아 그냥 몇 번 만나 준 것이란 걸 알기는 하지만,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그의 잠깐 동안의 진심이 모두 거짓이었을까 묻고 싶다.


그냥 순간에 충실한 사람에게 내가 너무 많이 기대한 거란 걸 알면서도 그의 입으로 단 한 번도 나에 대한 감정을 직접 듣지 못해 여전히 궁금하다.


몇 번을 만나도 확신이 없던 관계일 만큼 우리가 서로에게 진심이 없었던가.

나는 적어도 한 발짝은 진심으로 그에게 걸쳐두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 당시 어렸던 나는 감정 낭비를 하고

나보다 어른인 그 사람은 돈 낭비를 하며

서로서로 시간 낭비만 한 것인지.


더 솔직해지자면, 그사람을 떠올리는 이 순간.

나는 그사람도 나에 대한 감정낭비가 조금이라도 있었길 바라고 있다.


나는 그때 확신 없는 그사람과의 관계로 시간 낭비 감정 낭비를 한 덕에, 이렇게나 부끄러운 과거를 꺼내어 놓아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 그 건 그사람에게 고맙기도 하다.

적어도 진심 없이 나를 잡아두고 애정 없는 고통스런 삶으로 몰아넣지 않아줘서.


하지만 그사람과의 관계 같은 건 두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그 누구에게도 이런 애매한 관계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



아닌 건 끝까지 아니더라는 연애 공식.

고쳐쓰지 말고 버리세요.

내 남편 고쳐 쓰려 용쓰다 보니 골병이 들었어요.


누군가 과거의 나처럼 지금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제발 끊어내시길 바랍니다.

그깟 인연 끊어져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우리의 인연이 끊어진 후에야 그도 그의 여자에게 돌아갔지만, 저는 남편을 만나 연애도하고 결혼도 했습니다!


(물론 이혼도 했지만 여전히 내 사랑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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