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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Aug 25. 2023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구?

낳은 김에 키웁니다 25

아침부터 먹으라는 밥은 먹지 않고 아들이 운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운다.


가뜩이나 늦잠을 자고 일어나

탱탱 부은 얼굴에 눈물까지 더하니,

잠이 올 때나 나오는 쌍꺼풀까지 억지로 생겼다.


요즘은 워낙 애들이 빨라서

미운 네살에 미친 일곱살이라더니....


그 중간인 여섯살에 있는 아들은

'미치기 딱 일보 직전'인 듯 하다.


드센 누나들 사이에서 순하게 느껴진 아들의 패악이 점점 참기가 힘들어져가는 걸 보니 말이다.


오늘 아침에도 눈물로 패악을 부리고 앉았다.


아....

'이녀석은 제정신이 아니다. 반쯤 미친 여섯살이다.'

하며 아무리 내가 아량 넓게 이 이유없는 짜증과 눈물을 이해해보려고해도 도저히 불가능이다.


나 역시 새벽부터 나간 남편학교 가는 딸들의 아침식사를 만들고 먹이느라 진이 좀 빠졌때문에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취향 다른 식구들 덕에, 아들의 늦잠 덕에 세 번째 밥상 대령이니 지칠만도 하다.)


잘 차려주고 졸지에 영문도 모른 채 아들놈의 눈물이란 날벼락 맞았다.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예뻐하는 아들 아닌가?

억지로 깊이 심호흡을 하며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안고 등이며 엉덩이를 토닥이며 달래는데도 운다.

계속 운다.

귀가 아플 지경이다.


소리없이 서럽고 구슬프게 우는 거라면

가뜩이나 우는 것도 이쁜 막내이니

어미가 사랑의 힘으로 눈물도 아까워하며 다 빨아먹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오늘 아듣의 눈물은 보는 나까지도 짜증스럽다.

지금 내 아들놈은 정말 개짜증이란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 

온 얼굴로 짜증을 표현하며 울고있다.



도대체 왜 우냐고.

우는 걸 달래기는 커녕 더 열을 돋궈버려 왕창 울리는 제 엄마인 걸 모르지 않으면서 겁도 없이 운다.


하아............................................ 이걸 어쩌지?


두드리다 지친 내 손은 어느새 우는 아들놈의 사진을 찍고 있다.

찍든지 말든지 제 얼굴이 어찌 기록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은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그동안 아들 준다고 데워서 갖다바친 국은 이미 다 식어버렸지만, 내 마음은 열이 올라 절절 끓었다.


"다 울고 이야기 해!"


안고 있던 아들을 내려놓으려고 하자 그제야 가느다란 팔에 힘이 들어가며 나를 더욱 꽉 안는다.

협박을 하고 짜증을 내고 화가 나도 제 딴엔 그래도 엄마 품이 최고인 듯 하다.

열이 끓어올랐던 마음이 살짝 누그러졌지만 아직은 여전히 뜨겁다.


"아!!!!! 진짜!! 더는 못참겠네, 야! 니 왜우는데!

왜 아침부터 이유 없이 우냐고!!!!!!! 도대체 왜!!!"


인내심이 바닥난 내가 소리를 지르자 아들이 눈을 맞추어오더니 더 섧게 운다.


"말 안할 거면 내려가라!!!!! 내 지금 바쁘다!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해야된다!

니는 밥 먹지 말고 지금처럼 계속 울기만 해라이!"


사투리 경보가 나왔다!

나의 협박에 그제야 힘겹게 우는 이유를 꺼낸다.


"..............언니가.... 언니가................으흐흑..."


언니가. 라는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바쁜 아침에 아들의 울음을 참으며 황금같은 20분을 인내했다.

딸들 같았으면 한 대 쥐어박고 방 한 구석에 몰아넣은 뒤 다 울고 나오라 했을텐데,

그래도 아직은 나름 보드랍게 대하는 막내라 내 성질에 많이도 참았다.


"첫째가 뭐!?"


(아들은 둘째가 첫째를 부르는 것처럼 첫째를 언니라 부르고, 둘째를 누나라 부른다.

아무리 누나라 가르쳐도 언니라 부른다.

고추 달린 너는 남자라서 누나라 불러야 된다고 하면 네하고 대답을 잘 하다가도, 불러봐 하면 큰 애는 여전히 언니 작은 애는 누나이다.)





오늘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난 막내를 억지로 깨워 안아든 후 식탁까지 데려온 첫째는 진즉 학교에 가고 없다.

혹시나 학교에 가기 전에 막내를 괴롭힌 건가 싶어 되묻는 내 목소리엔 의심이 가득 차 있다.

분명히 아까 둘이 안고 뽀뽀하고 분위기 좋았는데, 내가 못본 새 막내를 괴롭힌건가 싶어 눈이 뾰족해졌다.


"언니, 보고싶어!"


"뭐라고?"


"언니가 보고싶다고!"


"니 지금 큰누나 보고싶어서 우는 기가?"


내 물음에 아들은 서럽게 울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 씨................. 정말 육성으로 욕이 나올 뻔! 했다.


"야! 좀 전에 누나 학교 갔잖아! 누나 지난 주에 개학해서 이제 아침마다 학교 가잖아!

깨워서 여까지 델꼬오고. 인쟈 학교 가서 없는데 뭘 벌써 보고 싶어? 큰 누나는 니가 어린이집 갔다오면 집에 와 있겠구만."


좀 전까지 봤고, 몇 시간 뒤면 또 볼 누나가 보고싶어서 20분을 넘게 울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나처럼 내 동생을 일년에 몇 번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나랑 내 동생만큼 지들이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면서.

한 집에 살고 한 방에서 자면서 보고싶다고 우는, 참으로 이상한 동기애이다.

참고로 이 아들놈은 몇 일을 떨어져있어도 엄마인 내가 보고싶다고 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언니가, 학교 갔다와서 재밌게 놀자고 했단 말이야.

근데 나는 지금부터 언니랑 놀고 싶어. 엉엉.

엄마. 나 오늘 어린이집 안가고 집에 있다, 언니 학교 갔다 오면 같이 놀래. 응?"


울다가도 또박 또박 제 할말을 하는 아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배신감도 느껴졌다.

누나를 기다렸다 놀고 싶어 어린이집을 안가겠단 아들의 말에, 내 표정이 결국 썩었다.

살다 살다 별 해괴망측한 소릴 다 듣겠다는 듯 어이 없다는 듯 가만히 쳐다만 봤다.


"안돼?"


"좋은 말로 할 때 어린이집 가라. 밥도 안 먹고 아침부터 왜 우냐 했더만. 이게 헛소릴 하고 앉았어!"


결국 나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고, 아들놈은 밥 숟가락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내게 쫓겨나 욕실로 갔다.


"니가 울 힘도 있고 배는 안고파서 밥 안먹고 그러고 있었지! 어디 배 고플때까지 쫄쫄 굶어 봐.

어디서 어린이집 안가려고 수작을 부리고 있어!

너는 밥도 먹지 마! 배 고프면 어린이집 가서 먹엇!!!밥 안 줘!"


"아니야, 밥 먹을게. 밥 먹을 거야"


"됐거든! 결국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고 불고 한 거였구만!"


"아니야, 진짜야. 언니가 보고 싶어서 운 거야!"


밥 안준다 소리에내내 손에들고있던 칫솔을 입에 물었다.

막내는 또 서러워졌는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지금부터 어린이집 갈 때까지 한 번만 더 울기만 해 봐.

아주 눈물이 바싹 마를 때까지 맴매 뗏찌 할 거야!!!!"


엄마가 하는 이 무시무시한 협박의 말을 비록 아들이 그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한 단어는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다.


맴매 뗏찌.


딸들은 진작부터 맞고 크고 있지만, 아들놈은 맞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안맞고 크다가 맞으니 얼마나 아픈지, 아들은 손바닥을 때리는 나의 체벌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빨리 세수하고 양치하고 나와라!! 너 우느라 시간 다 지났다! 니 지금 늦었다앗!!!!!"





그날 저녁 학교를 갔다오고 어린이집을 갔다온 삼남매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야! 큰딸. 오늘 막내가 아침부터 울고 불고 난리 났었는데, 왜 울었나 물어봐."


나의 물음에 나란히 다이소 개구리 수건을 뒤집어쓰고 앉은 큰딸이 막내에게 물었다.


"애기, 아침에 울었쪄? 왜 울었쪄?"


나에게도 안 들려주는 혀 짧은 목소리로 막내에게 묻는 큰딸을 보며 또 배신감이 살짝 올라왔다.

이것들은 나만 빼놓고 저들끼리 저러고 사이가 좋단 말이지.

아이들끼리 잘 지내는 게 엄마로서 좋으면서도 섭섭하고 기쁘면서도 서운하다.


"언니가,"


"누나가. 큰누나도 누나라니까! 누나라고 해!"


"언, 아니 누나가  학교 마치고 놀자고 해서. 언니가 보고싶어서 울었어."


"아이코 그랬쪄? 울 애기가 누나가 보고싶어써?

누나 학교 갔다왔으니까 우리 애기 이제 누나하고 놀자. 뭐 하고 싶어? 뭐 하고 놀까?!"


저 때문에 울었다니까, 저가 보고싶어서 울었다니까 큰딸이 좋은지 얼굴이 환해졌다.

스킨쉽에 인색한 우리집 시크녀, 큰딸이 막내의 볼을 부비고 안고 뽀뽀를 하며 과하게 애정표현을 해댔다.

마치 우리 가족의 최애, 막내가 제 것이라도 된냥 기뻐하면서 말이다.


"야! 나는? 작은 누나는 안보고싶었어? 작은 누나 보고싶어서 눈물 났어, 안났어?"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질투의 화신, 둘째 예삐.


역시 어린 아들은 솔직했다.


"안났는데! 누나는 안 보고 싶었는데. 언니만 보고 싶었는데!"


"이 나쁜 놈!!!!"


막내의 대답에 약이 오른 예삐가 단박에 막내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야아! 하지 마!!!"


막내랑 꼭 붙어 안고있던 큰딸이 예삐를 말려보지만 눈이 뒤집힌 예삐의 힘을 당할 수 없다.


"너 어디 한번 오늘 죽어봐라. 큰누나만 보고싶고 작은 누나는 안보고싶어? 엉?"


아, 이건 내 실수다. 예삐 없는데서 말했을 걸.


본의 아니게 싸움을 붙인 게 되버렸다.


내 입이 방정이다며 내 탓을 했다.


그때, 당하고만 있던 막내가 "언니가 보고싶어서 눈물이 났는데 어쩌라고!" 하며 예삐의 머리채를 같이 잡았다.


아, 이렇게 또 남매의 난이 시작되는구나.


차갑게 한 마디를 뱉었다.


"야! 싸운놈 다 무릎 꿇어."


머리채 잡고 싸운 두 녀석은 무릎을 꿇고 내 잔소리를 듣고 결국 한 대씩 맞았다.

"다른 사람 몸에 손 대지 말랬지!!! 특히 어깨 위로는 건들지 말랬지!!!!" 하고 말이다.


오늘 이 순간 승자는 맴매뗏지와 전혀 상관이 없는 큰딸이다.

맞고 있는 두 녀석과는 아는 척도 하지 않겠다는 듯 저만치 멀어져 제 할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보고싶어서 눈물이 날 정도의 누나가 한 발을 뺀 걸 알아차린 막내가 팀을 바꿨다.

같이 맴매 뗏찌를 맞은 동병상련의 연합이 발생하여, 그날 막내는 예삐의 곁에서 놀다 함께 잠이 들었다.





삼남매.

보고싶어서 눈물이 날 만큼 사랑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건만.

승자도 패자도 남지 않은 개싸움의 끝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우리집에서 벌어지는 자매의 난과 남매의 난은 돌고 돌며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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