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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Aug 29. 2023

엄마, 다이소 사장 하면 안돼?

낳은 김에 키웁니다 27

딸들이 어려서 살았던 우리집 앞 시장 중간에는 다이소가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듯 우리 딸들은 매번 다이소를 가자고 졸랐다.

그렇게나 다이소를 참 애정해왔고 지금도 다이소라면 환장을 한다.

아마도 딸들은 다이소를 드나들던 그 때부터 소비 요정이 된 것 같다.


없는 게 없는 그 곳에 가면 마치 다이소 전체가 제 것인냥 구경을 하고 물건을 고르고 즐겼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 사줄거야" 하는 내 말에 들으라는 듯

"나중에 돈 모아서 이거 사야지" 하고 아이쇼핑만 하더라도

우리집 딸들은 다이소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


나는 다이소 특유의 냄새가 싫다.

들어가자 마자 느껴지는 플라스틱인지 약품인지 모를 화학적인 그 냄새가 별로다.


또 내 기준에서 딸들이 사는 다이소 용품들은 대부분이 일회용이다.

한 번 쓰고 버릴 것들을 매번 사고 또 사는 딸들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쓸데 없이 돈을 버린다며 구박했었다.


그런데 요즘 다이소 제품들은 저가라도 품질이 제법 좋아진 것 같다.

지금 우리집을 둘러봐도 욕실화, 아들의 발받침, 개구리 모양의 비치 타올 모두 다이소 제품이다.

또 딸들은 마스킹 테이프, 풀 테이프, 유성매직, 지우개, 샤프심, 다이어리 꾸미기 용품 등 문구류를 꽤 많이 사 모았다.


싫다 싫다 했는데 다이소는 어느새 매달 몇 만원씩 꾸준히 소비하는 우리집의 큰 거래처가 되어있다.


"엄마, 엄마가 여기 다이소 하나 차리면 안돼?"


신도시에 있는 분양 받은 아파트 주위를 지나가다 "아직 다이소는 없네"하며

툭 던진 내 말에 딸들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온다.


"뭐라고?"


"엄마가 다이소 차리면 되잖아. 엄마가 다이소 사장 하면 안돼? 응? 응? 응? 제발요!"


"응, 안돼. 다이소는 뭔 다이소."


딸들에게 말을 안해서 그렇지 나도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다.
돈 빼고 다 가진 나 이지 않은가?

돈이라면 환장하게 좋은 내가 다이소 창업을 알아보지 않았을까?

당연히 스치듯 지나듯 검색해본 적이 있었다.


제법 큰 규모의 가게를 계약하고 다이소 가맹을 하고 물건을 채워넣고.

대략 5억 정도 창업 비용이 발생하고 수익률이 1n%라 했다.

5억을 들여 십 몇 퍼센트라면 나는 그냥 딴 거 하련다 하고 지나갔었다.

물론 인터넷에 나온 이야기이다 보니 정확한 것도 아니고, 확실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확지 않은 그 수치가, 비용 대비 수익률 면에서 내게는 어쩐지 적게 느껴졌다.


돈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가진 모든 걸 몰빵하고 대출까지 얹어야 겨우 창업할 수 있으니 1n%로는 부족하다.

요즘 인건비도 비싼데다가 사람 관리도 쉽지 않다.

우리집 애들이 몸빵 알바라도 해줄 수 있는 나이라면 또 모를까.


"엄마 제발 다이소 하나만 차려주라. 응?"


"엄마 내가 학교 마치고 와서 물건 정리할게."


"응 안돼. 돈 없어. 저거 차리는데 돈 많이 들어, 비싸.

그리고 내가 다이소 차리면 팔 거나 있겠어? 니들이 다 갖다 쓸텐데.

파는 것보다 니들이 쓰는게 더 많을 건데 나보고 다이소를 차리라고? 안하고 말지."


"아..............."


정곡을 찌른 내 말이 맞는지 딸들의 대답이 스물 스물 기어들어간다.


"돈 많이 벌어서 니가 다이소 사장 하세요. 내가 많이 팔아줄게.

빨리 커서 다이소 사장 아들한테 시집을 가던지."


후후 웃으며 던진 내 마지막 말에 딸들은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 말처럼 원하면 뚝딱 하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살이가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철이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우리 딸들은 가끔 내게 과한 걸 당연하단 듯 당당히 요구한다.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말만 하면 다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 말을 듣고 새 아파트 주위를 생각해보니,

다이소 창업은 진지하게 고민해볼만한 것 같다.


"5억만 땡겨줘! 다이소 차리게."


침대에 누워 장난치듯 말하자 남편이 대답했다.


"자라. 헛소리 하지 말고."


이 야망없는 남자 같으니라고.


다이소 사장은 꿈에서나 하는 것으로 해야겠다.

그러면 우리는 잠시나마 행복할 것이다.

다이소의 물건을 막 갖다 쓰는 재미를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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