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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Nov 09. 2023

MZ엄마가 이해 못 하는 알파딸

낳은 김에 키웁니다 35

남편은 197n년생.

베이비부머 다음 세대로서 경제적 풍요 속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X세대이다.


나는 198n년생.

마흔 n살의 밀레니얼 또는 Y세대라 일컫는 MZ세대 중 하나이다.

큰딸은 MZ세대의 딱 마지막인 Z세대의 끝, 2012년에 태어났다.

그래서 가끔 엄마랑 같은 MZ라고는 하지만 나는

나와는 여러모로 다른 큰딸을 알파세대로 본다.


세대를 두고 딸과 나 사이에 설왕설래가 있기는 하지만

201n 년도에 모두 태어난 우리 집 아이 셋은 모두 알파세대이다.


출처 : 위키백과, Generation Timeline







MZ 치고는 제법 꼰대스러운 내로남불의 나는 남한테 신세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조금이라도 내가 더 쓰고 베푸는 것이 차라리 낫지,

어쩐지 덜 쓰고 얻어먹으면 부채감이 늘 쌓인다.

카드 할부도 편치 않은 나이기에 인간관계에서의 부채감은 정말 몸서리치도록 싫다.


주는 게 속 편하고 맘 편한 나라고 해서 무조건 적으로 주기만 하지는 않는다.

내가 베풀고 준 사람에게 준 만큼은 아니라도 적게나마 되돌려 받고 싶다.


주기만 하는 그런 관계는 어지간하면 내 속에서 out을 시키고 더는 베풀지 않는다.

개인의 상황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꼭 내가 쓴 만큼을 되돌려 받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쓰고 나서도 불쾌하고 찝찝한 그런 관계가 가끔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결혼 직전부터 남편의 형수이자 나의 손윗동서에게

생일마다 매  번 축하 인사와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냈다.

하지만 내 생일에 단 한 번도 커피 한잔을 되돌려 받기는커녕 축하한단 인사 한번 받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결혼 5년 차부터 형수의 생일을 쌩까기 시작했다.

정말 그동안 솔직히 생일을 챙기고 축하 인사와 그깟 케이크 쿠폰 하나 보내면서도 기분이 나빴다.

내가 그녀에게 을이 아닌데 마치 상납하는 것 같고 비굴해지는 것 같아서.

남편도 주고 지랄할 거면 주지도 말라고 해서 속 편히 무시했고 이제는 형님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른다.

내 카톡 친구목록에서 1년에 한 번도 연락하지 않는 형님이란 사람은 숨김 친구로 되어있다.)




무튼 나는 내가 더 써도 되니 내가 10을 주면 1이라도 받는 인간관계가 좋다.

더 쓴다 덜 쓴다 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말 한마디라도 마음을 표하는 관계가 좋다.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마음적으로도 나는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여유롭고 넉넉하게 베풀며 살고 싶다.

적어도 나의 베풂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다행히도 남편도 이런 내 마인드와 꼭 같아서 우리는 이런 문제로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우리 딸은 퍼핀카드로 매주 월요일에 용돈을 받는다.

학습 보상이 있어 매주 지급되는 2500원에 700원 정도가 더해져 매주 3000원 정도를 사용하는데.

금요일인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와플을 사 먹고 왔다며 내게 자랑을 했다.


"엄마, 나 오늘 용돈 받은 걸로 와플 사 먹었다! 내가 산 거 친구도 조금 나눠줬다!"


일주일 동안 기껏 모아봐야 와플 하나도 제 양껏 못 사 먹는 적은 금액이니

제 딴에는 용돈의 쓰임을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친구한테 4분의 1주고 나머지는 내가 먹었어.

사실은 크림이랑 과일 들어간 거 먹고 싶었는데 돈 남기려고 플레인 먹었어.

용돈 아껴 쓰려고. 나 잘했지?"


칭찬을 바라고 한 말 같은데 듣고 있던 나와 남편의 눈이 똥그래졌다.


남편과 내가 공통적으로 느낀 딸아이 행동의 문제는,

네 조각으로 잘릴 수 있는 와플을 사서 친구에게 반도 아니고 4분의 1을 주고

본인이 나머지 4분의 3을 었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들은 나는 딸의 이야기를 멈추었다.


"엥? 잠깐만, 반도 아니고 4분의 1? 왜? 정머리 없게!"


"아니, 친구는 안 사 먹을 거라 했단 말이야.

근데 혼자 먹기 좀 그래서 내가 나눠준 거야."


"친구가 와플 사 먹을 돈이 없었을 수도 있잖아.

네가 이번에 사서 반 나눠먹으면 나중에 친구가 사서 또 나눠먹을 수도 있지!

야, 생각을 해봐라. 니는 못 먹는데 친구가 지 돈이라도 쪼금만 나눠주면 니 기분이 어떨 거 같노!"


딸의 말에 기가 차 급해진 마음에 나의 사투리가 또 나왔다.



"아니, 그게 아니라"


몇 마디 더 하려고 하는 게 변명 같아서 딸의 말은 번번이 막히며 내 잔소리가 길어졌다.


"니 진짜 정머리 없다, 예삐한테만 그런 게 아니네.

친구한테도 이렇게 짤 없는 줄 몰랐네.

먹는 거에 돈이 모자라면 엄마한테 말을 하지. 엄마가 보내줄 건데.

친구가 니 와플 사 먹는데 까지 따라갔는데 꼴랑 그거 나눠주고 지금 생색이가?"


"그래, 네가 이번에 쏘면 다음에 친구가 쏘겠지.

또 친구가 안 쏘면 어때. 친구랑 똑같이 나눠먹으면 더 맛있고 좋았을 건데.

친구가 좀 섭섭했겠다."


남편도 곁에서 내 편을 들었다.


"아니.............."


시작한 말을 채 다 잇지 못하고 갑자기 큰 딸이이 울었다.


"와 우노?"


한참을 고개를 무릎에 묻고 울던 큰딸이 소리를 빽 질렀다.


"탕후루 가게 오픈 했는지 보러 가자고 친구가 말해서 따라 간 거라고!

내가 와플 사 먹는데 친구가 같이 간 게 아니라고!

그리고 나는 카드에 4200원 밖에 없었는데 걔는 지네 오빠한테 7000원 빌려주고도 9000 얼마 있었다고!

지가 안 먹는다고 안 사 먹은 거라고!

돈도 나보다 많은데 안 사 먹은 건데! 내가 먹을 거 나눠 준 건데 왜 내가 엄마 아빠한테 혼나야 하는데!"


"엄마는 왜 내가 자꾸 잘못한 거라고 하는데!"


구구절절 억울했던 사정을 듣고 빠르게 사과를 했다.


"아! 미안. 엄마가 몰랐네. 그래도 반 나눠주면...."


"아니! 걔가 안 먹는다고 했는데 내 거 보고 맛있어 보인 다하길래 내가 나눠 준 건데.

왜 자꾸 엄마는 내가 더 많이 안 준 게 나쁜 거라고 잘못한 거라고 하는 건데!"



엉엉 소리까지 내가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큰딸에게 미안해진 우리 부부는 머쓱한 얼굴로 딸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와플 값 얼만데! 아빠가 줄게!

괜히 애 기분 좋게 와플 사 먹고 왔다고 얘기했다가 눈물만 빼네.

딸, 기분 풀어! 아빠가 와플값 줄게. 가서 와플 사서 너 혼자 다 먹어."


오늘도 남편은 눈치 없이 돈으로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눈을 흘기는 나를 보며 그깟 돈 몇 푼으로 애 기분 저렇게 둘 거냐 했다.



"와............ 아니... 그래, 듣고 보니 네가 잘못한 건 없는데...

엄마 기준에서는.... 반씩 나눠먹는 게............"


"그래서 아직도 내가 잘못한 거라고?"


큰딸의 가로로 길지만 작은 눈이 잔뜩 찢어져 나를 원망스럽게 보았다.



"아니, 엄마 부산 갔을 때 엄마 친구 원투쓰리가 1차 2차 3차 다 쐈잖아.

막 돈 모아서 내는 거 아니고! 물론 엄마도 나중에 커피 쿠폰 다 보내고 하긴 했지만.

엄마는 친구들이랑 그렇게 사 먹고 하니까 니도 그렇게 했으면 하고 생각했지.

니처럼 우리는 그렇게 따지고 재고 안 했으니까."



"그건 엄마랑 엄마친구고! 나는 다르잖아! 나눠 줬는데도 왜 날 죄인 취급 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내 말처럼 반씩 나눠먹는 게 정답이었을까?

정말 4분의 1만 준 딸의 잘못은 없는 걸까?


이것이 MZ와 알파의 차이일까?

X세대는 MZ를 이해하는데

X와 MZ는 알파를 이해할 수 없다.


공부를 하기 위해 자발적 왕따, 돈을 쓰기 싫어서 은둔형 외톨이를 자처한다.

이런 말들을 들으며 참 정머리 없게 외롭게들 산다 싶었는데.


개인적인 성향의 딸의 와플 사건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내가 정말 MZ라 딸을 이해 못 하는 걸까?

앞으론 친구랑 반반 나눠먹으라는 말을 끝까지 고집하는 나를 보며

딸은 울어서 부은 눈으로 나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싫어! 앞으론 혼자 있을 때 사 먹을 거야! 나 혼자 다 먹을 거야!"


그 대답에 내 속으로 청개구리를 낳았구나 싶었다.

개인적이어도 나름 정이 많은 아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를 삐뚤게 만든 게 나인가 싶기도 했다.


"못된 지지배!"


"엄마 닮았거든!"


"난 나눠먹는 거 좋아하거든!"


"나눠먹었거든!"


"반반 아니었거든!"


"그래도 나눠 먹은 건 나눠 먹은 거거든! 엄마는 내 맘도 몰라주고!"


일주일 용돈의 반을 털어 넣어야 살 수 있는 와플 하나를 혼자 다 먹고 싶은 마음을 어찌 모를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나눠 준 건 잘했네. 친구가 맛있게 먹었음 됐지."


"됐어. 이제 엄마한테 말 안 해!"


억울한 마음에 엉엉 울다가 끝내 삐치고만 큰 딸을 따라 남편이 방으로 쫓아 들어갔다.


"아휴........... "


오늘도 쉽지 않은 사춘기 알파걸의 육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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