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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쓰는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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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용쓰는 결혼 7
2년 만에 내 집 마련.
by
딱좋은나
Jun 18. 2023
결혼을 해야 돈이 모인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맞았다.
결혼식을 하고 난 축의금을 시작으로,
내 퇴직금,
미대오빠가 일을 하고 떼였다가 몇 년 만에 받게 된 급여,
첫 아이의 돌잔치 등.
생각지도 않았던 돈들이 들어왔다.
결혼도
전에
구입하였지만
우리의 공동재산
1호였던
자동차
할부금부터
모두
변제하였다.
그리고
죽자 사자 아끼며
정확히 26개월간
2,200만 원을 모았다.
내가 퇴직한 이후 우리 가정의 소득은
매달
불안정하였기에
돈이 생기면 저축을 하는 것보다
이자를 줄이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을
조금씩 중도
상환
했다.
관리비 등의
돈이
적게
나가는 작은 집이니
아이가 어려서 돈이 안 들어갈 때 돈 모으자,
모으는 김에 바짝 허리띠 졸라매고
더
모아보자며
호기롭게
전세 연장까지 했는데
계획 없이 둘째가 생겼다.
둘째는 원래 더 빨리 배가
부른다더니
내
배도 첫째 때보다 빨리 불러왔다.
돌 지난 첫째
아이를
안거나 걸려서
난간도 없는 이층 집을 오르내리는 게
조심한다 해도
남들 눈에는 퍽
위태로워 보였다.
그 당시 미대오빠는 중국으로
출장을
자주
갔다
.
한번 가면
비자 만기를 꽉 채운 한 달 동안 집을 비웠다.
돌아왔나 싶으면 단 며칠만 머물고
다시 짐을 꾸려 떠나버렸기에
집에
남겨진 모녀의
안전을 늘 걱정
했다.
시집을 간 후 내 걱정이 늘어버린 친정엄마께서
전셋
집을 옮기는 것이 어떻겠냐 물으셨다.
나나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
엄마가 된 내가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모정을 살살 건드리며.
엄마의 걱정을 핑계 삼아
내친김에 집 앞
부동산중개소를
찾았다.
돈이 생길 때마다 저금 대신 한 전세자금 대출 상환.
그렇게 2년 2개월 동안 만든
내 자본 4,200만 원으로 갈 수 있는
네 식구가 될 우리 가족의
보금
자리를 찾아서.
그때도 여전히 무식해서 용감했던 나는
무슨 생각이었던지
대출 이자는 내어도 죽어도 월세를 내기는 싫었다.
무조건 전세 1억 이하라는 조건을 앞세우고
아이 둘을 키울 수 있는 컨디션을 원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역세권인 이 동네에서
그 당시 내가 원하는 조건의 집이
1 억에 구해질 리 만무했다.
내가 사는 다가구 주택을 도맡아 관리해 주시며
우리 사정을 이미 알고 계신 부동산 사장님은
아이 둘을 데리고 자꾸 이사 다니기 힘들 거다,
돈을
좀 더 빌려서라도
작은 신축 빌라를 매입하는 게 어떻겠냐
조심히
권유하셨다.
애 둘을 데리고 거길 어찌 오르내리냐며
남자 사장님은 펄쩍 뒤졌지만
여자 사장님은 셋집 살이보다
나을 거라 하
셨다.
"애기엄마, 한 번
가서
보기만 해 봐!"
견물생심이라 했건만.
내 안의 용자가 또다시 깨어날 줄 모르고
나는
곧바로
여자 사장님을 따라나섰다.
사는 곳과 멀어지긴 싫다 생각만 했는데
차에 타자마자 이내 내리라고 하셨다.
부동산 사장님의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유로운 공간의 필로티 주차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골목길에서 2년째 눈과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앞으로 들어갔다 뒤로 나와야 하는 우리 차 토비에게도
드디어 눈비를 피할 자리가 생길 수 있겠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애기
엄마, 이리로 와 봐!"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
빌라 입구에서 나를 부르셨다.
볼롱 솟은 배를 안고 뒤뚱뒤뚱 걸어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을 올랐다.
내 집이 되려 그랬는지
1
6
개월
남짓해 걸음이 서툰
첫 째도
등산을 하듯 4층까지 계단을 참도 잘 올랐다.
4층까지의 계단이
오르내릴만하다
싶으니 402호에 도착했다.
한 층에 두 호실이 있어 맞은편엔 401호가 있었는데
여자분 혼자 거주하신다 했다.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열어야 하는
또 매번
열쇠를 챙겨 다녀야 하는,
옛날식의
구로철문이 아닌
도어록이
달린 튼튼해 보이는 방화문이
띠띠띠띠 소리와 함께 열렸다.
신축
빌라를 분양하고
마지막 남은 호실이었던 그 집은
붙박이장이 모두 시공된
방이
두 칸에
작게나마 거실도 있었고
4.5평의 넓은
베란다
가 있었다.
부엌 겸 거실에 들어서자 열려있는 양쪽 창문으로부터
내 몸을 훑는 맞바람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열린 창쪽으로 이끌리듯 가보니
빌라의 양 옆 건물은 여전히 주택인 채라
말 그대로 뻥뷰였다.
재래시장이 걸어서 1분 컷,
지하철 9호선 등촌역은 5분 컷,
평지에 있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도 좋고
주변에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 병원도 많았다.
골목길이지만 차도 사람도 많이 다녀 치안 걱정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른 집과의 비교 한 번 없이
그 집을 매매하기로
결정하였다.
아이 어린이집 문제로
알바를 하는 곳에 부탁해
적은 금액이지만 4대 보험을 들어놓았던 덕에
또다시 내 명의로 9,900만 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결혼 2년 4개월 만에
내 생애 첫 집, 작은 신축
빌라를 매입했다!
가진 게 워낙 없다 보니
뭐든지 쉽게 가는 법이 없었다.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남편이 빌려준 명의 때문에
생애최초 내 집마련을 한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율 감면 혜택을 못 받게 되었다.
한 달에 더 내야 하는 금액
,
일 년에 더 내야 하는 금액을 따지니
내 안에서 불기둥이 솟았다.
생각 없이 명의를 빌려주었던 미대오빠는
이번에도 죄인이 되어 말이 없었다.
또
튀어나온
다른 문제.
당시 알바였던 내 급여가 너무 적어
은행에서 말하길,
내가 필요한 9,900만 원의 대출이 나올지
확신이 없다 했다.
친정에서 모자란 돈은
조금
융통하기로 했으나,
한계가 있었기에 꼭 그 금액만큼은 나와야 했다.
불안에 떠는 나를 보다 못한 부동산 사장님께서
열심히 사는 애기 엄마라며 잘 좀 부탁드린다며
법무사와 은행의 점장님께 따로 연락까지
해
주셨다.
베란다가 불법건축물로 등재되어 있어
해마다 나오는 벌금의 남은 4년 치만큼
깎아달라 했다.
그렇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더해서
극적으로 9,900만 원의 대출 승인이 떨어졌다.
믿지도 않는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모든 모두 땡큐를 외쳤다.
그리고 결혼 후 빚 끄는데 최적화가 된
나는
거치없이
원금분할상환을 곧바로 시작했다.
그리고
1톤 원룸이사차량 한 대를 불러다가 이사를 했다.
그마저도 내가 아는 지인 찬스를 써
이사비를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었다.
마지막 문제.
목동에 빌라를 매매한 것이
시어머니 마음에는 들지 않으셨다.
평생을 밖으로 돌려 키운 아들을
이제야 끼고 살고 싶어 지셨는지
왜 시댁 근처가 아닌
연고도 없는 그곳에 집을 사냐고
대놓고 언짢아하셨다.
돈이나 보태주실 것이지 왜 말을 보태서
형네 때문에 상한 마음 겨우 추스르고
희망에 부푼 내 마음에 찬물을 끼얹으시는 건지.
대꾸할 수 없었지만
속에선 피눈물이 났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환영받지 못한대도
상관없다 생각하기로 했다.
완벽한 용자가 된 나는 귀를 닫았다.
나와 내 새끼가 편히 살 집을 해결해 주지 않는
그 누구의 말도 들을 필요가 없다.
내게 주어진 이 불리한 상황을 수긍하고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내 명의로 된 내 집이니까.
내 집 마련 후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미대오빠였다.
실평수 11평 남짓한 그 공간도
서울 땅에 내 집이 있다며 행복해했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며
미대오빠는 더 바지런히 일을 했다.
나 역시 집 앞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는 재미까지 더해
더욱 살뜰히 모으고 아끼며 살았다.
사랑이 꽃피던 목2동 집.
행복이 피어난 목3동 집.
환경이 바뀌니 사람이 바뀌더라.
나는 내 집 마련을 통해 또 하나를 배웠고
더욱 자상해진 애아빠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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