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쓰는 결혼 8

천상연분

by 딱좋은나

"난 오빠가 어디가 그리 좋아

여기까지 따라와서 이렇게 지지리 궁상 살고있을까?


자리 잘 잡은 딴 놈한테 갔음 엄마 근처에 살면서

적어도 돈 걱정은 안하고 편하게 살고 있을텐데! "



"흥, 너?

넌 나 말고 딴놈 만났음 요절했어.

그 놈이 요절하던지."


"왜? 내 성질이 더러워서, 홧병 나서?"


" 같이 기세고 드센 여자르

나 아니면 누가 감당할 수 있냐?

나니까 지랄맞은 성격도 다 받아주고 사는 거지.

그니까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살어. "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집에 와서 나눈

우리 부부의 대화.


참 훈훈하네.... 훈훈해.... .



이렇게 가끔 말도 안되는 소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말하는 미대오빠이지만

난 그 말을 되려 믿고 산다.



"여보 난 건강하게 딱 75살까지만 살게.

더는 안살테니 당신도 81살에 나랑 같이 죽자.

천상연분. 어때?"


"천상연분?

내가 죽는 것도 너랑 같이 해야 되냐?"

하고 펄쩍 뛰더니 이내 태세를 전환한다.


"하긴.

너 죽고 난 할아버지 되서 혼자 머하냐.

같이 죽지, 뭐. "



저승길도 손잡고 같이 가준다는 서방이 있으니

마음 푹 놓고 오늘도 사랑만하며 살어리랏다.









201X.6


어제 미대오빠의 지인이

년간 암투병 하던 아내와 결국 사별하게 되었다.

아이들 핑계로 나는 집에 있으라더니

미대오빠 혼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자정즈음 집으로 들어서는 미대오빠를 현관입구에 세워두고 굵은 소금을 뿌려댔다.

알이 굵은 소금이 얼굴에 까지 튀자 오만상을 쓰며

이제 충분히 뿌린것 같다며 그만하라 했다.


소금을 쥔 내 손목을 매서운 눈으로 째리는 만류에

그제야 내 손이 멈추었다.



툭툭 손으로 머리와 옷을 치며 소금을 털어낸 뒤

집 안으로 들어서는 미대오빠에게

"사람 많은데 갔다왔어? 응? 다녀왔나고?"

하며 대답할 겨를도 주지않고 재차 물어댔다.


그런 나를 보며 질린다는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그 시간에도 사람 많은!

대학가의 커다란 편의점에 갔다왔어.

담배 샀어. 자, 봐라 봐!"

하고 뜯지 않은 새 담배를 증거처럼 꺼내보이며 대답한다.


모든 것을 시키는대로 따라준 것에 안도한 나는

마지막이라며 화장실로 그를 보냈다.


"거기서 옷 다 벗어두고 싹 씻고 나와"


"알았다 알았어!"


미신을 믿는 나를 답답해 하면서도

시키는대로 다 따라주니 이럴 땐 미대오빠가 참 고맙다.



잘 준비를 하고 누웠는데

우리 둘 모두 배우자를 잃은 지인은 처음이다보니

머릿속에 생각만 많아져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고로롱 고로롱

힘차게 뛰논 하루가 고단했던지

딸들은 잘도 자고 있었고

우리는 일어나 앉아 아이들의 다리를 한번씩 쓰다듬고

몇뼘이나 되게 자랐나 재어보았다.


"여보는 아픈데 없지?

조금 이라도 아프면 빨리 병원부터 가야 해!"


딸들을 번갈아 만지던 미대오빠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응 없어"


"손목은? 아직도 그릇자꾸 깨던데.

진짜 병원 안가봐도 돼?"


"손목 아픈 거론 안 죽어.

이건 날 때부터 있던 고질병이라

아무 것도 안하고, 죽어야 안아파. 걱정 마!"


"죽는단 소린 왜 해....!"


"어쨌거나 우린 아프지 말고 살자"


"여보도! 아프지마. 여보 없으면 나 못살아"


"왜 불편해서?"


"당연하지. 너만한 시다바리가 없어.

없으면 암것도 못해. 못살아"



몸 건강 마음 건강이 제일인데,

우린 돈이 없어 그렇지 그래도 서로 사랑하고

아이들이랑 행복은 하잖아.

이대로 쭉 열심히 아프지 말고 살자.


서로 다짐을 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깨어보니 아침이었다.


그런데 잠결인지 모를 일이지만

내가 미대오빠의 팔을 어지간히도 단단히 붙잡고 잤나보다.


기상한 내 기척에 함께 잠을 깬 미대오빠는

팔 떨어져 나갔뻔했다며

팔을 뚝뚝 소리가 나도록 흔들고 꺾어댄다.


그러더니 미대오빠는

생각해봤는데 한꺼 번에 엄마 아빠가 없어지면

아이들이 아무리 다 컸어도 힘들지 모르니

천상연분은 좀 곤란하겠다며

일단 각자도생하고 갈 때도 각자 가자고 했다.



이런 너를 내가 믿고 산다 며 내가 서운해 했지만

들은 척도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자는 말을 남기며

그는 욕실로 가버렸다.



남겨질 아이들의 상실감이

한번에 강하게 오는게 좋을까

번에 나뉘어 오더라도 조금 덜 강한게 좋을까.


나도 아직 남겨진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일단 우리는 미대오빠의 거부로

천상연분은 아니 하기로 했다.


천생연분이 아니라도 좋아

천상연분이 아니라도 좋아


우리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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