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쓰는 결혼 9

달라진 세상

by 딱좋은나


201X. 4.

How wonderful day it was!!!



시키지도 않았는데 미대오빠가 내게 처음으로 사준 꽃다발


로맨틱. 성공적. 4주년 결혼기념일.



어떻게 한 남자랑 평생을 사냐는 철없는 소리를 하던 내게

무슨 개 같은 소리냐, 결혼했음 끝까지 책임지고 살아야지!

하고 응수했던 미대오빠.


평생 살지 결정하기 전에 5년만 일단 먼저 살아보겠다 했는데

이 꽃다발 하나가 무어라고!

만 4년만에 평생 살아주겠다 했다.



둘의 기념일인데 난 받기만 해서

날 선물하기로 했다

경축 미대오빠, 상대언니 평생이용권 획득!



다음 날.


미대오빠는 쉬는 주말인데도

아이들과 나를 이끌고 지하철을 타러갔다.


아이들 핑계로 집에만 거의 있느라

서울지리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 출근길을 설명하며 어리론가 데려간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안양천.


흐드러지게 피어서 바람따라 쏟아져 내리는 꽃잎에

두 딸들은 첫눈을 만난 강아지처럼 뛰어댔고

이미 우리 부부에게서 저만치 멀어져 있다.



"우오오오~ 오빠, 나 진짜 서울 사는 것 같아!"


하며 미대오빠가 준비한 꽃놀이에 감격하는 내게


"촌스럽긴. 너 서울 온 지 벌써 3년도 넘었거든"

하면서도 흐뭇하게 나를 본다.


저만치 멀어져있는 아이들을 살뜰히 눈에 담으면서도

유모차를 미는 내 손 위에 본인의 손을 포갠다.


따뜻한 햇빛 때문일까

탐스런 벚꽃 때문일까

날리는 꽃잎 때문일까

지금 이 순간 애가 둘인 아줌마인데도

내 가슴은 너무나도 콩닥대고 간질거린다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대오빠가 웃으며 말한다.


사무실에서 안양천 벚꽃을 내려다보며

언제 데려올까 언제 데려올까 하며

오매불망 오늘을 기다렸다고.


이번 주가 딱 피크인 것 같아서 오늘 안양천으로 데리고 왔다며 의기양양하다.

본인이 이 벚꽃길을 통째로 우리에게 하사라도 한 듯이.


미대오빠가 이렇게나 기고만장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오늘 이 꽃놀이가 4인이 된 우리 가족 모두에게

생애 첫 봄꽃놀이이다.


어떠한 처음은 늘 있겠지만

첫 봄꽃놀이의 이 충만함과 행복함은

오래도록 가슴 깊이 새겨질 것만 같다.


"요즘 오빠랑 처음 해보는게 너무 많아, 적응 안돼!"

라는 내게 그는 싱긋 웃으며

"오빠가 많이 변했지?" 하고 되묻는다.


순간 눈물이 핑 돌만큼 울컥해 말이 나오지 않아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자

이런 내 맘을 안다는듯 맞잡았던 손을 풀고

한 팔로 날 감싸 안는다.


"그동안 내가 너무 내 여자한테 해준 게 없어서

이제부터는 무언갈 좀 해주고싶어.

꼭 비싸고 좋은 것은 아니더라도."


호텔 대신 모텔 데려가던 오빠라도 괜찮아.

비싼 레스토랑에가서 칼질을 못해도 괜찮아.

명품 가방, 명품 구두, 비싼 선물 안줘도 괜찮아.


날 사랑하는 그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 이대로 오빠를 사랑할 수 있어.


당신의 행동 하나가 변하니

난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아


나도 당신의 세상을 바꿀수있도록

아내로서 내조 잘하며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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