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식이 있던 날.
아이 낳고 사는 동안 돌잔치를 제외하면 화장할 일이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였고
몇 년 만에 만나는 지라 예뻐 보이고 싶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난 거의 자연인으로 살았었다.
그 흔한 파운데이션, 비비크림 한번 바르지 않고 살았다.
피부 화장은 화장독이 올라 할 수 없다.
선크림조차도 바르지 못할 정도로 민감해서.
겨우 가지고 있던 몇 안 되는 색조화장품도
이미 유통 기한이 훨씬 지나 있었다.
"잠깐인데, 바르는데 문제없겠지 뭐."
하며 아이섀도를 칠하고 마스카라를 했다.
눈매만 좀 짙게 한 것뿐인데
멀겋던 얼굴에 화장한 티가 팍팍 났다.
안경을 벗고 서클렌즈까지 끼니
셀카만 보면 처녀때와 비슷한 것도 같다.
그래서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오빠 나 화장했는데 어때?"
아이와 먼저 차에 가서 나를 기다리던 남편에게 물었다.
쓱 나를 보던 미대오빠.
"화장했어? 이게 화장한 거야?"
"했는데!!! 티 안 나나?!"
흥분하면 격해지는 사투리, 높아지는 목소리.
"이뻐, 이뻐."
차를 출발하며 그가 말했다.
영혼 없는 그의 대답이 좀 서운하지만
나도 여자라고 두 번이나 이쁘다 말해준 게 좋았다.
"화장 하나 안 하나 이쁜 거야,
화장이 표시도 안 날 정도로 약한 거야?"
거기서 딱 그만했어야 했는데
나는 뒤끝작렬 A형이라 기어코 확인사살까지 했다.
'대답 잘해야 오늘 저녁밥 얻어먹는다.'
라고 속으로 말했다.
비릿한 내 미소를 읽었는지 대답을 기다리는 나를
쓱 다시금 훑는 미대 오빠.
"으음..................."
그새를 못 참고 날 놀리려 뜸을 들인다.
숨 넘어가려는 찰나,
"평소에도 원래 이쁜 거지!"
그렇지!
모범 답안이야.
축하해, 오늘 저녁은 사수했네.
기분이 좋아진 나는 눈꼬리가 접히도록 웃었다.
웃고 나니 어쩐지 조금 찝찝하다.
인물은 미대오빠가 나보다 낫다는 걸 안다.
나름 나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된 편이니까.
하지만 칭찬에 인색한 미대 오빠가
오늘 내게 이쁘다 소릴 세 번이나 했다.
이건 뭔가가 있는 거다.
절대 칭찬 일 리가 없다. 칭찬일 수 없는 거다!
"수상한데? 오늘 왜 이러지?"
표정이 바뀐 나의 물음에
운전대를 잡은 그로부터 한숨이 길게 나온다.
"하아.......................
이쁘다 하면 안 믿고
안 이쁘다 하면 화내고
도대체 여자들은 왜 그러냐?
이제 이쁘냐고 묻지 마!!!!!"
신호에 멈추었던 차가 신경질적으로 알피엠을 끌어올리며 속도를 낸다.
하지만 나는 또 불순한 꼬리 잡기를 시작해 버렸다.
"여자들? 여자 드으으으을?"
"언 년한테 또 이쁘다고 했쒀?!"
눈매만 강조한 내 눈꼬리가 한없이 올라간다.
"아, 진짜. 그만해라!"
후일담.
미대 오빠는 자연인이 좋단다.
성형인, 화장으로 변신하는 여자.
글쎄올시다 란다.
좀 덜 생겨도 자연인인 내가 좋단다.
거기서 나는 너의 진심을 읽어버렸다.
흥칫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