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운명, 다둥이 가족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나는 같은 날 결혼 해
발리로 함께 신혼여행을 간 내 친구를 질투라도 하듯
첫 날 밤, 단 한 방에 임신을 해버렸다.
임신초기와 입덧으로 인해
액티비티를 못하던 친구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두 시간 넘는 래프팅을 하고 온 그날.
바로 그 밤,
단번에 아기천사가 찾아와 버린 것이다.
물 맛이 이상해. 하면서도
게걸스럽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허겁지겁 소고기를 먹던 나를 이상하게 여긴 미대오빠가
눈치 빠르게 임신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미대오빠는 퍽 현실성이 없던 놈이었기에
제 새끼를 배고 있을지도 모르는 여자에 대한 배려는
'부끄러워서 어떻게 사'라는 말로 씹어 드셨다.
어쩌면 임신초기일지도 모르는 나는
진짜로 부끄러울지도 모를 남편을 생각해
아직은 낯설기만 한 신혼집이 있는 서울의 동네를 걸어
약국을 찾아 테스터기를 사 왔다.
그리고 좁은 화장실에 앉아
소변이 닿자마자 바로 나타난 빨간 두줄을 확인했다.
처음 보는 두 줄.
나는 내심 뿌듯하고 감격스러웠지만
화장실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그에게
어쩐지 드는 괜한 미안함에 기쁜 티도 내지 못했다.
두 줄이라며 테스터기의 결과를 내밀었을 때 그는
우리의 아이가 생긴 것을 기뻐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고
말없이 그 큰 손으로 자신의 이마부터 짚었다.
영화나 드라마 일이 로케촬영도 많고
세트장이 먼 곳에 있는 일이 많다보니
자연히 자취방은 몇일이고 몇 주고 몇 달도 비워둘 때도 많았다.
그런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결혼 우에도 종종 일이 늦게 끝나면
피곤을 이유로 집이 아닌
근무지 근처 모텔이나 찜질방에 가서 자곤했다.
첫 결혼기념일도 외박으로 망쳐버렸으면서
이 주 만에
야근 후 술자리를 가지느라 또 집에 들어오질 않았다.
내가 오늘은 널 죽인다.
벼르던 찰라.
다크써클이 내려앉은 초췌한 얼굴로 늦은 아침 나타난 미대오빠.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놓고 온터라 제대로 한판 붙기로 결심했다.
도끼눈이 되어 언성이 높아진 나를 보며 실없이 웃는 미대오빠.
"어디서 누구랑 뭐하느라 집에도 안들어왔는데!!!!"
약이 바짝 올라 따져묻는 나를 끌어다 안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했던가.
결백의 확인 인지 넘치는 사랑인지 모를 그 날,
또 한방에 아기 천사가 우리부부에게로 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준비도 없이.
이번엔 미대오빠가 태몽도 꾸었다!
딸 둘 아들 하나.
언젠가 만난 관상쟁이, 점쟁이 말처럼
이집엔 딸들도 보이고 아들도 있다더니.
아마도 우리부부는 이미 다둥이 부모로 예정되어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