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쓰는 결혼 13

예정된 운명, 다둥이 가족

by 딱좋은나


미대오빠에게는 누나 둘과 형이 있어

내가 결혼을 할 당시에

고등학생부터 유아기까지 조카만 일곱 명이었다.


그런데 그중 남자 조카는 단 한 명이었고

그마저도 큰 시누이가 낳아 미대오빠와는 성이 달랐다.



폐백을 올릴 때 시부모님은

다산을 기원하고 당부하시며

대추 일곱 알과 굵은 알밤 다섯 알을 던져주셨다.


두 분께서 득남의 염원을 담아 던져주신

열두 알을 하나도 빠짐없이

나와 미대오빠는 가뿐이 받아내었다.


이렇게 다둥이는 우리에게 미리 예견된 운명이었을까?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나는 같은 날 결혼 해

발리로 함께 신혼여행을 간 내 친구를 질투라도 하듯

첫 날 밤, 단 한 방에 임신을 해버렸다.


임신초기와 입덧으로 인해

액티비티를 못하던 친구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두 시간 넘는 래프팅을 하고 온 그날.

바로 그 밤,

단번에 아기천사가 찾아와 버린 것이다.


물 맛이 이상해. 하면서도

게걸스럽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허겁지겁 소고기를 먹던 나를 이상하게 여긴 미대오빠가

눈치 빠르게 임신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미대오빠는 퍽 현실성이 없던 놈이었기에

제 새끼를 배고 있을지도 모르는 여자에 대한 배려는

'부끄러워서 어떻게 사'라는 말로 씹어 드셨다.


어쩌면 임신초기일지도 모르는 나는

진짜로 부끄러울지도 모를 남편을 생각해

아직은 낯설기만 한 신혼집이 있는 서울의 동네를 걸어

약국을 찾아 테스터기를 사 왔다.


그리고 좁은 화장실에 앉아

소변이 닿자마자 바로 나타난 빨간 두줄을 확인했다.


처음 보는 두 줄.

나는 내심 뿌듯하고 감격스러웠지만

화장실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그에게

어쩐지 드는 괜한 미안함에 기쁜 티도 내지 못했다.


두 줄이라며 테스터기의 결과를 내밀었을 때 그는

우리의 아이가 생긴 것을 기뻐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고

말없이 그 큰 손으로 자신의 이마부터 짚었다.




영화나 드라마 일이 로케촬영도 많고

세트장이 먼 곳에 있는 일이 많다보니

미대오빠는 숙소 생활(= 모텔생활) 하는 것에 익숙했다.


자연히 자취방은 몇일이고 몇 주고 몇 달도 비워둘 때도 많았다.

그런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결혼 우에도 종종 일이 늦게 끝나면

피곤을 이유로 집이 아닌

근무지 근처 모텔이나 찜질방에 가서 자곤했다.



첫 결혼기념일도 외박으로 망쳐버렸으면서

이 주 만에

야근 후 술자리를 가지느라 또 집에 들어오질 않았다.


내가 오늘은 널 죽인다.

벼르던 찰라.


다크써클이 내려앉은 초췌한 얼굴로 늦은 아침 나타난 미대오빠.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놓고 온터라 제대로 한판 붙기로 결심했다.

도끼눈이 되어 언성이 높아진 나를 보며 실없이 웃는 미대오빠.


"어디서 누구랑 뭐하느라 집에도 안들어왔는데!!!!"


약이 바짝 올라 따져묻는 나를 끌어다 안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했던가.


결백의 확인 인지 넘치는 사랑인지 모를 그 날,

복덩어리 하나가 또 굴러왔다.


또 한방에 아기 천사가 우리부부에게로 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준비도 없이.





시부모님의 바람과는 다르게 딸만 둘을 낳았지만

아들 외엔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을 정도로

우리는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았다.


(짧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선천적 장애 의심을 받았는데

결국 장애가 아니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반년 넘게 대학병원을 쫓아다니며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동안

온 집안 식구가 마음고생을 햇었다.

그 후부터 건강만 하다면 개똥밭이라도

이곳이 지상낙원이라고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나처럼 얻어 입히고 중고를 쓰면

둘도 셋도 낳아 키운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아이들까지도 없이 키우고 없이 살았다.


그래도 비굴하거나 초라하거나 서럽지 않았던 것은

우리 부부에게는 늘 충만한 사랑이 있어서였다.


같은 내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꺄르르 웃었고

한 침대에 넷이 살을 부대끼며 자더라도

내 사랑들의 온기가 좋았다.


나를 사랑해 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우리의 아이들이 있기에

돈만 부족한 것이 되려 다행처럼 느껴졌다.




매달 동동 거리며

메꿔야 할 카드값을 맞추고 살 더라도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 내지 않았고

남과 비교하지 않았다.



더 벌어다 주지 못함에 미안해 한 미대오빠

맞벌이를 시작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진 나.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볼 새 없이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 와중에

뜬금포 셋째가 찾아왔다!


이번엔 미대오빠가 태몽도 꾸었다!


그래, 까짓거.

딸 셋이어도 좋으니 건강만 하여라.

그럼 무조건 낳을게!


그랬더니 온 우주가 바란 아들이 내게 왔다.

딸 둘 아들 하나.




언젠가 만난 관상쟁이, 점쟁이 말처럼

이집엔 딸들도 보이고 아들도 있다더니.


아마도 우리부부는 이미 다둥이 부모로 예정되어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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