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쓰는 결혼 10.

망한것은 엄마의 연애뿐

by 딱좋은나

밥 좋아하고 국밥 데이트나 즐기던 여자였던 난,

워낙 싼입에 막입이라

비싼 거 사달라고도 안하는것도 있지만

언젠가부터 미대오빠는

내가 먹고싶다고 하는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다 사준다.





예전에

첫째를 낳고 몇 개월쯤 지났을 때 였다.

미대오빠가 밖에서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가지고 늦은 귀가를 했다.

그의 손엔 어울리지 않는 까만 비닐 봉지가 들려있었는데

3차라 배가 불러 아무도 시킨 안주에 손을 대지 않았다며

처음으로 남은 음식을 싸온 것이었다.


미대오빠 본인은

예전 같으면 '통닭 한 마리 그게 뭣이라고'

하며 버리고 왔을 거지만

돈돈 거리는 여자와 살다보니

어느새 본인도 아저씨가 된건지 아깝더라며

부끄럽지만 포장해달라했다면서 씁쓸히 웃었다.


그렇게

결혼 후 바뀐 자신의 모습을 자조하며

내게 식어 빠진 통닭 봉지를 내밀었었다.


그러나 내 귀엔 그 어떤 말도 들지 않았다.

누군가는 있어도 손 한번 가지 않는 이 통닭 마리가

내게는 거의 반년만에 먹어보는 진귀한 음식이었기에

그렇게나 반가울수가 없어

이미 눈으로 먹고 코로 먹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미대오빠가 옷을 갈아입고 세안을 하는동안

식탁 테이블에 혼자 앉은 내가

그새 그 통닭 한 마리를 거의 다 먹는 것을보고

미대오빠는 무척 놀라했다.





"당신은 나가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지만

당신 아님 이런 바깥음식 못 먹어.

통닭도 반년만에 먹는 거 같은데? "




걸신이라도 들린듯 미친듯 먹어놓고

내딴에도 좀 민망하긴했어서

되려 더 불쌍해보이게 말했던건지도 모르겠지만

아주아주 오랜만에 내 얼굴이 빨개졌다는 건

말하는 내내 느껴졌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 나는 완모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수유하니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가뜩이나 힘들게 뚫어놓은 유선이 막혀 안된다고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당부를 했어서

통닭 튀김 같은 건 먹을 생각조차 못했다.


수유 반 년째라 이젠 젖이 충분히 잘 돌아도

통닭이라는 배달음식은

혼자 시켜 먹기 괜히 멋쩍고

돈낭비 하는 것 같기도해서

도저히 시켜먹을 수가 없었다.


미대오빠는 밖에서 자주 먹으니

집에서 먹자 소리 안해서

그저 통닭이란 걸 몇 달 동안 못먹었을 뿐인데

미대오빠딴엔 자신과 비교되는 내 처지가 미안했었나보다.





남자들은 술 먹을 때 안주를 잘 안먹어서

그간 시켜놓고도 술 먹느라 먹지 않고

그냥 두고 일어나는 안주도 많았었다,

이럴줄 알았음 다 싸왔을걸하며

측은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밖에서 먹는 술자리를 줄이겠다

밖에선 술을 안먹겠다 했었어야했는데

이때까지만해도 미대오빠는 사람새끼가 아니었던지라...







무튼

이후부터 미대오빠는 진짜 내가 먹고 싶단거

무조건 다 사주고 있다.





얼마 전 큰 아이의 1n세 예방접종이 있었다.

독감 외엔 아주 오랜만에 맞는 접종이라 딸아이는

조금은 오바스럽도록 긴장했는데

막상 주삿바늘이 들어가니 덤덤했다.


이만큼 언제 컸나 싶은 대견함과

아직은 아기구나 싶은 묘한 안도감이 교차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주유와 세차하러간 곳에 맥도널드DT가 있어서

큰아이가 먹고싶다며 조르는 너겟과 맥플러리를 사줬다


주문을 끝내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둘이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내가 말했다.


"딸~ 아빤 엄마가 먹고싶단거 다 사주잖아.

딸도 딸이 먹고 싶다 하는 거 다 사주는 남자 만나~"


그랬더니 딸은

자긴 먹는 좋아해서 돈 많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대답했다.



후후 웃으며 내가 말했다.


"딸,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야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애정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함께 먹어주는 남자,

같이 먹으러가는 남자는 쉽지 않아.

같이 살아도 밥 한끼 함께 먹기 힘든 세상이니까."


비록 모태솔로 1n살의 아직은 어린 내 딸이

내 말의 뜻을 아직은 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내 딸들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살길 바라.




비록 엄마의 연애사업은 망해서

맛있는 것, 비싼 것, 좋은데, 비싼데 데려가지 않은

네 아빨 골랐지만

그래도 엄마의 결혼생활은

네 아빠의 인내심과 사랑 덕에

나름 안정적인 궤도로 성공한 편이니까!



keyword
이전 09화용 쓰는 결혼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