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은 김에 키웁니다 37
"얘들아 구충제 먹자!"
나의 부름에 아이 셋이 쪼르르 달려온다.
"자, 첫째부터! 쪼옥. 옳지.
다음은 둘째! 야! 맛 없으면 코 막고라도 먹어. 뱉으면 안돼! 토하면 다시 먹어야 된다!!!! 그렇지!! 잘했어!
우리 막내!!! 너도 먹어야 돼! 이건 맛으로 먹는 거 아니니까 꼴깍 삼켜!!! 옳지 옳지. 우리 아들이 제일 잘 먹네!!"
모로 줄을 선 아이들의 입에 차례로 구충제를 짜 넣어주었다.
응원을 해가며 협박도 해가며 호들갑인 애들에게 약을 먹였다.
이번 약은 익숙한 맛이 아니라 낯설어서인지, 아니면 약 맛이 별로라서인지.
삼키는 아이들 표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셋 모두 다행히 뱉지 않고 잘 먹었다.
이렇게 우리집은 일년에 두번, 봄과 가을에 구충제를 반드시 먹는다.
보통 3~4월, 9~10월에 먹는데 이번에는 워낙 날이 따듯해서 그런지 시기를 놓쳐 11월 초에 먹었다.
"엄마 나 샤워도 깨끗이 했는데 똥꼬가 왜 가렵지?" 하는 아들의 말에 아차차! 하며 늦었지만 구충제를 복용하였다.
첫째는 편식이 워낙 심해 야채나 회 같은 날 것을 입에도 대지 않지만 식구들과 같은 식기, 화장실을 쓰니 당연히 먹인다.
둘째 예삐는 워낙에 날로 먹는 해산물과 회, 육회, 쌈 채소 등 골고루 다 잘 먹는다. 그래서 이 아이에게만큼은 구충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품이다.
막내 아들 또한 식성은 둘째나 나를 닮아 적은 양이라도 덩달아 날 것을 먹으니 당연히 구충제를 먹인다.
아들이 똥꼬가 가렵다고 한 날, 퇴근하는 남편에게 구충제를 사오라고 부탁했다.
가격은 더 싸지만 알약으로 된 구충제는 한 번 먹을 때 일주일 간격으로 2번 먹어야 돼 불편하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값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액체로 되어있어 쭉 짜먹으면 되는 액상 구충제를 먹는다.
먹기도 편하고 딱 한 번만 먹어도 되어서 더 낫다.
그동안은 종근당에서 나오는 젤콤 현탁액을 먹여왔는데 바나나향이 나서인지 아이들이 잘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 남편이 방문한 약국에는 젤콤이 없다면서 다른 제품을 사왔다.
아이 셋 모두 세 살(두돌 이후)부터 엄마 아빠가 구충제를 먹을 때 같이 먹이기 시작했다.
늘 먹어 왔기에 우리집 아이들은 봄 가을이 되면 당연히 구충제를 먹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약이 바뀐 이번 가을에도 엄마인 나의 미션을 수월하게 클리어 할 수 있었다.
[영화 연가시]를 온 가족이 다 본 적이 있어서
아이들도 몸 안의 벌레를 잡는 약이라 알고 냉큼 먹는다.
맛이 있니 없니 소리를 하면서도 다행히 뱉어내지 않아 기특하다.
요즘 구충제를 먹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나는 꼭 구충제를 먹인다.
남편이 영화를 찍던 시절엔, 로케 촬영에 들어가면.
제작부에서 밥 많이 먹지 말라고 구충제부터 먹이고 시작했다 한다.
후후후 우스개 소리처럼 남편은 이야기 했지만 나름 단체 생활인 만큼,
스텝 모두에게 구충제를 먹인 것은 돌림병 방지 차원에서라도 참 현명한 것 같다.
"아........ 엄마 배가 아파."
"똥 싸러 가!"
"아, 엄마. 나 오늘 벌써 똥을 n번이나 쌌어."
약빨이 잘 들은 것인지 부작용인지 모르겠지만,
아이 셋 모두 구충제를 먹고 난 하루 이틀동안 제법 많은 양의 똥을 쌌다.
"너네 몸에서 벌레 나오느라 자꾸 싸나보다!"
내 말에 아이들은 경악스런 표정을 짓는다.
"내 몸에도 연가시 같은 거 있어?"
"있었어도 이제 약 때문에 다 죽었겠지?! 깨꼬닥 하고! 그리곤 똥으로 나오겠지?
나중에 싸고나서 한번 잘 봐봐. 죽은 기생충이 있나 없나."
"우엑!", "으........ 싫어!!!"
더러움에 몸서리치는 애들을 놀렸다.
"그래. 몸에 이상한 거 키우지 말자고 구충제 먹는 거잖아.
잘 먹었으니까 됐어. 내년 봄에 또 먹자."
"엉."
기꺼이 대답을 해주고 약도 잘 먹어주는 기특한 내 아이들.
"땅에 떨어진 음식 절대로 주워 먹지마!
개똥 같은데서 나온 기생충이 눈에 안보여도 몸에 들어올 수 있대!"
당부같은 조언을 하자 뜨끔한 아이들이 알겠다며 수선을 떨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것도 3초 안에 주워먹으면 괜찮다는 말을 하며 간혹 떨어진 음식도 먹는 걸 알아서 더더욱 강조했다.
"자자, 이 구충제는 그럼 6개월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 때까지 배 안에 이상한 벌레는 키우지 말고 잘들 계세요!"
5식구라서 4개씩 들어있는 두 박스를 사야했다.
남은 구충제를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리며 내가 말하자 아이들이 꺄르르 웃었다.
건강하게 잘 커줘서 오늘도 고마운 내 아이들이다!
아무리 두 돌지난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구충제라고 하지만, 부작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심부전이나 부정맥 등의 질환이 있는 분들은 구충제 복용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