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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Mar 02. 2024

내게 보인 당신의 앞날

무례한 사람은 일단 거릅니다.

나는 남편이 일하고 있는 인테리어 회사의 실질적 대표이다.

바지사장이라고 하기에 세금 관리와 인건비 처리, 공구나 비품 및 자재 수급까지 내가 직접 하고 있다.


필드에 나가서 직접 공정 업무를 뛰지는 않아도

후방에서 지원하고 조달하는 업무는 대표로서 내가 한다.


가끔 남편이 놓치고 가는 부분을 짚어주거나,

내 명의이기 때문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문제에 대한 결단도 직접 내린다.


내 명의 이전에는 남편의 사업자라도 안주인으로서 그 역할을 내가 해왔다.


손발을 맞춰 이렇게 안팎에서 일 한 것이 어느새 1n년 째다.


그래서 나도 인테리어 일에 어느순간 진심이 되어 건축도장자격증도 땄고, 각 공정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 전문가까지는 아니지만 반푼이 쯤은 되었다.





남편이 주로 상업인테리어를 하다보니 공사가 마무리 되고나면 클라이언트의 오픈식은 거의 챙기는 편이다.


업종의 특성 상 화분이나 화환밖에 못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손님으로 가서 후하게 팔아준다.


이 때에는 반드시 대표의 직함을 걸고 내가 함께 나선다.


"제가 다녀간 곳은 이상하게 안 망하고 장사 잘 하시더라구요!좋은 기운 팍팍 드릴테니 꼭 잘 되세요."


진심으로 나는 남편의 작품이 된 가게들이 승승장구하며 잘 되길 바란다.


개업축하 인사치레가 끝나면, 시작부터 끝까지 마음과 합을 맞춘 것은 인테리어 업체와 의뢰인(클라이언트)이기에 공사기간동안 서로의 노고를 치하한다.


또 대표로서 우리 업체를 선택해준 것에 감사의 말도 전하고, 공간 사용 시 아쉬운 부분이나 사용하는 동안 발견한 하자여부에 대해 묻는다.



거의 매달 공사가 한 건씩 이루어 지기에 나도 남편의 고객이자 한 가게의 대표인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그 만남에서 나는 감히 그 가게의 앞날이 어느정도 예측하고  대부분이 맞아떨어졌다.






내겐 매우 애석하고 안타까운 말이지만,  

남편의 기본성정은 돈을 많이 버는 것에 관심이 덜한 편이다.

적게 남기더라도 마음맞는 사람과 일 하고 싶어하고, 한 번에 여러가지 하는  걸 꺼려해 공사도 한번에 하나만 한다.

놀기 좋아하는 배짱이 기질로 미팅하고 사람 만나는 일도 좋아하지만 그만큼 또 일과 사람도 매우 많이 가린다.


남편의 사전 연락 단계부터 클라이언트를 구분하고 방문견적이나 미팅에서 성향이 맞지 않는 이는 걸러낸다.


무례하거나 예의 없는 사람은 이 때 무조건 걸러진다.

당장 일이 없어도 이런 사람들과는 일하지 않는다.


문자로 사전 합의 없이 늦은 밤 대뜸 전화하거나,

인삿말도 없이 자신의 용건부터 꺼내거나,

어설픈 지식을 과대포장하며 남편의 업무를 깎아내리며 무례하거나

(단가가 얼마인줄 아는데 왜 이 금액이냐,

주위에 인테리어하는 사람있는데, 다른 업체는 얼마면 된다 라던데 등등등)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날짜와 시간을 정해 방문 견적을 요청하는식으로 예의 없거나

가계약 전 단계에서는 점포의 위치나 업종을 정하지 못하고 자꾸 바꾸는 등 줏대가 없는 케이스도 다.



그런 분들의 의뢰를 받아 어쩌다 공사를 시작했더라도 공사기간 동안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를  잘 알게되며 사실 성정은 좋은 분이었구나하고 말할 수 있는 케이스는.

여지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답답하기는 해도 차후 문제가 생겨 몸고생 맘고생 하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남편이 NO한 결정은 대게 수긍한다.






아이들의 개학도 코앞이고 모처럼 휴일이라 일을 뺀 어느날.


이틀 전 늦은밤에 인삿말도 없이 전화와 일방적인 시간 통보까지 한 무례의 종합선물세트인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간다 했다.


이전에 상담을 한 적이 있었기에 ㅡ가게 위치가 바뀜

남편이 꾹 참고 일정을 조율하여 방문견적하러 간다기에 드라이브삼아 서울 구경하겠다며 나도 따라 나섰다.


서두른 덕에 미팅시간보다 30여분 먼저 도착했고 커다란 빌딩 속에 위치한 점포여서 공사하기 위한 주변환경부터 둘러보았다.


그러고도 남은 시간동안 점주의 허락을 받고 문도 없이 비어있는 가게에 들어가 실측을 했다.

껌껌하고 먼지구덩이인 현장에서 휴대전화 플래쉬에 의존하여 일하는 남편을 보니 괜히 마음이 짠하였다.


약속시간에 겨우 나타난 점주는 커다란 업소용 냉장고를 싣고와 도저히 인테리어 미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인테리어 견적이 나오기 위해서는 점주가 해당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이야기가되어야 한다.


남편을 십분 넘게 세우도고 잠시만요, 좀 있다가요 하며 냉장고 옮기는데 열중한 점주에게 만정이 다 떨어진 채 견적을 포기하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우리는 건물 관리인께 정중히 인사를 했다.

인테리어 업체이고 잠깐 실측 때문에 왔다고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인사 드렸기 때문에 마음이 쓰이신 걸까.


저 쪼그만한 가게에 인테리어 업체만 십 수 명이 들락거리고, 서로 겹쳐서 감정 상해서 가고 하더니 또 저런다고.

저기 하자  있어서 철거도 중단된 건 얘기하더냐고?


역시나 우리에게만 무례한 것이 아니었다.


점주는 나름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금액을 쥐고 시작하는 것이라 금액과 상관없이 귀한 돈 일테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에게 무례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그 돈을 가치있게 쓰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인테리어 업체, 특히 사람 가리는 내 남편에겐 돈만큼 시간만큼 마음도 중요하다.


배려 없는 점주의 언행은 진작 갈무리 되었음에도 가졌던 기대,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잘 버렸어. 여긴 아닌 거야."


회사의 이미지때문에 마지막 까지 예의를 지키고 나온 남편이 그랬다.


"역시 첨부터 아닌 건 끝까지 아니었어."


"관리인 아저씨께도 점주가 되게 밉보인 것 같던데.

공사하는동안 주변가게들도 비협조적일 것 같고.

이런 공사는 안 맡는게 나아. 괜히 맘 고생만 더 할 듯."


"그러니까 말이야."


"저래가지고 장사 어찌할지 앞 날이 보이네."


"에휴. 놔 둬. 그러면서 또 배우겠지."


악담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그 가게의 앞날이 예측되었고 남편 역시 그러면서 배울거라 수긍했다.


성과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기분은 가라앉았지만, 둘이서 오랜만에 드라이브한 셈 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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