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좋은나 Jul 13. 2023

재산세가 내려서 좋은데 슬프다.

시간에 생각 더하기 8

내가 아무리 상대 출신이라도 세무는 참 어렵다.


자영업자로서 사업장 2개를 운영 중이다 보니

매월 인건비 신고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챙겨야 되는 세무 일정이 끊이지 않는다.


1월엔 면세사업자 현황신고를 하고

2월엔 자동차세 연납을 하고

5월엔 종합소득세 신고 및 납부를 한다

7,9월엔 집과 상가에 대한 재산세를 내고

7,1월엔 부가가치세 신고 및 납부를 한다.




아!!!

어느새 세금으로 가계부가 펑크 나는 7월이구나!

내 생일은 찰나와 같은데, 세무 일정은 빡빡하다!

어느 순간부터 생일이 끼어 마냥 좋던 7월이 나는 무서워졌다!





엄마 집에 내가 살고 있다 보니

대출이자와 관리비, 집과 관련한 세금은 모두 내가 부담하고 있다.


상가는 내 명의라 전자고지가 되었는데

엄마 명의의 집은 우편으로 날아왔다.







어!?



뜯어본 고지서에 기재된 재산세가 작년보다 10만 원가량 낮게 나왔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던 집 값이 내리니 재산세도 내렸나 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은 좋은데 어쩐지 슬프다.


나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내집 마련을 하셨던 엄마는

매입한 아파트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걸 보며

돈은 이렇게 버는 거구나! 하셨었다.

자신이 평생을 벌어도 쳐다보 보지 못한 돈이 오르락 내리락 하자 감탄을 연발하셨었다.


"엄마, 나 때문에 매입한 거니까 나한테도 지분 좀 떼줘!" 란 내 말에 엄마는 비웃으셨다.

아무리 집값이 올라봐야 나 때문에 마음 고생한 위자료로 치기에도 한참 모자라다 하셨다.

결혼하고 고생하며 사는 내가 엄마에게 아픈 손가락인 것은 아픈 손가락인 거고, 돈은 별개의 문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고공행진하던 아파트 가격이 거품이 사라지듯 폭삭 주저앉았다.

그와 함께 엄마의 어깨뽕도 주저앉았다. 이제 엄마와 나는 함께 존버하는 사이가 되었다.


당장 내 수중에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건만,

집값의 상승은 괜스레 어깨 뽕이 높아지고 가슴도 쭉 펴게 만들었었다.

집값 상승에 마냥 행복해하던 우리 모녀도 어느새 가진 자의 마인드로 변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소시민이었으면서,

이까짓 아파트 하나가 생기자 없던 욕심도 덩달아 생기며 마음까지 변한 것이다.


집값이 자꾸 오르는데 내 집 마련은 언제 어떻게 하냐 걱정하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집 값이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오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엄마, 오늘 엄마집 재산세 고지서 날라와서 냈어"


"얼마 나왔던데?"


"얼마 안 나왔어. 작년보다 10만 원이나 적게 나왔어."


"집 값이 그만큼 많이 내렸는가보네."


"응, 돈 적게 나가는 건 좋은데 왜 슬프노."


"전에가 너무 올랐었지. 기다리다보면 또 조금 오르겠지. 잘 버티면서 기다리 보자매."


수화기 너머 엄마의 목소리도 어쩐지 힘이 빠진 것 같다.

나는 내집도 아닌데 왜 슬픈 것이며,

엄마는 부동산 투기꾼도 아니면서 왜 이리 슬퍼하는 것인지.






내 아들 딸이 결혼을 할 때 과연 그들은 집을 사서 결혼 생활을 시작할 수나 있을까?

(내가 너무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이라 우리 아이들은 꼭 주거 만큼은 안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때의 집값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고 또 곤두박질친다면, 집을 사는 게 맞다고 할 수 있을까?

내 남동생은 집값은 무조건 내릴거라며 집부터 사라는 내 말을 안듣다가 여지껏 제 집 하나 사지 못하고 있다.

엄마에게 신세를 지기로 약속했던 3년이 다 되어서 곧 있으면 나도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

엄마는 지금 이 집을 팔아야 할까? 제대로 된 매도 타이밍일까?

올랐던 금액을 이미 봤으니 지금의 집값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심지어 나는 내 집도 내 돈이 아닌데도 말이다.



재산세 고지서 하나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재산세가 적은 건 좋은데, 집값이 내린 건 슬프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닥토닥 나를 위로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