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 1

by 딱좋은나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 오후,

잔뜩까지는 아니지만 머리와 옷이 제법 촉촉히 젖은 소년을 만났다.


왜 이렇게 젖었냐고 깜짝 놀라 물으니 아이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우산 챙기기가 너무 귀찮은데,

마침 비도 거의 오지 않아 그냥 집을 나섰어요."


"지금 비가 이렇게 오는데?"


밖은 비가 내리는 소리마저 요란하다 싶을 정도로 폭우가 퍼붓고 있다.


집에서 나와 걷는데 갑자기 비가 이리 쏟아졌단다.

그 덕에 이렇게 젖어버렸다며 소년이 머리와 몸을 털며 배시시 웃었다.


나보다 더 키도 크고

내 딸보다 더 나이도 많은 소년.


우산없이 비를 맞았으면서도 에어컨 바람에 감기라도 들까 걱정하는 내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괜찮다며 웃는 소년의 수줍은 미소가 참으로 어여뻤다.


"너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그 때도 귀찮다고 우산 안 씌워줄 거야?"


"에이 그러면 안되죠, 여자친구는 비 안 맞게 우산 씌워줘야죠."


"왜. 귀찮은데 둘이 같이 비 맞고 감기나 걸리지?"


"여자친구 감기 걸리게 하면 안되죠."


소년은 얼마전 고백에 성공하여 여자친구가 생겼었다.

하지만 일주일 남짓만에 여자친구는 이별을 고했고

이 소년은 동네에서 유명한 실연남이 되었다.

내가 꺼낸 말에 전 여자친구를 생각하는 것인지

어쩐지 대답하는 소년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


아픈 곳을 찌르는 건 잔인하지만

효과만큼은 좋은 극약처방이다.


"근데 넌 왜 널 적셔. 남의 집 귀한 아들아!"


"그러네요. 앞으로 우산 쓰고 다니겠습니다!"


길어지려는 내 잔소리를 막듯 아이는 얼른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너가 있어야 여자친구도 만나는 거야.

엄마만큼 널 소중히 대해주는 여자친구 만나야지?

그러려면 너부터 너를 소중히 해!"


"넵"


우렁찬 목소리가 참 든든하다.

남의 집 아들놈이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겨준다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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