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는 게 싫을 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 2

by 딱좋은나

"여자친구 생겼다며?"


소년의 소식을 그의 동생으로부터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소년을 만나자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을 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하며 뒤통수를 긁적이는 소년의 귀끝이 조금 발개졌다.


"장고(장난고백)가 아니었나보네."


얼마전 장고를 받은 것 같아서 거절부터 했다고 내게 소년이 직접 이야길 했었던 터라 이야기를 이었다.


"아, 걔 아니고 다른 애에요."


"그래? 다른 애한테 또 고백받은 거야? 이야~ 대단한데!"


내 말에 소년은 귀끝 뿐만 아니라 볼까지 빨개졌다.


어른의 프레임을 씌워 요즘 아이들의 연애를 보면

벌써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이냐며, 발랑 까진 것들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경험을 한 유경험자로서 연애의 과정과 결과를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무조건적인 편견을 갖고 보게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염려와는 달리 조금 더 순수하게 교제한다.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되면 뭐가 달라?"

하고 묻는 내게

"그냥 같이 하교하고요. 집에 가면 톡 주고 받는 정도에요"

하고 소년이 대답을 했다.


"뭐야, 그게. 여자친구나 친한 친구나 별반 다를 게 없네."


김이 빠지려는 내 관심을 잡듯 소년은 얼른 말을 이었다.


"아. 신고식이 있어요. 저도 오늘 신고식 했어요."


"신고식? 그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다른 애들 앞에서 손 잡는 거에요."


"아, 다른 애들 앞에서 내 여자친구 남자친구라고 공표하는 거구나.

그래서 너네도 오늘 신고식 했으면 너 여자친구랑 손 잡은 거야?"


턱이 절로 괴어지는 재미있는 남의 연애사이다.

애 꺼든 어른 꺼든 남의 연애사는 괜히 듣기만해도

가슴이 몽글몽글 두근두근하는

나는 불혹도 넘긴 찐,아줌마이다.


"네, 오늘 여자친구랑 손 잡았어요. 그런데 솔직히..... 기분이 별로 안 좋았어요."


뜸을 들이며 소년이 꺼낸 말에 나는 의아해졌다.


"왜 날이 더워서 손에 땀이 많이 났나? 손 잡는데 찝찝했어? 왜 기분이 안 좋아?"


"아니요. 땀 나고 그런 건 아니었고요... 그냥 이유는 모르겠는데 별로 기분이 안좋았어요."


"아직 손까진 안잡고 싶었나? 아니면 다른 친구들 앞이라서 쑥쓰러워서 그랬나?"


"모르겠어요... 근데 좀 싫었어요."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솔직한 제 감정을 대답으로 내어놓고도 소년의 고개가 수그러졌다.


"여자친구한테는 이야기 했어?"


"아니요, 여자친구가 알면 속상할 거 같아서 말 안했어요"


"아이고, 니 기분보다 여자친구 마음을 먼저 걱정했네, 기특해라! 다 컸네. 다 컸어."


나의 인정에 소년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던 듯 편한 얼굴이 되었다.


"근데 이런 건 솔직히 말해야지, 너랑 손 안잡고 싶은게 아니라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다른 사람앞에서 손 잡는 건 좀 별로다 같이 이야기 해줘야 여자친구도 알지.

네 마음 이해 못해주면 여자친구도 너 존중 안하는 거지."


"그렇죠."


묵묵히 듣던 소년의 대답이 기껍다.


"앞으로 누굴 만나든 서로서로 스킨쉽에 대해선 솔직해야 돼!

그리고 니가 이번에 느낀 이 안 좋은 느낌을 잘 기억해둬.

나중에 여자친구가 그런 느낌 그런 생각 든다 할 때.

그때는 니가 여자친구를 존중해줄 수 있어야지!"


인정의 다른 말은 존중이라 생각한다.

소년이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남자로 자라길 바란다.


"네!!"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기특했다.

상대를 배려한 것도 물론 대견하고 좋았지만 그보다 더 자신에게 솔직한 소년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보통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까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지나친 배려 때문에

되려 자신의 감정을 속이거나 덮는 것이 보통인 우리니까.

어쩌면 나 역시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챙김을 소년은 하고 있는 것이니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마땅히 칭찬 받을만 하다!



엄마는 여자친구와 헤어져라고 한다시지만,

나는 친구처럼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론 어른으로 조언해주니

그 후로도 소년은 제법 솔직하게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종종 꺼낸다.


며칠 뒤 다시 만난 소년이 말했다.

이제 더는 여자친구와 손을 잡는 것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고.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나니

좋아하니까 닿고 싶은 감정도 부정하지 않게 된 것 같았다.


진정으로 나와는 성이 다른 이성 친구를 깨닫고

이성에 대한 호감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 소년을 보며

잘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년은 첫 여자친구와 이렇게나 생각만해도 좋은 기억과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소년의 몸과 마음도 계속해서 자랄 것이다.

또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몸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당연하게 일어나는 생체 반응을 도덕젓 잣대와 사회가 정해둔 규칙에 맞춰

적당한 선으로 경계를 짓고 그것을 지키는 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게 될까?


아직은 어려서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어디선가는 벌써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은 사실이다.

먼저 아이였다가 이제 어른이 된 나는 알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갖게될 이중적 잣대와 욕망과 이성의 충돌을.


아이들의 연애에 어른이 개입을 하고 저지 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다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이 생각 자체가 성급한 일반화로 인해

순수한 아이들의 감정까지 어른의 색을 입혀 더럽히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은 이런 문제들을 "고딩엄빠"라는 말로 포장하여 조금 쉽게 접근하고는 있지만,

보통 평범한 일은 아니기에 이성친구를 만나는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면서도 걱정이 된다.




"손만 잡아. 아무리 좋아도 아직은 더는 안돼!"


마음의 소리가 입으로 튀어나왔다.

애를 잡고 무슨 소리를 하냐 싶은 생각에 내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어른의 색으로 아이를 본 것이 부끄러웠다.


소년도 나를 변태 보듯 어이 없다는 눈으로 봤다.


"예?"


"아직은 더는 안된다고."

하지만 다시금 나의 진심이 나왔다. 솔직한 순도 100%의 진심이다.


"에이... 더... 안해요."


말 사이 찰라의 정적이 있다는 것은 소년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서 일테다.

나처럼 덩달아 소년의 얼굴도 조금 붉어졌다.






앞으로도 소년이 내게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해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년의 연애가 나는 계속해서 궁금할 것 같다.


아이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른의 색을 씌워 보게 될 거면서도

최대한 아이 때의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싶다.

소년의 순하고 맑고 깨끗한 연애를 보며 정화시키고 싶다,

여러번의 연애를 하는 동안 여러가지 색깔로 덧칠해져 어느새 까매진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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