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 3

by 딱좋은나

나는 소년과 격일로 주에 3번을 만나고 있다.

이틀 만에 만난 소년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나의 물음에 소년의 표정이 더 싸해진다.


-아니요. 안 헤어졌어요. 근데 헤어지자고 할까 봐요.


"사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헤어져?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무도 없고 단 둘이 있을 때 이야기 해드릴게요.


더 이상 연애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걱정했던 과거의 염려를 보상해 주듯

소년은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기약했다.


한참 후 다른 아이들이 모두 떠나가고 둘만 남았다.

남의 연애사가 내게만 재미있는 건 아닌 듯 안 가려고 버티는 아이도 있었다.

겨우 다 보내고 간식까지 쥐여주고 내 앞에 아이를 앉혔다.


"자, 이제 이야기해봐. 휴우~ 궁금한 거 참느라 혼났네!"


나의 반응에 소년이 모처럼 밝게 웃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기다려 주는 것이 소년에게도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았다.



소년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해보겠다.


여자친구의 고백과 나의 허락으로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친한 친구 중에 같은 날 커플이 된 또 다른 친구들이 있다.

그 커플은 서로에게 애정표현도 잘하고 눈꼴이 시도록 서로를 챙긴다.


쑥스러움이 많고 덩치만 컸지 소심한 나는 여자친구와 손을 잡는 것도 어색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엄마랑 아빠를 봐도 서로 궁둥이나 두드려주지 딱히 애정 표현을 한다고 느껴지는 게 없다.

엄마나 아빠에게 묻고 싶어도 헤어져라 소리만 하시니 물을 수가 없다.


다른 애들은 애칭으로 잘만 부르는데 나는 여자친구의 이름도 다른 아이들처럼 성과 함께 붙여 부른다.

마음은 안 그러고 싶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은데 티를 내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면서도

타고난 게 이런 건지 노력을 해도 입이 굳어서 절대 달라질 수가 없다.



어느 날은 내 여자사람친구가 나의 킥보드를 뺏어 타고 갔다.

돌려달라고 소리 지르며 쫓아가는데 여자친구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친구인걸 알면서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나를 좋아한다고 먼저 고백까지 해온 여자친구가 조금씩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시큰둥하고, 내가 직접 만들어서 준 것도 받지 않았다.

오늘은 어딘지도 모를 곳에 숨어서 나를 기다리다 못 찾은 내게 결국 짜증을 냈다.

한참을 찾았는데 못 찾은 나도 속상한데 여자친구 반응을 보니 나도 화가 났다.

기분이 나쁘고 속이 상해서 친구들이랑 놀다 말고 그냥 와버렸다.


여자친구랑 헤어지는 게 조금 겁난다.

좋아하는 마음이 상처받을까 겁나는 게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차였네, 까였네 하는 소리를 듣게 될까 봐 겁이 난다.

내가 먼저 여자친구한테 차이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자존심 상한다.

아직은 여자친구를 좋아하더라도 나한텐 내 자존심이 더 소중하다.

친구들한테 놀림받게 될까 봐 걱정된다.

여자친구에게 그냥 헤어지자고 말해야겠다.

여자친구 때문에 친구들 앞에서 쪽 팔리기는 절대 싫다.



"네가 여자친구라고 생각해봐 봐. 되게 속상할 거 같지 않아?"


-네? 왜요?



"사귀자는 소리도 먼저 해, 손잡자고도 먼저 말해.

니 반응을 보면 여자 사람친구나 여자친구인 자기나 뭐가 다른 걸 모르겠어.

다른 커플은 꽁냥 꽁냥 한데 본인 커플은 시큰둥 해.

너는 자존심 때문에 헤어져버릴까 하지.

여자친구 입장에서 친구들한테 오만 소리를 다 듣고 있다고 생각되진 않아?"


-무슨 소리요?


"네가 먼저 고백하고 했는데, 네 남자친구는 니 좋아하긴 한대?

조만간 너 까일 거 같은데 이런 소리 말이야."


-아.........


소년의 표정이 굳어버리는 걸 보니 헤어질까 고민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이야기를 나에게만 털어놓은 게 아닌 듯했다.


"넌 지금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싶어?"


-아니요, 근데 나중에 혹시나 여자친구한테 까이고 쪽팔릴까 봐 걱정은 돼요.


"그 친구는 너한테 까이면 안 쪽팔리고?"


-그럴까 봐 아직 헤어지자고 말을 못 했어요.


"헤어져도 쪽이 팔리는 건 잠시 뿐이다! 부끄러워서 죽은 사람 봤어?

난 아직 못 봤는데! 뭘 죽지도 않을 거에 겁을 먹고 그래."


-그렇긴 한데 그래도 부끄러운 건 좀 그래요.


"네가 왜 헤어지고 싶은 지에 대해선 여자친구랑 이야기해봤고?"


-아니요. 말이 안 나와요. 무슨 말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고요.


"짜장면 먹을래 짬뽕 먹을래도 대화를 해야 알지.

넌 니 속마음도 제대로 말 안 하고 헤어질 걱정부터 하니.

난 네 여자친구가 훨씬! 불쌍하다. 얼마나 답답하겠어."


여자친구 편을 드는 내 말에도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처 여자친구가 느끼고 있을 감정까진 생각을 못한 듯했다.


-근데 진짜 말이 안 나와요. 머리가 하얗게 돼요.


"말이 안 되면 글로라도 써야지. 편지나 카톡이나 문자로라도."


-아!.............. 근데 집에 가면 뭐라고 해야 할지 하나도 기억 안 날 거 같아요.


"꾸미려고 하지 말고, 그냥 솔직히 말해.

말로 하는 게 서투르고 입이 안 떨어져서 문자로 하자고 먼저 말해.

그리고 네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거지.

좋아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잘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잘해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처음이라 서투르지만 너랑 헤어지고 싶지는 않다고, 기다려 달라고. 노력하겠다고."


-일단 오늘 말 꺼내 볼게요.


"그리고 너 좋아해서 여자친구도 불안하고 걱정돼서 그러는 건데 좀 받아주지.

그 잘난 자존심 세우느라 여자친구 생각은 하나도 안 하고 삐지기나하고 말이야.

다 큰 줄 알았는데, 좀 더 커야겠어!"


내 말에 소년은 서툰 한 걸음을 내딛기 전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대답했다.


- 털어놓길 잘했어요. 엄마랑 아빠는 듣지도 않고 무조건 내 잘못이라 하고 여자친구랑도 헤어져라고만 하시니까 말하기 싫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친구들한테 말하는데 확실히 어른한테 이야기하니 다르긴 하네요.


"고민은 친구들한테 말하는 것도 좋은데, 걔들도 경험은 부족하잖니. 너랑 다를게 뭐 있어?

니들 머리에서 나와봤자지. 물론 우리보다 이해는 더 잘해주겠지. 같은 처지니까.

근데 또 가끔은 어른들 말씀이 도움이 될 때도 있어.

그리고 엄마 아빠 걱정 안 하시게 니 할 일부터 제대로 하고.

잔소리 듣기 싫음 잔소리 들을 짓을 하지 마. 공부부터 똑바로 하라고!

사춘기니 뭐니 하면서 반항하지 말고. 독립을 위한 시간이지 사춘기는 반항하라고 있는 거 아니다!

그리고 나도 사실 내 딸들한텐 너네 엄마 아빠랑 똑같아. 내 새끼한텐 원래 그렇게 하게 돼.

그게 다 내 자식 걱정, 내 자식이 잘 됐음 해서! 똑같아!"


-예~!


마지막 소년의 대답에 힘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나도 몰랐던 부모의 마음을 소년이 알 리가 있겠나.

그것까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소년이 여자친구에게든 부모에게든.

말을 건네고 들어주고 답을 하는데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계에는 늘 대화가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이 되어 줄 대화.


소년이 용기를 내어 여자친구와 대화를 해봤을지 궁금하다.


오늘 필요한 BGM은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

https://youtu.be/G2XF3qBOl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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