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비행기(非行記)

굳이 안써도 되는 건데 써 봅니다.

by 딱좋은나

아마도 이 매거진의 이야기는 시간의 순서도 뒤죽박죽일 것이고,

주제도 갈팡질팡 엉망진창일 것이다.


자기 반성이기도 하고 자아 성찰이기도 할 내 이야기들.

이렇게 살았어도 멀쩡하네 사네 하고 위안을 얻어가도 좋겠고

저렇게 살았으니 저러고 살지 하고 비난을 해도 좋다.


남들이 뭐라 그래도 나는 내 선택과 내 지나온 삶으로 만들어진 원석이다.

얼마나 더 깎고 다듬어야 보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원석이면 어떻고 보석이면 어떠하리.


꼭 잘 나야만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 인생, 내가 만족한다는데!

(만족이라서 만족이겠는가. 바뀔 수 없으니 그저 수용하는 것이지. 솔직히는 그렇다)







나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동안

남들 눈에도 내 눈에도 보통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는 아주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특별하다거나 특출나다거나 한 것은 아닌데 뭔가 좀 차이가 났다.


내가 처음 펴 본 담배는 88이었고, 그때만해도 담배 자판기가 있었다.

구멍가게에서는 학생들도 담배를 살 수 있었고 갑이 아닌 가치로 팔기도 했다.

누가 펴보라 권한 것도 아니고 내 손으로 직접 사서 펴봤다, 내 나이 만 12세.

한국 나이로 14살 중학교 1학년이었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서는 절대로 담배를 피지 않았고, 그 흔한 가출 한번 한 적 없다.

말끝마다 찰지게 욕은 잘 했어도 선생님들이나 엄마 아빠는 내가 이런 줄 몰랐다.

거짓말을 가장 싫어하는 나는 꽤 가면을 잘 쓰는 아이였다.


남자친구가 처음 생긴 것은 14살이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개근상을 쭉 다 받았으면서

학교 다니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은 별로 없었다.

돈 버는 남자들을 만나서 가장 좋은 점은 비싼 거 사거나 비싼 곳에 가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준다는 거였다. 나는 아주 이른 통금이 있는 여자였다.


그냥 적당히 남들 노는만큼만 논 것 같은데 엄마 아빠는 그 조차도 싫어했다.

진짜 거짓말 안하고 좀 놀았다 싶었던 시절엔 맨날 두드려 맞았다.

한 사람이 때리면 한 사람은 말려야 하는데 우리 엄마 아빠는 같이 때렸다.

인간이 되라고 때리는 거라 했다.

이 행동들이 인간이 아니라서요? 하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한마디 뻥끗하고 눈빛이라도 반항하면 더 맞아서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맞았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엄마아빠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때렸다.

머리만 안 밀렸지, 교복이나 가방 교과서도 찢기고 불태워진 적도 있었고

요강 하나 던져주고 방문에 못을 박은 적도 있었다.

교복 아래 피멍이 든 다리를 감추느라

남들은 교복을 미니스커트로 만들어입을 때 나는 월남치마 같이 입었다.

진짜 진심으로 순도 100%, 나는 맞는게 싫어서 노는 것도 그만두었다.


놀아도 기본기가 있어 그래도 공부는 꽤 잘 했는데,

내 친구 세명의 평균 점수를 합한 값이 내 전과목 평균 점수보다 낮았다.

알고보니 내 친구 셋 중 둘은 아이큐가 두 자리였고

나는 아이큐가 교내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높았다.

- 아이큐도 변하는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지금의 나는 보통 이하의 머리인 것 같다.

그때 친구 셋 중에서 기본 교육 과정을 마친 아이는 아무도 없다. 다 자퇴했다.

물론 지금은 연락이 다 끊겼고, 서로 카톡 프로필로 생사 확인정도만 한다.


나는 울고 불며 매달리는, 5년이나 만난 남자친구를 고무신 되기 싫다고 매몰차게 버린적도 있고,

또 다른 남자와 6년을 사겼지만 6살이나 어린 남자를 짝사랑 하느라 헤어진 적도 있다.

물론 그 짝사랑은 그냥 짝사랑으로만 끝났다.

또 몇 년이나 애매한 관계로 마음을 접지 못한 남자를 겨우 끊어낸 적도 있었고

8살 많은 남자와 만나다가 사귀자 소리 안한다는 이유로 지금의 남편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내가 남편을 만나 지지리 궁상 힘들게 사는 것은 아마 과거에 다른놈들 눈에서 눈물 뺀 탓인 듯하다.

(미리 말하지만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이쁘고 잘 나야만 연애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보통 평범하다)





맛보기만으로도 충분히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누구에게나 한때는 있겠지만, 나도 한때가 있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이런 이야기들이 안 부끄럽나?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고 자랑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같은 시간에 살면서도 사람마다 경험하는 것은 다 다르니까

그냥 이렇게 산 사람도 있구나 하면 좋겠다.


이렇게 살아도 멀쩡하게 가정 꾸리고 살고 있네 하는 핀잔도 괜찮고

저렇게 살았으니 저러고 용 쓰며 사는거지 하는 힐난도 괜찮다.


단 한 명이라고, 단 한 구절이라도 공감 한 번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하다.





언젠가 내 아들 딸들이 이 글들을 본다면,

너희가 사춘기를 겪는 동안 엄마가 왜 그리 단호하거나 눈치가 빠른지.

제 거짓말을 알면서도 속아주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얘들아, 엄마가 이미 먼저 다 해봤단다.

해보니 별 거 없더라, 그러니 너네도 실컷 해봐라.


단! 마약만은 안된다.

그거 말곤 어차피 태어난 거, 하고싶은 거 다 해봐라.

항상 말하지만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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