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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Jul 29. 2023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

시즌 1만큼은 아니지만 시즌 2도 괜찮다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에 나는 여군사관에 지원하였었다.

철이 들어 애국심이나 호국정신 따위가 생겨 그런 게 아니었다.

ROTC 동기녀석이 여러 번 제안을 하기도 했었고,

졸업을 코 앞에 둔 시점에 취업처럼 군대나 갈까 하는 정도의 마음이었다.


4.5점 만점에 4.24의 평점이던 나의 성적으로 서류전형은 가볍게 통과하였다.

그 후 우리 학교의 여군사관 지원자들의 체력장과 면접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 ROTC 대장님이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를 포함한 9명이 지원을 해 대장님 앞에서 모두 인사를 나누었다.

나이도 학과도 사는 지역도 모두 다른 9명은 각기 다른 이유로 지원을 했는데, 나처럼 반쯤은 장난이고 반쯤은 가벼운 치기였던 사람은 또 없었다.


우리는 아침 저녁으로 ROTC 운동장에 모여 팔굽혀펴기, 윗몸말아올리기, 오래달리기 등의 체력검정을 함께 준비했고, 계룡대 행사에 같이 가서 가산점을 얻기 위한 군사체험도 했다.


워낙 열심히 했기에 ROTC단장님께서는 올해는 여군사관 하나는 반드시 나오지 않을까하며 기대를 하셨다.

(안타깝게도 그 해엔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다음 해에 함께 준비를 했던 9명 중 해군과 육군에 각 1명, 경찰에 1명이 임관되었다.)


당시 군인치고는 상당히 유쾌한 편인 단장님과 쿵짝이 잘 맞았던 나는, 우리 과의 ROTC 친구를 핑계 삼아 커피도 얻어마셔가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었다.

단장님께서는 커트라인을 겨우 넘기는 내 작은 키도 괜찮다며, 내 성격이 군대에 딱이라며 응원같은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그렇게나 살뜰히 살펴주시며 합격을 기원해 주셨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군대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체력장과 면접 진행을 위해 경기도 성남에 갔었던 날에야,

나는 나의 미래가 될 여군의 실제 모습을 보았고 그들이 어떠한 일을 하는지 직접 듣고 볼 수 있었다.


내가 지원한 병참 병과에 대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하게 될 조직생활,

매 번 겪게될 육사 출신이나 삼사관 출신과의 차별,

또래와 함께 복무함으로써 향 후 몇 년 간은 예정된 매 순간 시험대에 오르게 될 나의 자질과 능력 평가.


병참 : 작전부대에 대해서 군사작전에 필요한 인원과 군수물자를 충원 또는 보급 지원하는 군의 기구


그 모든 것을 기꺼이 감내하기에 나는 재능이나 재주를 타고난 실전형의 군인도 아니었고. 준비된 재목도 아니었다. 나는 1년을 넘게 호주에서 제 멋대로 살다 귀국한지 한 달 남짓한 열려도 너무 열린 자유분방한 민간인이었다.


만약 이런 내가 군대에 가면 하극상으로 영창에 가거나, 불명예 제대를 할 것만 같았다.

운이 좋아 멀쩡히 복무 한다고 해봐야 겨우 3년이란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고 나올 거란 게 자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나보다 진심으로 국군이 되고자 하는 이가 복무를 해야한다고 생각해 나는 입대를 포기했다.


그 때 함께 복무하자며 나를 꼬셨던 ROTC 친구가 소식을 듣고 아쉬움을 전하며 그랬다.

"우리나라 국방부가 큰 인재를 잃었네."

그 친구는 지잡대 ROTC의 유리벽을 뚫고 날아올라

여전히 주요 병과의 주요 직책을 맡아 복무 중인 자랑스러운 육군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보니 만나는 남자들마다 군대 얘기는 꼭 물어보았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도 좋았고, 부대에서 있었던 일 얘기 듣는 것도 좋았다.

강철부대 시리즈도 놓치지 않고 다 보았고, 병영체험을 하던 프로그램도 거의 다 보았다.

그러니 당연히 D.P도 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웹툰은 쿠키를 써가며 완독했고,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DP시즌 1도 모두 재미있게 시청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2023년 7월 28일 DP2가 넷플릭스 6부작 웹드라마로 공개되었다.




남편의 친구가 촬영에 참여했었기에 이미 오래 전에 촬영이 종료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언제 방영하나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까 기대하며 기다렸다.

드디어 DP2가 스트리밍 된다는 금요일.

일상을 모두 끝낸 마친 밤, 피곤함도 잊고 내리 여섯 편을 모두 시청완료했다.


우리 아들 닮은 연기파 배우 손석구 배우도 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잘생긴 지진희 배우도 (비록 악역이지만) 나온다! 하며 남편과 꽉 붙어서 보았다.

그렇게나 좋아하며 봤음에도 불구하고 김성균배우가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이 박봉구가 아닌 박범구였단걸 이 글을 쓰기 위해 네이버 검색을 한 지금에야 알았다.





시즌1만큼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봤다.

한 때 영화 일을 했던 사람이 옆에서 추임새를 넣다보니 재미도 충분히 더해졌다.




스포 없는 감상평


내 기준에서 시즌 1은 잘 모르던 DP라는 직무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아, 진짜 있을 법도 하겠다' 싶었던 내가 모르던 군대 이야기에 현실감이 느껴져 보는 재밌가 더해졌었다.

마지막 조석봉의 몰이 장면이 좀 어거지 같았고 자살 장면은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시즌 2에서 그가 죽지 않고 살아있어주어 고마웠다.


DP시즌2는 징병제를 운용하는 국가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이 참 좋았다.

분단국가이자 정전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윗대가리들의 한결 같은 "알아서 하세요"는 다소 식상했다.

스토리가 지루했다는 의미의 식상이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방증이라 씁쓸했다.

깨인 윗대가리는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군 문화에 들어가면 결과물은 다 똑같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게나 자유분방했던 나도 군대에 갔었더라면 군에 맞춰 재단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군인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니까.


DP시즌2의 연출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재미를 더한 이 전 씬들과는 달리, 주인공 준호가 대전에 가기 위해 수사관들을 상대로 기차에서 열심히 때리고 맞으며 싸우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아무리 집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해도 다구리 설정은 좀 과했다. 수사관 십수명과 싸우던 준호가 마지막에 DP 계모임에서 쪽을 못쓰다니. 말이 안되지 않나. 현실감이 떨어지면 몰입도도 떨어진다.


인천에서 할아버지의 반응과 그 똘마니들이 애 둘 잡으려고 몰아가는 방식도 재미를 위해서였겠지만, 이야기의 흐름 상 집중에는 방해가 되었다.


그리고 장기 탈영병의 마지막 도망가는 모습과 주검이 발견된 모습 등에서 부분적으로 어거지스러운 설정과 연출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늘 그렇듯 끝은 권선징악이라 좋았고,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명 연기가 좋았다.






본 편만한 속 편은 없지만 그래도 DP2는 나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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