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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Jul 30. 2023

복주머니 같은 그녀 1  : 조리원동기모임

나를 나답게 만드는 인간관계

나에게는 복주머니 같은 그녀가 둘 있다.

그녀들을 만나는 날을 약속만 잡아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긴다.

그녀들을 만나고 오는 날이면 분명히 뭔가 기쁜 일이 있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지는 복주머니 같은 그녀들.


둘 중 하나는 나보다 한 살 연상의 언니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보다 두 살 연하의 동생이다.


우리는 예삐와 같은 해 같은 달에 아이를 낳은 조리원 동기이지만, 나와 복주머니 둘의 출산은 날짜 차이가 있어

조리원에 함께 있지는 못하였다.


사실 첫째의 조리원 동기로 언니 복주머니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녀의 소개로 동생 복주머니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조리원 동기 모임이라는 명목으로 처음 만나기 시작했을 땐, 몇 명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남은 것은 우리 셋뿐이다.

 


오늘은 동생 복주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그녀는 나와 같은 경상도 출신이라 사투리로 이야기를 해도 매우 마음이 편안하다. 서비스직으로 근무하는 그녀는 목소리도 사투리도 나만큼 심하지는 다. 하지만 흥분하면 사투리가 나오는 건 나랑 똑같다.


나이는 두 살 어린 내 남동생과 같지만

내 남동생에게는 절대 볼 수 없는 애교 섞인 특유의 말투가 있어 카톡을 할 때에도 엇니~하고 부르는 소리를 직접 들을 때에굉장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는 허무맹랑함으로 가득 찬 나의 헛소리나,

자칫 잘난 척으로 보일 수 있는 자기애도 웃으며 받아준다.

듣고 보니 니 말이 맞는 것 같다며 맞장구를 잘 쳐준다.


그러면 나는 또 신이 나서 그다음(next step)을 계획하고 그려본다.

복주머니 동생은 앞에서만 동조하는 척하고 속으로 비웃는 사람들과 눈빛부터 다르다.

그녀는 진심으로 나의 생각과 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준다.


"엇니 진짜 대단해요!"

하나도 대단할 거 없는데 그녀는 언제나 나를 추켜세운다.


"엇니처럼 저도 그렇게 야무지고 싶어요."

어딜 봐서 야무지단 건지 나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나를 닮고 싶다 한다.


"아니에요 엇니,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엇니가 얼마나 대단한데요!"

돈 안되고 바쁘다, 뭐 하고 사는 건지 모르겠다 하고 움츠려 들려하는 나를 그녀는 조건 없이 칭찬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며 격려한다.


복주머니 그녀는 내게  긍정적인 자극제이다.


그래서 나는 동생 복주머니를 만나는 것이 즐겁다.

그녀와 대화를 하면 내가 더 이야기를 훨씬 더 많이 하는 쪽인데, 잘 들어주는 그녀 덕에 내 속에 두었던 생각을 쉽게 꺼내게 된다.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 구체화가 되니 나는 또 욕심이 생긴다.


그녀의 말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녀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고 싶다,

다음번 만남에서도 좋은 소식을 들려주고 싶다,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복주머니 그녀는 나를 키우는 성장촉진제 같다.


모임은 조리원 동기로 시작했을지라도

그녀와 나는 엄마 대 엄마로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할 것도 없는 자식 자랑을 억지로 끌어다 하지 않는다. 고만 고만 애들 일하며 키우느라 애쓰는 육아 동지로서 서로의 고충을 서로 이해한다.


그녀를 여자대 여자로 만나보니 나처럼 남편을 무척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누가 더 열심히 사랑하나 얼마나 사랑받나 하것들로 경쟁하지는 않는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늘 약자가 되는 관계에서 서로에게 동병상련의 위로가 되어줄 뿐.



우리는 한 사람과 또 다른 한 사람으로 만난다.

나 역시 그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고 그녀에게 온전한 내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녀와는 불필요한 신경전이나 소모전을 할 필요가 없다. 그녀의 앞에선 꾸미거나 보탬도 필요 없는 그냥 로 있을 수 있다.


복주머니 그녀는 나를 엄마로서든 아내로서든 내 이름 석자 그대로 나를 있게 한다. 그녀는 나답게 생각하게 하고 나로서 행동하게 한다.





지난 10년 동안 알고 지냈어도 만난 횟수는 그리 많지 않은 그녀와 얼마 전 만나 밥을 한 끼 했다.


우리는 한식입맛도 똑같다


출퇴근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그녀가 재택근무를 하는 내 시간에 맞추어 휴무를 잡아주었다.

경기도에 살고 운전도 하는 나를 만나기 위해

대중교통의 힘으로 다니는 그녀가 서울의 서쪽 끝으로 와주었다.

만나는 시간과 장소도 모두 내게 흔쾌히 맞추어준 그녀의 배려도 매번 참 고맙다.


이번 만남에서도 나만 신나게 떠들어댔다.

들어주는 복주머니 동생의 눈이 오늘도 반짝인다.

내 생각이 내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 정말 오롯이 다 느껴진다.


길어진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녀가 말했다.


"엇니, 니는 진짜 자존감이 강한 사람 같아요! 그런 니의 자존감이 나는 부러워요!"


나보다 어리고 나보다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나보다 가능성도 더 많은 그녀인데! 정말 모든 면에서 나보다 더 나은 조건인 그녀가 이렇게나 용을 쓰고 사는 나를 부럽다고 하는 건,

 인생을 개척해  나의 과거인정해 주고 현재를 격려해 주는 뜻이다.

그녀의 부럽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기에 칭찬을 받은 아이처럼 으쓱해진다. 내가 마치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오늘도 그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척 유쾌하고 즐겁다.

역시나 이번에도 복주머니 효과는 확실했다.

복주머니 같은 그녀를 만나면 좋은 일이 반드시 생긴다.

이 날 저녁 브런치 메인에 잠시나마 내 글이 걸렸다.



복주머니 그녀를 만나 얻어 오는 건 좋은 일만이 아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강하고 힘찬 기운도 받아온다.

좋은 기운들을 잔뜩 받아 의욕이 넘치게 되니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긴다. 지금 당장 어려워도 이렇게나 이해받고 알아주는 이가 있으니 한 발 더 내딛을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복주머니 같은 그녀를 만나는 게 참 좋다.

비록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복주머니 동생 같은 지지자가 있어 내 삶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복주머니 동생 같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많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용기를 내게 주는 복주머니 그녀도

나를 만나면 기분이 좋고 행복했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도 더 오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녀의 행복이 계속해서 내게 전해지기를!

나의 용기와 도전이 그녀에게 전해지기를!


다음번에는 복주머니 언니와 동생을 함께 만나기로 했다.

복주머니들을 만나 나눌 이야기를 위해 나는 또 매일을 열심히 살 것이다. 나도 그녀들에게 복주머니 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내 앞에 마주 앉은 그녀와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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