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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Jul 28. 2023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

도대체 이게 왜 유명한 건데?

This 나마비루!!!!!!! Not 오이시!!!!!!!!


애국자는 아니지만 나는 일본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본과 가까운 부산에서 30여 년을 살았음에도 나는 일본과 접점도 없고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산이 지리적으로 일본과 워낙 가깝다 보니 많은 문화가 서로 섞여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의 엄마와 아빠만 해도 자신들이 하는 말이 일본어인지도 모른 채 한국말처럼 자연스럽고 자주 사용하시는 일본어들이 많았다.


당장 기억나는 것들만 적어보아도 쓰메끼리. 찌깨다시, 다라이, 나라시, 시다, 무대뽀, 기스, 땡깡, 세꼬시, 아나고 등등등이 있다.


내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에만 해도 제2 외국어는 독어, 불어, 일어, 중국어 중 하나였는데 보통 실업계에서 일어와 중국어를 많이 배웠고 인문계에서  독어와 불어를 배웠다.

내가 다닌 학교는 독어와 불어를 앞반과 뒷반으로 나누어 구분했는데, 나는 프랑스어인 불어를 배웠다. 할 땐 열심히 한 것도 같은데 이젠  쥬뗌므와 봉쥬르 정도만 기억이 난다.


내게 있어 일본어는 치욕이다. 대학교 2학년 때인가 교양강좌로 딱 한 번 일본어 강좌를 들은 게 내가 배운 일본어의 전부이지만 치욕의 상징이다.

교양인데 전공자가 오질 않나, 이미 고등학교에서부터 일본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운 아이들, 일본어 능력 검정 시험에 급수를 가진 자들에게 치여 B+을 맞은 이후 나는 크게 좌절하여 일본어 배우기를 대번에 그만두었다.

(고상하게 그만두었다고 적었지만, 그때 당시 내 학점 평균을 깎아먹은 빌어먹을 일본어라면서 당장에 때려치웠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싫다 밉다 일본 한 테만큼은 지면 안된다 하며 애국자 아닌 애국자로 살았지만, 생각해 보면 내 생의 첫 외국도 환승을 위해 몇 시간 머문 일본(나리타 국제공항)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어지간해서는 술을 잘 먹지 않았고, 탄산음료나 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마시는 탄산음료가 맥주였는데, 일본에서 처음 마시게 된 술도 맥주였다.


JAL 여객기를 타고 호주로 가는 길고 지루한 비행에서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자기 위해서는 알코올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 시도했던 포도주는 정말 못 먹을 맛이었다.

아는 맛인 맥주는 실패할 확률이 없으니 포도주보다 훨씬 먹을만할 것이다.

그래서 잠을 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란 핑계로 맥주를 주문했다.

옆에 앉은 친구 녀석과 비행기 안에서 맛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맥주를 골고루 시켜 모두 맛보았었다.

세 가지 종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개인적으로 내 입맛에는

은색 아사히 맥주보다 아이보리색의 기린이찌방 맥주의 맛이 더 잘 맞았다.


그 이후부터 수입맥주 코너에서 일본 맥주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아사히 보다는 기린 맥주를 선호했다.

(물론 내 입맛에는 일본 맥주보다는 탄산이 좀 덜하고 비트 한 맛이 강한 독일의 벡스라는 수입 맥주가 제일 나았다.)




도대체 이 아사히 슈퍼드라이가 뭐라고 먹태깡과 함께 요즘 핫하다고 난리들이었는지.

존재와 유행은 알고 있긴 했지만 구태여 힘들게 구하고 사 먹을 정도로 유행에 민감한 편은 아닌 나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을 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유행에는 둔감한 편이다 보니

기회가 닿으면 살뿐, 굳이 찾아 나서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그저 이런 술이 유행하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오늘 마침 장을 보러 간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이 아사히 슈퍼드라이가 박스 째 쌓여있는 걸 보게 되었다.




불필요한 호기심이 이럴 때 꼭 생긴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남의 카트에서 이 박스를 본 순간

도대체 이게 뭐라고 그 난리들인지 궁금해졌다.


다른 맥주 두 박스를 살 수 있는 가격이 붙은 걸 보며 기함했지만,

충격은 잠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굳이 또 한 박스를 덜렁 카트에 실었다.


맥주를 잘 마시는 남편은 아사히를 원래부터 좋아했다.

나 아니라도 대신 마셔줄 처리반이 있으니 맘 편하게 구입까지 마쳤다.



6시간 이상 시야기를 하라 해서 오전에 사 온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를 김치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귀가 후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앉은 남편의 앞에서 한 캔을 꺼내 들었다.



시원하게 캔을 오픈하자마자 예쁜 거품이 봉긋하게 올랐다.

사실 중국인들 입맛처럼 미지근하게 그리고 빨대를 꽂아 먹는 게 내 취향인데,

골이 시리도록 차가운 이 맥주는 시원할수록 맛이 있다 하니 일단 지침대로 따라본다.




뭐야.

생맥주인 걸 감안하더라도 내겐 뭔가 싱겁고 맛이 없다.

양도 적은 것 같아 앉은자리에서 몇 캔을 먹어야 술 같을 것 같다.

식사를 먼저 끝내서 내 배가 부른 게 다행이지, 그나마 내가 유지어터인 게 다행이지.

안주도 없이 두 캔을 그저 음미하는 것으로 끝냈다.


"뭐야, 이거. 이게 왜 유명한 거야!"


연애 때부터 수입맥주는 아사히를 고집했던 남편은 양이 적은 게 아쉬워도 맛은 괜찮다지만 나는 진짜 모르겠다.

이만큼 난리법석을 떨 만큼 맛이 있거나 특별한 맛인지.

내 입엔 기린 맥주가 훨씬 더 맛있는 것 같은데.


후쿠오카와 벳부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 대학교로 학회 참석과 대학원 졸업 여행을 겸해서 갔던 날이 떠올랐다.


일본어를 모른다는 내게 교수님들이 식당만 가면 장난스레 "나마비루, 오이시!"만 외쳐라 하셨다.

그 말이 생맥주와 맛있다 인걸 다른 선생님들께 들어서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식당 갈 때마다 오조 오억 번은 외친 것 같았다. 어쩐지, 맥주를 자꾸 가져다주더라니!!!


그때 마셨던 일본에서의 생맥주 맛과도 이건 다른 것 같다.

너무 오래돼서 제대로 기억이 안나는 거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일본에서 먹었던 생맥주 맛도 아니고, 원래 먹던 캔맥 맛도 아니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의 맛은 뭔가 가볍다.

(누군가는 이 걸 깔끔한 맛이라고 표현할 것 같다)



내가 맥주를 좋아하지 않아서, 맥주 맛을 잘 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만큼의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 게 이 맛인 줄 알았더라면. 5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며 부러 사지는 않았을 터이다.


괜히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먹고 입맛만 버린 오늘

갑자기 온천장 농심호텔 지하에 있는 허심청 브로이의 생맥주가 그리워졌다.

좋은 사람들과 늘 행복하게 기쁘게 마셨던 자리이자 술이라 그런지, 그 맛이 너무도 그립다.


결론 내 입에도 가성비 측면에서도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보다 다른 맥주가  더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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