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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Jul 30. 2023

감바스알아히요 ; 엄마 드세요는 대체 언제쯤 할래?

낳은 김에 키웁니다 18

방학이라 그런지 무섭게 줄어드는 냉장고 속 식재료들을 보니 애들이 구나 싶다. 한 달에 5인가족이 기본 쌀 20킬로그램을 먹는 우리 집의 쌀 떨어지는 속도가 엄청나다!


물난리는 피해 간 동네에 살고 있어 큰 걱정은 없지만, 장마 끝에 오른 건 여름날의 온도만이 아닌지라 없던 근심이 생겼다. 물가가 진짜 올라도 너무 올라서 말이다.


여름이면 쟁여놓고 먹던  오이도 작년보다 체감가격이 곱절은 되는 것 같고, 삼겹살을 굽는 날이면 금추가 된 상추대신 깻잎을 산다.



집에 들어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만 있는 아이들은 뭐가 그리 먹고 싶은지 주문도 많다.

티브이를 보다 짜장면이 나오면 짜파게티라도 먹어야 하고,

드라마에서 라면 야식이라도 먹으면 자신들도 라면을 끓여다 앉는다.

끝없이 보는 유튜브 먹방이나 ASMR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다 먹고 싶은 초딩들.


그나마 먹고 싶은 걸 딱딱 말해주니 메뉴고민은 하지 않아도 돼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삼시세끼 수발드느라 엄마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다.


"엄마 그거 새우 그거 있잖아. 그거 먹고 싶어."


큰아이가 외출하고 없는 주말, 예삐가 또 뭐가 먹고 싶단다.


"뭐? 기름에 넣고 볶은 거?"


"어!!!! 그거 그거!"


"알았어"


예삐가 말한 새우로 만든 음식은 감바스알하이요이다.



그래도 내가 충분히 만들어줄 수 있는 메뉴가 먹고 싶다 하는 경우엔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호기롭게 연 냉동실 문안에는 냉동새우가 한 줌뿐이다

어쩌나, 사놓은 통마늘도 다 먹었는지 없다.


이걸 어쩌나 하는 고민은 시간만 끌뿐 바뀌는 게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는 나는야 망생이 주부 9단!


한 줌뿐이면 맛만 봐라 요것들아!

통마늘 대신 다진 마늘을 넣는다.

올리브유와 베트남 고추가 있는 게 어디냐며,

야채는 냉장실에 있는 가지와 양파 방울토마토를 넣는다.

색이 이쁘게 나서 만족스럽다.



이제 간을 할 차례인데 맛소금도 다 떨어졌는지 없다.

양념은 절대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는다.

뭐 하나 없어 사놓음 또 다른 게 없다. 에라이~

투덜거리기도 잠시 10년 넘게 간수를 뺀 덕에 이젠 아까울 정도로 맛 좋은 굵은소금을 뿌린다.

(친정 엄마는 이사 때마다 소금을 사주셨다. 신혼집에 오셔서 제일 비싼 걸 사주시더니 아직까지도 이리 잘 먹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후추를 뿌려 완성된 감바스인지 감바스알하이요 인지를 담아다 아이들에게 내주었다.



예삐는 모든 수산물을 초장에 찍어 먹는다.

감바스알하이요의 새우도 초장에 찍어 먹더니 맛있다며 호들갑을 떤다. 초장이 맛있다는 건지 감바스가 맛있단 건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만들어 준 음식을 잘 먹어주면 일단 이쁘다.

엄마에게 이쁨 받는 걸 보더니 덩달아 막내도 누나에게 다 빼앗길세라 속도를 높인다.


흐뭇하게 내 자식들 먹는 것만 봐도.... 하고 있는데 기분이 살짝 언짢아졌다. 그리 말을 하고 교육을 시켜도 이것들은 돌아서면 잊는다.


"왜 엄마도 먹어보라 안 해! 엄마도 이런 거 먹을 줄 안다, 요것들아!" 하고 을 보니 내가 먹어도 진짜 맛있다.


맛나게 간식 만들어주고 나서 오늘도 생각했다.

어른 먼저 챙길 줄 아는 인간으로 만들려면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아직도 여전히 교육이 덜 된 내 자식들을 보며 파이팅을 해본다.


내 꼭 너네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마!!!!!!! 기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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