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용실을 하셨던 탓인지 나 역시 살면서 미용실을 갈 일이 잘 없다.파마나 염색은원래 안 하고 새치염색은 그냥 집에서 하고, 커트 정도만 1,2년에 한 번씩 한다. 그마저도 엄마께 맡기는 해엔 미용실을 2년씩 안 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미용실에 쓰는 돈이 참 아깝게 느껴져 자꾸만 아들을 상대로 없는 솜씨를 내게 된다.
미용사 자격증도 없고, 헤어컷 하는 법을 배운 적도 없는데다 꾸미기에 소질도 없는 똥손인 내가!바리깡도 없이 미용가위 하나로 아들 머릿칼을 자르니 완벽할 리 없다.
삐뚤 빼뚤 잘라둔 머릿칼은아직은 어린 나이로 겨우 커버를 하고 있다. 아들이 입학을 하면 그땐 미용실에보낼 생각이다.
여섯 살 평생 빡빡머리로 배냇머리를 밀었을 때 외엔 미용실에 간 적 없고, 엄마가 늘 잘라주다보니 우리 아들에겐 엄마의 야매 미용실이 당연하다.
휴대전화만 틀어놓으면 움직이지도 않고 잘 기다려주는 착한아들 덕에 나는 꾸준히 아들의 전담 미용사가 될 수 있다.
지난 달에 헤어컷을 할 때 구렛나루를 없애고옆머리를 일자로 잘라서 빙구미를 냈더니 남편이 너무 싫어했다.
다음부턴 미용실에 데려가서 자르란 소리에 이번엔 조금 멀쩡하게 잘라보려고 애를 써봤다.
하지만 일자로 잘라놨다 기른 머리카락이기에 아무리 스타일을 내려해도 한계가 있었다.일단 옆머리와 앞머리가 구분이 되도록 앞머리 길이를 댕강 올렸다.지금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귀여운 일자 앞머리를 또 했더니 딸들이 꺄르르 웃었다. 남편은 망연자실한 얼굴이었지만 아들이 실망할까봐 어버버하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아!! 너무 귀여워!!!"
온 집안 여자들의 사랑과 애정 덕에 일자 앞머리의 아들에게 귀엽다는 찬사가 쏟아지자 아들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미용실 데려가라니까....."
하고 남편은 슬쩍 말했지만, 내 눈에는 귀엽기만 했다.
나만큼 우리 아들을 예뻐하는 딸들 눈에도 하트가 뿜어져 나왔다.
동생의 헤어컷이 맘에 들었는지 갑자기 딸들도 너도 나도 내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결국 이 날 나는 작은 딸과 큰 딸까지 아이 셋의 헤어컷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