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매몰되지 않기
지난주부터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돌고 돌고 돌아 내 색깔을 찾은 것만 같은 건
내 착각일까?
2025년 9월, 맛집 소개 릴스를 시작으로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 발을 들였다.
인플루언서를 꿈꿨냐고?
민망하지만 당연히 꿈꿨다, 대박을.
문제는 극초기부터 조회수와 팔로워수에 매몰되어
너무 급했다는 것이다.
조회수가 기대보다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기대보다 잘 나오면 또 잘 나오는 대로
하루 종일 휴대폰을 손에 쥐고 정신을 못 차렸다.
잘 나가는 5만, 10만, 20만 맛집 인플루언서들과
비교하며 내 살점을 깎아먹었다.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사람이 몇 년의 시간을 거쳐
그 자리를 이루어낸 사람과 비교를 한다?
지금 생각하면 누가 봤을까 무서울 정도로 웃긴 일이다.
그들의 장점을 캐치해서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은커녕,
비교의 늪에 빠져 '나는 왜 안 되지?'라는 자책만
끊임없이 늘어놓았던 것.
그렇게 한 달 정도 맛집을 주제로 운영을 했을까?
'맛집은 장비빨이 중요한데 나는 갤럭시 폰 하나
달랑 들고 저들을 따라갈 수 없어.
저 사람들처럼 푸짐한 비주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그리고 이미
레드오션이야. 다른 걸 찾자'
이미 굵직하게 자리 잡은 인플루언서들에게는
광고나 협찬이 끊임없이 따라올 것이었다.
당연히 비주얼상으로 내 릴스가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었을 터. 나만의 강점을 고민할 생각은 않고
내가 맛집 주제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이유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합리화하며
도망치듯 다른 콘텐츠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요리라는 콘텐츠가 눈에 들어왔다.
(맙소사!! 나는 요리를 썩 잘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어디 내세울 만큼 많은 출중한 실력이 아닐뿐더러
나만의 고유레시피는 더더욱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그동안 집에서 해온 음식들을 하나씩 선보였다.
그리고 어땠을 것 같나?
그렇다. 10만, 20만 요리 인플루언서들과의 비교가
시작이 된 거다. 심지어 100만까지도.
그들의 전문적인 영상미와 화려한 주방도구들,
거기에 요리실력까지,
비교와 자책을 반복하기를 또 한 달...
'요리도 장비빨인데, 나에게는 주방도구들이 너무
부족해. 그걸 또 하나씩 사려면 다 돈인데?
게다가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내 요리실력은 형편없는 것 같아. 포기하자.'
내 인스타가 어떻게 됐을까?
맛집, 요리, 먹방이 믹스된,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무엇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방황을 하던 중에
'밀키트리뷰'라는 콘텐츠에 꽂혀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온다.
밀키트를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사람이
밀키트를 잘 아는 척 리뷰라니!
밀키트를 소개하고 먹는 모습까지 찍으며
열과 성을 다했다. 아니, 열과 성을 다했나?
부끄럽지만 자신할 수 없다.
그렇게 한 달이 조금 넘게 밀키트리뷰를 하고 얻은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1000명의 팔로워? 1만의 조회수?
아니, 급속도로 불어난 체중과 게시물 노출감소.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급하게 이것저것 시도하며 게시물을 삭제하고
또 업로드하기를 수십 번씩 반복했다.
프로필도 하루에 몇 번씩 바꾸고 또 바꿨다.
인스타그램 인공지능이 나를 로봇이나 스팸이라
생각했었나 보다.
릴스 노출을 막아버린 듯한 현상이 발생했다.
그걸 사람들은 쉐도우밴이라고 부른다.
(인스타그램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단어는
아니라고 한다.)
노출이 안 되니 조회수도 줄었다.
팔로워 70명에 평균조회수 500~800,
많을 때는 2,000~3,000 나오던 조회수가
하루아침에 20으로 떨어졌다.
쉐도우밴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풀리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기다릴 인내심이 없었다.
계정을 새로 만들고,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하기를 반복.
그래도 조회수는 살아나지 않았다.
"진득하게 기다려봐. 너무 급해, 지금."
남편이 보다 못해 한소리 거들었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에서 한 발 빼고 정신을 차리는 중에
그동안 써두었던 글로 올해 1월,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그 뒤로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나?
글 몇십 개, 몇백 개 발행한 팔로워 수천명인 작가님들과 또 비교를 하고 있었다.
'글 10개면 팔로워 100명, 100개면 1,000명 되겠다.'
라는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하며...
라이킷 수에 일희일비하며...
숫자에 매몰되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조차 잊고 있을 때쯤, 문득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내 진짜 목표가 뭐지? 인플루언서인가? 팔로워수많은
작가인가? 돈을 많이 버는 건가?'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내린 답은
"나라는 사람을, 내 안의 이야기를 세상 밖에 꺼내놓고
싶다.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다. 더 나아가
내 글로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고 싶다"였다.
비교를 멈추기로 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하는 건
내가 쓴 글의 가치를 깎아먹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좋은 점을 배우기 위한 비교는 얼마든지!!)
나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나의 온전한 '색깔'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거다.
그리고 그 정당한 대가로 수익까지 창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글의 가치를 증명하는
최고의 성적표가 아닐까.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독서노트 매일 게시, 브런치 발행 글 일부 발췌 게시,
글쓰기와 독서가 중심이 된 일상 릴스 게시.
릴스 조회수? 처참하다. 조회수 40, 20...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글쓰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해서일까?
조회수에 별 타격이 없고, 그저 하루하루 나와의 약속을
지켜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조회수 적으면 어떤가? 팔로워수 안 늘면 어떤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내 일상의 소소함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 모든 것에 글쓰기와 독서를 담고 있고,
그게 내 색깔을 입히고 작가 유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믿는다.
돌고 돌고 돌아 이제야 찾은 내 색깔은,
'누군가처럼 되려는 노력'이 아니라
'나답게 머무르는 시간'이었나 보다.
내 색깔을 찾은 것만 같은 건 착각이 아니다.
드디어, 나라는 사람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여러분도 혹시 숫자에 매몰되어 '진짜 나'를 잊으신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