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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쓰 Jan 09. 2021

슬로우, 슬로우

지나간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고단하고, <안경>

#안경 #슬로우슬로우무비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언젠가 줄 그어뒀던 그 문장 탓이었을 것이다. 빙판에 미끄러져 다리 두 짝을 하늘로 쭉 뻗어올린 채 한여름의 바다를 떠올린 것은. 갑자기 바다에 가고 싶었지만 보나 마나 드럽게 춥기만 한 여정이 될 것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잠이 들고 말았던 슬로우 무비의 끝판왕 안경을 다시 한번 도전했다. 지나간 것을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얼마나 힘든가. 이곳에서의 맥주는, 이곳에서의 빙수는, 이곳에서의 소주가 최고였다고 말하기는 얼마나 고단한가 말이다. 그리고는 바닷가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추는 메르시 체조를 따라 해 보았다. 매실을 먹는 것은 하루의 화를 면해주는 일, 식탁 모서리에 앉는 것은 복이 나가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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